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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반짝 나타난 '안도 랠리'…'스태그플레이션 먹구름'에 가릴까?

연이은 자이언트 스텝…호재가 된 경기 침체

코스피 지수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눅 들었던 금융시장이 지난 달 반등하면서, 이제 주가가 바닥을 찍고 본격 상승세로 돌아선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한 주 내내 상승하면서 2천452로 장을 마감했다. 7월 4일 기록한 저점 대비 7.6%가 올랐고, 6월 말보다는 5.09%가 상승했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7월 한 달 동안 6.7%, 나스닥지수는 12.4%가 오르면서 2년여 만에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

미국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52년 만에 최악의 상반기를 보냈던 미국 증시가 하반기 첫 달에 반등한 것은 대장주 애플과 엑손 모빌, 쉐브론 등 석유 공룡들이 최고의 실적을 낸 영향이 크다. 여기에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지난달 27일 0.75%p의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물가와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다소 온건한 모습을 보이면서 얼어붙었던 투자심리를 완화시켰다. 또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미국 연준이 통화긴축 속도를 조절하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미국 연준은 연초 0-0.25%로 제로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를 3월 0.25%p, 5월 0.5%p, 6월 0.75%p, 7월 0.75%p 숨 가쁘게 인상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0%로 한국의 기준금리 2.25%보다 높아졌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 우려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두 달 연속 0.75%p 금리 인상이라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8월에는 열리지 않는다. FOMC가 오는 9월 말인 20일과 21일 열릴 예정임에 따라 앞으로 두 달 가까이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조치가 없을 것이라는 점은 안도 랠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수그러들지 않는 물가 상승 추세…"연말 미국 기준금리 3.5% 간다"

미국의 개인 가처분 소득과 소비지출, 소비지출 가격지수

우리 시간으로 지난주 금요일 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미국의 6월 개인소비지출(PCE: 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 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6.8%, 한 달 전보다는 1.0%가 올라 1982년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979년 이란 혁명으로 몰아닥친 2차 석유파동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던 시기와 같아진 것이다.

변동성이 높은 석유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 지수는 전월보다 0.6%, 전년 동기보다는 4.8%가 올랐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보다 각각 0.1%p씩 높은 수치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6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9.1% 급등한데 이어 미국 연준이 주로 참조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도 급등하면서 오는 9월 21일 미국 연준이 또 한 번의 자이언트 스텝을 취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2분기 미국의 고용비용지수(ECI)도 1.3%가 올라 2001년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였던 지난 1분기 1.4%와 맞먹었다. 임금 인상이 그만큼 가파르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이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현재 2.25%인 기준금리를 얼마나 인상할지 결정한다. 지난달 13일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p나 인상한 한국은행은 미국의 기준금리보다 낮아진 한국의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9월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소한 0.5%p 이상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한은이 또다시 0.5%p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 모두 1년에 8번의 공개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미국은 올해 9월과 11월, 12월 세 번의 FOMC를 남겨 두고 있다. 한국은행은 8월 금통위에 이어 10월과 11월 금통위를 개최한다. 미국이 연말 기준금리를 3.5%로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은행도 올해 안에 1.25%p 이상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현재 2.25%인 한국의 기준금리를 미국 기준금리 수준에 맞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지난달 27일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9월에도 또 한 번 큰 폭의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9.1%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연 2%로 끌어내리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밝히면서 미국 연준이 보유 자산규모를 6월부터 8월까지 한 달에 475억 달러씩 축소하고, 9월부터는 한 달에 950억 달러씩 축소하는 테이퍼링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통화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는 데 최대 2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연준의 통화긴축은 계속되고, 이는 자산시장에 상당 기간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태그플레이션 피할 수 있을까?…세계 경제의 험난한 경로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추이

미국의 경제학자 어빙 피셔(Irving Fisher)는 기업을 경영하면서 물가 상승률에 연동해 직원들의 봉급을 주는 시험을 했다고 한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오르면 봉급을 그만큼 올려주고, 물가가 내리면 그만큼 봉급을 깎는 방식이다. 피셔는 직원들이 인플레이션으로 봉급을 올려 주면 좋아하지만, 디플레이션으로 봉급을 깎으면 싫어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돈의 착시(Money Illusion)로 표현했다. 구매력 기준으로 봉급에는 차이가 없는데 받는 돈의 양이 적어지면 싫어하고 많아지면 좋아하는 현상을 말한 것이다.

