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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한 선원 북송 톺아봤다…"강제북송" vs "추방"

[취재파일] 북한 선원 북송 톺아봤다…"강제북송" vs "추방"
2019년 11월 7일, 정부는 북한 오징어잡이 선원 2명을 선장과 선원 등 모두 16명을 살해한 혐의로 북한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사건은 지금, 정국의 한복판으로 소환됐습니다. 같은 사안임에도 설명이 180도로 달라졌습니다. 검찰 수사는 시작되었고, 법적인 판단은 내려지겠지만, 그전에 최소한의 맥락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주장과 주장이 맞부딪히는 상황에서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 3년 전 그 사건, 당시 정부 설명 어땠나

 
통일부

통일부는 북송 사건이 알려진 지 8일 만인 2019년 11월 15일 국회 외통위에 사건 개요와 배경을 정리해 보고했습니다. 당시 정부가 국회에 정식으로 제출한 자료인 만큼 이 자료를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보겠습니다.

2019년 11월 2일 오전, 해군 특공대는 동해 NLL 남쪽 37km 부근에서 동해 NLL을 넘나든 북한 오징어잡이 어선 한 척과 선박에 타고 있던 20대 남성 2명을 나포했습니다. 정부는 당시 이들이 "이틀간 통제에 불응하면서 동해 NLL을 넘나"들어 추적한 끝에 생포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추방은 "관계기관 합동정보조사를 바탕으로 국가안보실이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결정"했습니다.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흉악범이며, 귀순의사에 진정성이 없"어서라고 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해당 오징어잡이 선박은 선장과 선원 등 19명이 승선해 8월 중순 김책항을 떠났습니다. 이후 러시아와 북한 해역에서 어로 작업을 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약 두 달 뒤인 10월 말쯤입니다. 이들 선원 2명은 다른 공범 1명과 함께 가혹 행위를 이유로 선원 2명 및 선장을 살해했고, 이후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동료 선원 13명을 차례로 살해한 것으로 정부는 파악했습니다. 3명이 13명을 선박에서 살해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당시에도 질문이 나왔던 것입니다. 정부는 선박 공간이 격리되어 있었고, 자고 있던 선원들을 교대 근무를 이유로 불러내 유인한 후 순차적으로 살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바로 남하한 것은 아닙니다. 선원 3명은 도피자금 마련을 위해 어획물을 처리할 목적으로 10월 말쯤 김책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1명이 북한 당국에 체포됐고, 남은 2명은 다시 바다로 달아나게 됩니다. 그리고 며칠 뒤 벌어진 것이 우리 해군에 의한 나포였습니다.

당시 정부는 나포 사흘 만인 11월 5일 북측에 선원과 선박을 넘기겠다고 통지했습니다. 2일 나포 시점과 5일 북측 통보 시점 사이에 추방 결정이 내려진 것입니다. 북측은 우리 측 통보를 받은 지 하루만인 6일 선원들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7일 오후 3시 10분쯤 북한 선원 2명은 경찰 특공대에 의해 북측으로 추방됩니다. 이들이 탔던 오징어잡이 선박은 8일 동해 상에서 북측으로 넘겨졌습니다.
 
[2019년 11월 외통위 자료를 토대로 한 사건 개요]

8월 : 오징어잡이 어선, 김책항 출항 (19명)
10월 말 : 선원 3명, 선장 가혹 행위에 불만.
1차로 선장과 선원 2명 살해 -> 교대 근무로 유인해 14명 순차적으로 살해
10월 말 : 선원 3명, 김책항 입항. 공범 1명 북한 당국에 체포되자 2명 도주.
10월 31일 : 선원 2명, 우리 해군에 포착
11월 2일 : 선원 2명, 해군에 나포
11월 2~5일 : 정부 합동조사 및 추방 결정
11월 5일 : 정부, 북측에 선원 추방 입장 통지
11월 6일 : 북측, 인수 의사 확인
11월 7일 : 정부, 판문점으로 선원 2명 추방
11월 8일 : 오징어잡이 선박 북측에 인계
 

