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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허위" 주장하다 '허위사실 공표' 재판행…이유는

'공무원 사적 이용' 핵심 배 모 씨 공소장 공개…"김혜경 지시 있었다"

"허위사실 유포로 선거에 개입하려는 시도 다분. 좌시하지 않겠음."

지난 1월 28일 SBS의 '김혜경 씨 공무원 사적 이용 의혹' 단독 보도 직전, 배 모 씨가 취재진에 보내온 입장문 중 일부입니다. 배 씨는 전직 경기도청 소속 공무원이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 씨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한 걸로 지목된 핵심 인물입니다.

대선까지 불과 한 달 조금 넘게 남은 시점이었습니다. 정치권 공방은 있었지만 김 씨 사적 용무를 맡았던 당사자의 직접적인 증언과 구체적인 근거가 보도된 건 처음이었습니다. 배 씨의 해명 역시 충실히 담겼습니다. 이후 파장은 널리 알려진 대로입니다.
 
- 지난 1월 28일 SBS 8뉴스 중

그리고 지난 8일 첫 수사 결론이 나왔습니다. 검찰은 배 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공범 관계인 김 씨에 대해선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며 판단을 미뤘습니다.

배 씨가 법정에 서게 됐지만, 어디까지나 검찰의 판단일 뿐 실체적 진실이 완전히 규명됐다고 보긴 이릅니다. 다만 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관계를 짚어볼 필요는 있습니다. 때마침 배 씨의 공소장이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6장짜리 공소장에 검찰이 밝힌 팩트와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
 

2010년 첫 인연…'공직→선거캠프→공직' 반복

배 씨와 이 대표 부부 첫 인연은 12년 전인 2010년으로 거슬러갑니다. 이 대표가 처음 성남시장에 당선된 해입니다. 그해 3월 배 씨는 이 대표의 선거 캠프에 들어가 자원봉사자로 일했는데, 이때 선거 활동과 함께 김혜경 씨를 돕기 시작합니다. 검찰은 이를 계기로 '김혜경 수행' 역사가 시작한다고 봤습니다.

'이재명 시장 체제' 출범과 함께 2010년 9월 성남시청 지방계약직으로 임용되며 첫 공직을 맡은 배 씨, 그런데 선거 때만 되면 직을 내려놨습니다. 이 대표 선거 캠프에 합류하기 위해섭니다. 캠프에 들어가 김 씨를 수행하고, 선거가 끝나면 이 대표를 따라 다시 공직을 맡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한 2014년 지방선거와, 2017년 대선 경선,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2018년 지방선거까지 내리 이어졌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시장일 때는 성남시청, 도지사일 때는 경기도청 공무원으로 뽑혔는데, 홍보와 외빈 의전이 주된 공식 업무로 줄곧 기재됐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10년 넘게 이어온 공직 경력은 지난해 9월, 이 대표의 대선 캠프에 들어가 김 씨를 보좌하며 막을 내립니다.
 

뒤집힌 배 씨 입장…사과했지만

지난 1월 첫 보도를 준비하며 SBS는 이 대표 선거 캠프 측에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물었습니다. 몇 시간 뒤 돌아온 건 배 씨의 개인 입장문이었습니다. 배 씨가 직접 설명한 내용을 전해온 겁니다.
 
"경기도에 대외협력 담당으로 채용…
수행비서로 채용된 바 없어.
공무수행 중 후보 가족을 위한 사적 용무를 처리한 적 없다."
- SBS 질의에 대한 배 모 씨 입장문 중 (지난 1월 28일)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강경했던 입장은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SBS 보도 직후 배 씨가 의혹을 폭로한 제보자 A씨에게 사과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고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흔들리기 시작한 겁니다. ▶ [단독] "허위사실 유포"라더니 "제가 다 잘못"

첫 보도 닷새 만에 공식 사과문이 나왔습니다. 사실상 A씨에게 김혜경 씨 관련 사적 업무를 시켰다는 점을 인정하며 사과의 뜻을 밝힌 겁니다. 그러면서도 두 차례나 강조한 건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이라는 점입니다.

