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의 복원 의지를 여러 차례 천명했지만 현재의 한일 관계는 경색 상태입니다. 특히 초계기·레이더 분쟁,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비정상적 운영 등 민감한 군사 이슈로 인해 한일 두 나라는 군사적으로 앙숙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와중에 일본이 오는 11월 6일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국제 관함식에 우리 해군을 초청했고, 우리 정부는 참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데 이번 한 주 을지프리덤실드 훈련으로 인해 국방부 정례 브리핑이 없던 관계로 관함식 참가와 관련한 우리 국방부의 입장은 분명하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일본은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정부 대변인인 관방상은 "현재 한일 관계에 비춰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했고, 해상 막료장은 "레이더 문제를 확실히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집권 자민당에서는 "한국 해군의 일본 초계기 대응 지침을 파기하라"며 목청을 높였습니다.
정부와 집권 여당의 입장이 서로 조금씩 다르고, 해상 막료장은 말을 하다가 멈춘 듯 진의가 모호했습니다. 일본의 백가쟁명식 주장은 그제 방위상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다소 정리된 것 같습니다. 관함식에 한국을 포함한 서태평양 해군 회의(WPNS·Western Pacific Naval Symposium) 회원국을 초청하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레이더 분쟁 등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것입니다. 투 트랙의 솔루션입니다.
관함식과 레이더 분쟁은 별개
하마다 방위상은 이어 "2018년 12월 20일의 화기관제 레이더 조사 사안에 관한 방위성의 입장은 2019년 1월에 공표한 최종 견해대로"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한국 측의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앞으로 대강의 계획을 소개했습니다.
종합하면 일본 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과 우리 함정의 레이더 조사 분쟁은 관함식과 별도로 해결책을 찾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일본이 오는 11월 WPNS를 주최하고 자동적으로 연계해 국제 관함식을 개최하니 자연스럽게 WPNS 회원국인 한국을 초청했다는 것입니다.
예측 가능한 우리 정부의 선택지
하마다 방위상은 "기본적으로 WPNS의 모든 회원국을 관함식에 초대하도록 돼있다"며 다시 한번 한국 초청의 당위성을 전제한 뒤 "(기자가 질문한) 지침에 대해서는 현재 한국 측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고, 사실관계에 맞춰 적절하게 대응해 나갈 생각"이라고 답했습니다.
우리 군의 레이더 지침을 물었는데 하마다 방위상은 먼저 WPNS 회원국 전체에 대한 관함식 초청의 당위성부터 강조했습니다. 그런 다음에야 지침에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통제하기 까다로운 중국과 북한이 역내에서 꿈틀댐에 따라 한미일의 강화된 안보협력이 요구되는 가운데 일본이 WPNS 계기의 관함식에 회원국인 한국을 부르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일본은 관함식 참가 여부의 공을 우리 정부에 넘겼습니다.
하마다 방위상은 우리가 관함식에 참가하든 말든 초계기·레이더 분쟁은 스스로 굴러가는 이슈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우리 군의 대일 레이더 지침의 존재가 새로 드러났으니 분쟁의 초점이 이에 맞춰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를 천명한 터라 관함식 참가와 초계기·레이더 분쟁의 향방은 예측하기 어렵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