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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올해 가을, 한국 외교에 퍼펙트 스톰 몰아치나?

[취재파일] 올해 가을, 한국 외교에 퍼펙트 스톰 몰아치나?
올해 가을, 한국 외교에 폭풍우가 몰아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 국가들의 중요한 내부 일정이 가을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시간순으로 보면 아베 전 일본 총리의 국장이 9월 27일 예정되어 있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중국의 제20차 당 대회는 10월 16일 개막한다. 하원 의석 전체, 상원의 3분의 1가량을 새로 선출하는 미국의 중간선거는 11월 8일에 치러진다.

외교가에서는 각국이 중요 정치 이벤트를 치른 이후 그동안 자제해왔던 대외 정책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입장에서는 부정적 청구서들이 날아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며 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일본에선 아베 전 총리의 피격이라는 급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9월 27일 국장이 치러진 이후,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추모 분위기 속에 역사 수정주의와 신국가주의 성향의 이른바 '아베이즘'이 다시 힘을 받게 된다면 한일 관계 개선은 요원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베 전 총리 조문 행렬

올해 가을에 집중된 주변국의 국내 이벤트

한중 관계는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불구하고 경제 보복이 철회되지 않는 등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중국 견제를 본격화한 미국에 밀착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노선에 한국이 올라탄 모습인데, 중국 측은 관영지를 중심으로 말폭탄을 쏟아냈지만 정부 차원의 대응 움직임은 그동안 거의 없었다. 외교가에선 중국이 제20차 당 대회라는 국가적 이벤트를 앞두고 대응을 자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같은 맥락에서 20차 당 대회 이후 중국이 눈엣가시 같은 한국에 대해 경제 보복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진핑

북한의 제7차 핵 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은 지난 5, 6월부터 제기됐다. 하지만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주요 이유로 중국의 제20차 당 대회를 꼽는다. 시진핑의 3연임이라는 중대 이벤트를 앞두고 동북아에 미국 등이 관여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중국이 북한의 핵 실험 자제를 설득해온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7차 핵 실험은 "6 더하기 1이 아니다"(김성한 국가안보실장)는 말처럼 단순한 고도화를 넘어 본격적 무기화로 접어드는 것인 만큼,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할 경우 미국 등의 관여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만큼 중국은 더욱 적극적으로 북한의 핵 실험을 만류해왔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 20차 당 대회가 끝나면 빗장이 풀리게 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우려는 현실화되나

윤석열 정부는 그 어느 정부보다 한미 동맹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유일한 동맹국이 미국을 뒷배 삼아 외교의 전략적 자율성을 넓히겠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일각에서 굴종적이다는 비판까지 나왔던 문재인 정부의 대중국 외교의 극복 방안도 한미 동맹 강화에서 찾은 듯하다. 중국이 미국이라는 뒷배를 의식해 한국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였을 테다. 하지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한국의 구상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미국도 호응해야 한다. 동맹의 가치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면 2024년 대선을 위해서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에 더욱 방점을 찍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외교 문제보다 자국 내 이슈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런 전망 내지 우려가 한 번에 현실화되면 한국 외교는 말 그대로 퍼펙트 스톰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시간상 가장 마지막에 나올 것 같았던 우려가 가장 먼저 현실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움직임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 인플레감축법 서명

자국 우선주의 강화하는 미국…강제징용 해법 요구하는 일본

그런데 미국의 현재 자국 우선주의 움직임은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가치와 동맹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지만 중국에 대한 기조, 그리고 자국 우선주의는 트럼프 행정부와 다를 게 없다. 동맹을 통한 중국 견제는 미국이 대부분 부담했던 부담을 동맹국에 분산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미국 우선(America First)'을 외쳤던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보다 세련된 형태일 뿐 본질은 동일하다는 의미다. 중간선거에서 미국 민주당이 승리하더라도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움직임을 강화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대비가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강제징용 현금화 문제 주심이었던 김재형 전 대법관의 퇴임으로 일단 한일 관계 해결을 위한 외교적 시간은 벌었다. (강제징용 문제 현금화 문제는 당위적으로 빨리 해결되어야 할 문제지만, 외교적 해법 모색을 위한 시간 확보라는 측면에서의 평가다) 일본 측은 '강제징용 현금화' 문제의 해결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해당 문제의 해결 또는 일단락 전에는 한일 정상회담 논의를 진전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현금화 문제의 사법적 해결이 유보되면서 한일 정상이 이번 달에 있을 유엔 총회에 참석한다면 최소 약식 회담, 소위 풀어사이드 회담은 열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기로에 선 한국 외교에 드리운 먹구름

한일 관계는 윤석열 정부에 있어서 북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하나의 해법이라는 측면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시 '한미일 간의 협력 강화'를 반복해서 언급해왔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대응이다. 이런 대응은 중국에 대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명분이기는 하지만, 한미일 공조 강화는 중국에 대한 견제 내지 압박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이런 한미일 공조 강화에 중국이 부담을 느낀다면, 공조 강화의 명분이 되는 북한의 미사일 및 핵 개발 저지를 위해서 중국이 적극 나서라는 메시지다.

하지만, 한미일 공조 강화라는 북한 문제에 대한 대응 방식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한일 공조 강화가 전제 되어야 한다. 미국을 매개로 한 한미일 공조 강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될수록 북한 문제는 미국의 외교에서 더더욱 후순위로 밀릴 수도 있기에, 한미일 공조 강화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일 관계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방안을 마련하라는 식으로 뒷짐을 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일 공조 강화와 유엔에서의 약식회담 가능성이 한국 정부에 달린 형국인데, 상황에 따라 한일 관계 복원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는 일본에 대한 일방적 짝사랑이 될 가능성도 있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으로 남북, 한미, 한중, 한일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누구도 확언하기 힘들다. 하지만, 양자 문제 해결 방안 찾기도 만만치 않은데, 시험 날짜는 한데 모여 있는 형국이다. 누구도 미래를 예견할 수는 없지만, 이번 가을 나아가 겨울에 한국 외교가 기로에 서게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외교 문제 해법을 찾고 현실화시키기 위해선 국내의 지지 기반, 즉 대통령의 지지율이 단단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긍정 평가가 30%대에 머물고 있다는 건 한국 외교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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