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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최영함 통신두절의 전말…고질적 '안보의 정치화'

[취재파일] 최영함 통신두절의 전말…고질적 '안보의 정치화'
해군 제7기동전단 소속 충무공 이순신급 6번함 최영함은 2011년 1월 아덴만 여명작전의 주역으로 유명합니다. 3년여 뒤인 2014년 12월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던 길에 눈 폭풍을 만나 '얼음 군함'이 되기도 했습니다. 2019년 5월 홋줄 절단 사고로 5명의 사상자를 낸 적도 있습니다. 지난 1월에는 아덴만에서 승조원의 10%가 코로나19에 집단감염돼 가족들과 군 지휘부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2014년 '얼음군함'의 모습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입항하는 최영함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모든 부대가 고생하지만 최영함은 유독 임무 중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습니다. 지난달 5일에는 서해에서 훈련하다 이른바 음영구역에 접어들어 통신이 두절됐습니다. 최영함 장병의 실수가 화근이었나 봅니다. 다행히 3시간 만에 통신이 재개돼 무사 귀환했습니다. 최영함 통신 두절은 당일 합참 작전본부에까지 정상적으로 보고됐습니다. 기강을 바로 잡고 재발을 막기 위한 일벌백계의 절차가 진행됐습니다.

사나흘 전 모 매체의 보도도 나왔고 그 정도로 마무리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어제(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치며 대형 사건으로 증폭됐습니다. 야당의 일부 국방위원들은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보고를 못 받았다는 이유로 "심각한 안보 공백", "경천동지할 일"이라며 몰아붙였습니다. 군 이슈를 정치 이슈화해서 정권을 공격하는 우리 정치권의 고질병입니다. 구조적 문제 혹은 일정 수준의 사고가 아닌 이상, 그리고 각 군에서 자체 해결이 가능한 병가지상사는 장관 보고 사안이 아닙니다. 진정 안보 공백을 걱정했다면 국방위원들은 안보 공백 호통이 아니라 통신 두절은 왜 발생했고, 후속 조치는 어떠했으며, 재발 우려는 없는지를 질의했어야 했습니다.
 

최영함 통신두절의 전말

지난달 5일 새벽 훈련을 마치고 복귀하던 최영함이 서해의 음영구역, 즉 통신이 잘 안 되는 해역에 진입했습니다. 7기동전단이 여러 통신 수단을 동원해 최영함과 교신을 시도했습니다. 통신은 3시간 만에 이뤄졌습니다. 음영구역 진입 시 교신망을 바꿔야 하는데 장병들 실수로 망 변경이 안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5일 당일 7기동전단은 해군작전사령부에, 해군작전사령부는 합참 작전본부에 해당 건을 각각 보고했습니다. 해군 전비태세검열단은 통신 두절의 원인과 재발 방지책을 찾기 위해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최영함이 3시간 동안 통신 두절을 겪은 것은 실책임에 분명하지만 이후 작전사령부 및 합참 보고, 그리고 후속 절차는 정상적으로 돌아갔습니다.

장관이 군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속속들이 알면 좋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최영함 통신 두절도 장관 보고 사안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합참의 한 장교는 "엄정하게 말하면 장관 보고 대상은 아니"라며 "최영함의 실수에서 교훈을 도출해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고, 규정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평시를 막론하고 불확실성이 다반사인 군에서 함정 1척의 3시간 통신 두절 후 복구, 이후의 대처와 조치는 조사 결과가 나온 후에 장관이나 의장에게 알려도 무방하다는 것이 장교들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야당의 몇몇 국방위원도 이에 동의합니다.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 작전을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온 최영함

반복되는 안보의 정치화

어떤 정부에서든 야당은 매의 눈으로 군을 응시합니다. 군이 작은 허점이라도 보이면 야당은 달려듭니다. 군을 딛고 국방부, 그리고 최종적으로 통수권자를 공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깁니다. 어제도 야당의 한 국방위원은 "대통령도 모르고 있었겠네요"라며 통수권자에게 공세의 칼끝을 겨눴습니다. 국방위원이라면 해군 수상함정 150여 척 가운데 1척의 3시간 통신 두절 후 복구는 통수권자는커녕 장관 보고 사항도 아니란 것을 잘 알 텐데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이종섭 국방장관과 김승겸 합참의장은 어제 절실히 느꼈을 것입니다. 정치권 앞에서 안보와 군의 가치 중립, 정치 중립은 휴지조각이나 다름없습니다. 특히 야권에게 안보와 군은 정권을 공격하기 위한 기막힌 수단입니다. 진보나 보수나 마찬가지입니다. 장관, 의장, 참모총장, 사령관들이 굳건히 정치 중립을 지키며 치밀하게 지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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