올 들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으로 떨어지는 돈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금융시장을 저격하는 저격수가 됐다. 미국은 물론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했던 유럽중앙은행(ECB)까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들은 지난 2020년 초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무제한으로 돈을 풀면서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을 달아오르게 했던 것과는 정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돈의 착시에 사로잡혀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던 중앙은행들에 호감을 표하다 돈의 가치를 올려주려 하자 적대감을 드러내는 셈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최근 움직임은 인플레이션을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인플레이션 심리가 만연해 걷잡을 수 없이 물가가 오르고,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해 화폐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궁여지책인 셈이다.

지난해 말부터 나타난 물가 상승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공급 여력 축소에도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막대한 규모로 돈을 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 연준의 보유 자산 규모와 GDP 대비 비율

미국 연준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 대처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양적완화(QE: Quantitative Easing)를 단행해 유사 이래 1조 달러였던 연준의 자산규모를 4조 달러로 늘렸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연준의 자산규모는 8.9조 달러로 확대됐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는 한편 시중의 국채와 모기지 채권 등을 사들이면서 2년 동안 4.9조 달러, 우리 돈으로 6천4백조 원을 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풀린 돈은 주식과 부동산, 원자재 시장에 유입돼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는 해석이다.

미국 연준은 지난해 10월부터 인플레이션이 시작됐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하고 지난 3월에야 통화긴축을 단행하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진단도 조치도 늦어졌다는 비판에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책은 그만큼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 집값을 떨어트리고,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수요를 줄여 상품의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이다.

성장률-물가 좌표평면. 성장률을 가로(x)축으로 물가를 세로(y)축으로 했을 때, 성장률과 물가가 상승하는 우측 상단은 '고물가 고성장', 성장률은 하락하고 물가는 상승하는 좌측 상단은 '고물가 저성장', 성장률과 물가가 하락하는 부분인 좌측 하단은 '저물가 저성장', 성장률은 상승하고 물가가 하락하는 우측 하단은 '저물가 고성장'을 나타낸다.

미국 연준은 금리를 올리고 통화량을 축소하는 긴축 정책을 쓰면서도 아직 미국 경제가 침체 상황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경기를 급격하게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물가를 안정시키는 위 표에서 4/4분 면에 해당하는 최상의 결과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미국 경제는 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면서도 소비는 둔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침체 속의 인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 그림에서 2/4분 면에 해당하는 상황이다.

1980년대 초 석유파동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는 5%였던 기준금리를 19%까지 올리면서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성공했지만, 급격한 경기 위축을 불러일으켰다. 위 그림에서 3/4분 면에 해당하는 결과다.

미국 기준금리(파란색 선)와 다우지수(검은색 선)

40년 만에 처음 나타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 연준의 강력한 통화긴축이 어떤 결과로 마무리될지 불확실하다. 하나 확실한 것은 통화긴축으로 경기둔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고, 경기 둔화가 나타나면 시장 지배력이 강하고 견실한 경제주체들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되고, 기초 체력이 약하고 부실한 기업과 가계는 도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목표는 통화가치를 유지하면서 최대의 고용을 창출하고, 금융 안정을 꾀하는 데 있다. 하지만, 효과를 장담할 수 없고,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통화정책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장담할 수 없다. 지금 각국 중앙은행들은 고용 창출과 시장 안정보다는 통화가치를 유지하는데 통화정책의 제1 목표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에게 결코 우호적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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