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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발칵 뒤집은 난징 전범 위패…"악몽에 시달려서"

"대학살이 일어났던 난징의 한 사찰에 주범인 일본군 전범들을 기리는 위패가 봉안돼 있다."

지난 21일 중국 SNS에 위패 사진과 함께 올라온 게시물에 중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중국 장쑤성 난징시 쉬안짱(현장)사에서 찍은 위패 사진에는 난징 대학살의 주범인 마쓰이 이와네, 다니 히사오, 노다타케시, 다나카 군키치 등의 이름이 쓰여 있었습니다. 난징 대학살은 중일전쟁 당시인 1937년 12월~1938년 1월 국민당 정부의 수도였던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 사령관 마쓰이 이와네 휘하의 병사들이 주민과 포로를 무차별 학살한 사건입니다. 중국은 30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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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징 쉬안짱사에 봉안된 일본군 전범 위패 (출처 : 난징신문 캡처)
 

"일본군 만행에 악몽…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대학살 현장에 주범을 기리는 위패가 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은 중국인들은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습니다. 사찰에 대한 비난과 함께 일본 전범 위패 봉안을 부탁한 '우아핑'이라는 인물을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장쑤성 난징시 당국은 부랴부랴 쉬안짱사의 주지 스님과 책임자, 담당 공무원 전원을 면직하는 징계를 내렸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위패 논란이 불거진 지 사흘 만에 우아핑의 정체가 드러났습니다. 22일에 체포된 우아핑은 1990년 푸젠성에서 태어난 여성이었습니다. 10살 때 난징으로 이사 온 그녀는 베이징에서 대학을 다닌 뒤 2013년 난징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습니다. 이후 2019년 일을 그만둔 뒤 우타이산에 있는 한 사찰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우아핑은 2017년 12월 쉬안짱사를 찾아 6명의 위패를 모실 것을 의뢰했습니다. 사찰에서 이들과의 관계를 묻자 친구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위패를 봉안하기로 하고 모두 3천 위안(약 58만 원)을 사찰에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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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 위패를 봉안한 우아핑 (출처 : 난징신문 캡처)

위패 봉안을 한 이유에 대해 우아핑은 '악몽'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군 전범들의 만행을 안 이후 그녀는 오랫동안 정신적 충격과 악몽에 시달렸으며 특히 2017년 3월 이후에는 불면증과 불안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여러 차례 찾았고 약까지 복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불교를 접한 뒤 전범을 봉안함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나자"라는 생각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국은 "우아핑이 잘못된 인식과 이기적인 동기에서 전범을 봉안했다"며 "악을 징벌하는 불교의 교리를 어겼을 뿐 아니라 민족감정을 크게 해친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사주를 받거나 다른 사람과 공모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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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아핑은 봉안을 의뢰하면서 친구 관계라고 거짓말을 했다 (출처 : 난징신문 캡처)

"돈만 받으면 위패 봉안"

 
당국의 발표 이후에도 중국 네티즌들은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우아핑이 내세운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고, 정신장애로 인해 처벌을 면제받는 것 아니냐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돈만 받으면 위패를 봉안해주는 사찰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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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안짱사에 봉안된 위패들 (출처 : 난징신문 캡처)

중국 공산당 기관지 관찰자망은 24일 중국불교협회의 통계를 인용해 2020년 기준 중국에는 32,600개의 기존 사찰이 있으며 그 중 20% 이상이 상업화됐으며 주로 베이징, 상하이, 저장성, 허난성, 쓰촨성 및 기타 지역에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찰들은 일반적으로 입장료와 헌금, 기부, 향 등 물품 판매를 통해 수입을 얻는데, 입장료와 물품 등이 과도하게 비싼 가격 때문에 제재를 받은 뒤 제사와 법회, 위패 봉안 등이 사찰의 주요 수익이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찰자망은 최근 위패 봉안에 온라인 전자 시스템이 도입됐는데, 봉안 의뢰자는 사찰이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에 성명을 적어 제출하고, 봉안료를 송금하는 것만으로 봉안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쉬안짱사가 지난 2월 문제의 위패를 발견했지만, 사실을 줄곧 은폐해왔다는 것이 드러났고 주지 스님이 여러 부당 이득에 연루됐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다른 지역의 정부들은 사찰에 봉안된 위패의 신원을 확인해 보고하도록 하는 등 전수조사에 돌입했습니다. 개인의 소행으로 드러났지만, 이번 사건이 중일 관계 악화 속에서 중국인의 반일 감정과 애국주의를 더욱 자극한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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