[2] 북송 사진이 공개됐다…180도 달라진 판단, 그리고 팩트

 
3년 만에 이 사건이 전면에 등장한 것은 북송 장면이 담긴 사진 10장이 12일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통일부는 국회의 요구로 북송 사진 10장을 공개했다고 밝혔습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13일, 사진 공개 배경에 대해 "특별한 의미는 없다. 국회에서 자료 요청이 있어서 전달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주민 송환 사진이 공개된 전례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관행인 것 또한 아닙니다. 탈북민의 입국도 송환도, 대게는 비공개로 부쳐진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공개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대통령실 강인선 대변인은 사진 공개 다음날 3년 전 북송 사건을 "반인도적, 반인륜적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낱낱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들 선원들이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은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던 문재인 정부의 설명과는 너무나 다르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어쨌거나, 사진은 3년 만에 새롭게 공개된 '팩트'입니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이들은 포승 줄에 묶이고 안대를 한 채 판문점 남측 대기실에 있다가, 경찰 특공대에 제압당한 상태로 북측에 인계됐습니다. 적어도 군사 분계선을 넘어가는 그 시점에서 송환을 완강하게 거부한 정황이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다만 대통령실 발표 중에 짚고 넘어갈 것은 있습니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는 설명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2019년 11월 14일 통일부가 언론에 배포한 설명 자료를 인용하겠습니다.
 
[2019년 11월 14일 통일부 설명자료]
o 장관은 11.7 외통위에서 "우리 해군에 의해 제압된 직후 '귀순의사를 표명'했으나, 그들의 귀순 동기, 도피 행적, 정황 등을 종합 고려했을 때 귀순의사의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명확히 보고한 바 있음.
* '귀순의사의 진정성' 판단에는 추방자들의 귀순의사 표명이 당연히 전제된 것임.
 
풀어서 이야기하면, 나포된 이후 남측에 남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은 맞지만, 애초 남측에 올 계획은 아니었다고 보고 그 진정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체포된 이후 자필로 귀순 의향을 밝혔다는 점도 2019년 외통위를 통해 이미 공개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이들이 송환 직전 극렬하게 저항했다는 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16명 살해 혐의를 이례적으로 상세히 설명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것 역시 선택적인 정보 공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정부 여당은 어떨까요. 이들 선원들이 어떤 경위로 내려 온 것인지에 대해 방점을 찍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이들이 자필로 귀순 의향서를 작성했다는 점, 그리고 판문점에서 북한으로 넘어가길 거부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북한으로 보낸 것은 결국은 '본인 의사에 반해' 보낸 조치라는 입장입니다. 특히 이들이 북한으로 넘어갔을 때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뻔히 예상된다는 점에서 명백하게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 정부가 나포 전의 과정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 반면, 현 정부는 나포 이후의 과정에 포커스를 두고 정당성을 주장하는 양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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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6명 살해, 안보 차원의 결정'…"북한 눈치보기" vs "신북풍"

 
전 정부가 귀순 의향서를 받고도 북송('추방')을 결정한 이유, 결국은 '16명 살해 사건' 때문입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당시 "이들에게는 북한이탈주민법을 적용하지 않았다.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을 고려하는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진술'과 여러 '합당한 근거'를 확인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당시 이 관계자는 '이들이 살인했다는 정황증거 말고 물증이 확실'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보합동수사팀이 수사를 했는데, 이들의 범죄행위를 의심할 여지 없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들을 분리해 조사한 결과 진술이 일치했으며, 군 첩보로도 확인한 사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설명이 맞다면, 북한이 확인해준 것이라는 여당 일각의 주장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것입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주민을 추방한 첫 사례로, 흉악범 도주라는 새로운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오히려 잘 대응한 사례라는 취지입니다. 당시 국회 정보위원장이었던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런 사람이 돌아다니면 국민에게 큰 위험이 된다. 이런 사람이 귀순해서 국민 속에 섞인다면 너무 끔찍하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 [영상] 북한 어선에선 그날 무슨 일이?…3년 전 국가정보원 보고 내용 봤더니

그러나 기준을 삼을 잣대가 없었다는 점에서 논란은 불가피합니다. 전례가 없는 조치였다는 점은 양날의 검입니다.

당시 정부도 이런 논란을 예상한 듯 유사 사례 발생에 대비하겠다고 밝히기는 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법적·제도적 보완을 추진할지 검토하겠다면서 △흉악범죄의 기준 △귀순의사의 객관성 확보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진척된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사건은 정쟁의 한복판으로 소환됐습니다.

여당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더불어 '국가안보 농단'이라고 몰아세우며 전 정권이 북한의 눈치를 본 것이라고 연일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신북풍"이라며 색깔론 꺼내지 말라고 받아쳤습니다. 사실상 프레임 전쟁입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만 논란이 그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북한의 인권 수준이 국제 사회의 기준에 훨씬 못 미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어디까지 몸집을 불려 갈지 알 수 없지만, 3년 전 사건이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을 고리로 한 다른 사건들의 전철이 그러했듯, 이번 논란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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