지난 2월 2일 배 씨의 사과문 중

김 씨가 복용할 약을 공무원이 대신 처방 받아 수령했단 의혹 역시 김 씨가 아닌 자신이 복용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늦은 결혼과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라며 각각의 이유도 제시했습니다.

(김 씨도 같은 날 배 씨에게 여러 도움을 받은 점을 인정하며 "공과 사를 분명히 해야 했는데 부족했다"고 사과했습니다. 다만 자신의 지시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 김혜경 사실관계 언급 없어…"진정성 안 느껴져")

대선이 코앞에 다가온 가운데 사과문을 둘러싸고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 곳곳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검찰 "김혜경 지시로 공무원 사적 이용..배 씨 주장이 허위"

"피고인은 김혜경 씨의 지시를 받아
그 가족의 식사 등의 제공, 모임주선, 병원 방문 등
외부 활동에 필요한 차량 준비 등
다양한 사적 영역의 업무들을 관리·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등
공무 수행 중 김 씨의 사적 업무를 처리한 사실이 있었고,
경기도청 비서실 소속 직원으로부터 교부받은 호르몬 약을
자신이 먹은 것이 아니라 김 씨에게 전달해 줬다."
- 배 씨 선거법 위반 혐의 공소장 중

수사 결과, 검찰은 배 씨 주장을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배 씨가 김혜경 씨의 분당 수내동 자택을 수시로 오가면서 김 씨 일가족 관련 사적인 일들을 관리하고 지원했는데, 이런 일들은 사과문 내용처럼 충성심에 독자적으로 판단해 이뤄진 게 아니라는 겁니다.

검찰은 대신 "김혜경 씨의 지시를 받아" 사적 업무를 처리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여러 차례 김 씨 자택 앞에 음식이 배달되고 진료를 앞둔 김 씨를 병원에 데려가거나 아들 동호 씨의 퇴원 수속을 밟는 데에 경기도청 공무원이 동원된 정황 등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습니다. 그 뒤에는 김 씨가 있다고 검찰은 본 셈입니다.

김혜경, 사적 심부름 메시지 내용

경기도청 비서실 공무원이 대신 처방받아 건넨 약도 배 씨 주장과 달리 김 씨에게 전달됐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이 대표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배우자 김 씨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게 검찰의 최종 결론입니다. 경선 기간 김 씨와 민주당 측 인사들의 식사 비용을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결제하게끔 한 혐의에 대해서도 '김 씨의 지시로 일정을 잡았다'는 사실을 적시했습니다.

8달 전 "수사 과정에서 사실관계 명확히 밝혀질 것"..지금은?

강조했듯, 공소장 내용은 수사기관의 1차적인 판단일 뿐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다른 사실관계가 드러날 가능성도 얼마든지 남아 있습니다. 배 씨와 김 씨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 수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놓쳐선 안 될 대목입니다. 어느 쪽이 됐든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한 가지 궁금증은 남습니다. 당초 제기된 의혹은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다 자기 잘못일 뿐 김 씨 지시는 없었다고 뒤집혔던 배 씨의 현재 입장 말입니다.

지난 8월 30일 영장실질심사 당시 배 씨

앞서 글머리에 소개한 배 씨의 최초 입장문 마지막 문장은 "수사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질 것"이었습니다. 최근까지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힌 김 씨 측과 달리, 배 씨는 지난 2월 사과문 배포 이후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한 차례 청구됐다 기각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할 당시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을 뿐입니다.

수사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질 거라던 배 씨는 자신의 발언이 허위라는 결론을 담은 공소장을 어떻게 봤을까요? 기존 주장을 고수할까요, 아니면 또 다른 새 입장을 내놓을까요? 앞으로 열릴 재판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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