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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포트] 디자이너에 국내 1호 박사까지…편견 · 어려움 딛고 선 자폐인들

건물 앞에서 한 바퀴, 사무실 도착해서도 또 한 바퀴.

[ 양우진/디자이너 : 안녕하세요. ]

여느 직장인과 사뭇 다른 모습으로 출근하는 양우진 씨는 자폐성 장애를 지녔습니다.

말보단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게 편한 우진 씨는 7년 차 베테랑 디자이너입니다.

[ 양우진/디자이너 : 팀장님 여기요. 날개 뒤쪽에 있는 디테일 살려줘야 해. ]

수첩 등 각종 문구류부터, 청첩장이나 기업 물품까지 디자인 범위도 다양합니다.
 
[ 양우진/디자이너 : 실제 제품을 마주하면 신기하고 기뻐요. 가장 기억에 남는 디자인이 있으세요? 동물 그림 연필 세트예요. ]

우진 씨가 일을 할 수 있던 건 주변의 따뜻한 관심 속 찾아온 우연한 기회 덕이었습니다.

[ 박현자/양우진 씨 어머니 : 선생님이 책을 한 권 내시면서 그 책 안에 프로필 사진에 우진이가 그린 그림을 대신하신 거예요. (회사 관계자가) 그걸 보시고 이제 '한번 불러봐라'해서…. ]

우진 씨만의 속도로 업무에 적응하며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 박현자/양우진 씨 어머니 : 한 번은 무정차를 해서 지하철이 그냥 가는 바람에 밤늦게까지 수서역에 혼자 종착역에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그 직원이 저한테 연락을 해서 데리러 가고…. ] 

적성을 살려 구한 일자리는 우진 씨와 그 가족이 변화하고, 또 자립할 수 있는 원천이 됐습니다.

[ 박현자/양우진 씨 어머니 : (우진이가) 엄마 눈을 바라보고 인사해요. 직장을 다니니까 이런 변화가 생기는구나. 의젓한 사회인으로 하다 보니 가족들도 좀 더 여유가 생겨서…. ]

자폐인으론 국내 최초 박사 학위를 받은 윤은호 씨.

[ 윤은호/문화콘텐츠학 박사 : 지금 시간이 아마 역사적인 순간이실 거예요. 한국 대학에서 자폐성 장애인이 강의하는 첫 시간이 될 것 같고요. ]

좋아하는 만화 등 문화 콘텐츠학을 연구한 지 15년, 강단에 선 지는 3년쨉니다.

[ 윤은호/문화콘텐츠학 박사 : 강의를 잘했다는 말을 하면 저도 기분이 좋죠. (학생들이) '배워간다. 공부가 된다'라고 얘기했을 때 제일 힘이 나죠. ]

하지만 강단에서도 편견 어린 시선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 윤은호/문화콘텐츠학 박사 : '(학생 중에) 자폐 당사자인 걸 알리지 않고 강의하면 어쩌냐' 고 해서 제가 이제는 강의계획서에다가 자폐를 가진 사람이 강의하는데 유의하라고 얘기를 해요. 이것만 봐도 사실은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학생들이…. ]

학생들의 강의 후기를 참고하고 최신 학계 흐름에 맞춰 가르치는 일에 몰두하면 사회적 편견도 자연스레 사라질 거라고 말합니다.

[ 윤은호/문화콘텐츠학 박사 : 언어 교정을 하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사실 사회가 장애에 대해서 여전히 극복해야 할 상태로 만드는 거잖아요. 제일 중요한 건 PPT나 강의 내용을 더 보완해서 더 많은 내용을 아실 수 있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에게 전하는 두 사람의 조언입니다.

[ 윤은호/문화콘텐츠학 박사 :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를 통해서 다른 사람과 친밀해질 수 있는 어떤 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 ]

[ 양우진/디자이너 :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날마다 해보세요. ]

( 취재 : 신용식, 영상취재 : 김승태, 편집 : 박지인, CG : 최하늘, 제작 : D콘텐츠기획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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