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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페셜리스트] 스리랑카 망친 ESG?…대세가 "사기" 혹평받는 까닭

살인적 물가 상승에 식량 수입할 외화가 떨어져 밥 굶는 처지가 된 스리랑카의 성난 민심, 급기야 대통령을 몰아내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코로나로 관광산업이 붕괴되고 정부는 심각히 무능했는데, 최근 'ESG가 스리랑카를 망쳐놓았나'라는 지적이 제기돼 눈길을 끕니다.

ESG는 돈만 좇는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윤리적 기업에 투자하자는 개념으로,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평가합니다.

투자의 기준이 되면서 전 세계 ESG 펀드 규모는 매년 급증했고, 우리나라도 ESG채권 발행 잔액이 3년 만에 100배 이상 늘었습니다.

기업들도 앞다퉈서 ESG 위원회를 신설했습니다.

스리랑카 얘기로 다시 가볼까요.

IMF와 세계은행 등 서방 선진국 채권자들은 채무자인 스리랑카에 대세로 떠오른 ESG 강화 권고했는데 이게 도화선이 됐습니다.

스리랑카 정부는 작년 4월 유기농법을 도입하겠다며 화학비료 수입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친환경이라는 취지야 좋지만 비용을 감당 못해 농업을 포기하는 농민이 속출했고, 쌀 생산량은 급감해 식량 위기까지 치달았습니다.

ESG 점수는 만점에 가까울 정도로 높아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가 경제는 몰락한 겁니다.

물론 'ESG=곧 국가부도'라는 건 비약이겠지만 ESG에 대한 회의론이 부쩍 는 것이 사실입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CEO, ESG 신봉자였죠.

"화석연료 기업에는 투자를 중단하겠다"던 그였지만 최근 돌연 "기후변화 대책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친환경 전기차 1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 여러 지표들을 다 합쳐 평가하는 방식 때문에 S&P 500 ESG 지수에서 탈락하자 "ESG는 사기"라고 혹평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변화, 왜일까요?

우선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서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의 위협 속에 방위 산업체를 투자대상에서 빼는 게 맞냐는 문제 제기가 나왔고, 전쟁으로 원유값이 치솟으면서 화석연료 에너지 기업 주가는 올랐고 ESG 주력 자산 수익률은 떨어졌습니다.

ESG 관련 자금 유입액은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습니다.

인플레이션도 큰 이유입니다.

금리상승 등 가뜩이나 원가 부담은 커지는데 ESG로 인한 추가 비용이 부담인 거죠.

'위장 친환경', 그린워싱에 대한 실망감도 작용했습니다.

친환경 회사에 투자하는 ESG 펀드, 들여다보면 친환경이 아닌 기업이 다수라는 겁니다.

미국 SEC는, 골드만 삭스가 ESG를 과장해 투자자를 호도하고 있다며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우리 기업들 중에서도 5억 달러 녹색채권 발행한 한국전력이 동남아 석탄발전소에 투자하거나, ESG모범생을 표방하는 SK의 호주 해상 가스전 투자, RE100을 선언한 현대자동차의 LNG 발전소 건설 등이 그린워싱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과도기를 맞은 ESG, 결국 마케팅 용어이자 환경이데올로기냐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상황,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본질은 변함이 없는 만큼 문제점을 보완하고 평가기준을 재정비할 때입니다.

(기획 : 조지현,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전경배·김용우, 영상편집 : 하성원, CG : 반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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