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폭락' 테라·루나 코인 CEO 권도형은 어디에?…그를 추적하는 사람들

이 기사 어때요?
테라와 루나 폭락으로 48조 원이 증발해버린 지 두 달.

돈을 잃은 투자자들은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 코인을 발행하고 운영했던 권도형 (Do Kwon) 대표와 테라폼랩스 관계자들은 대부분 잠적한 상황입니다.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해커 집단 어나니머스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권도형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죠.

또 국내 투자자들보다 피해 복구에 적극적인 해외 투자자들도 그를 쫓고 있습니다.

[비밀조직원: (어나니머스) 비디오는 지루해서 일부를 건너뛰었습니다. 도권의 인생은 끝났습니다. 도권은 나를 비롯한 수 천 명의 적을 만들었습니다. ]

권도형과 테라폼랩스 관계자들을 추적하는 또 다른 '비밀 조직', SBS 취재진이 이들과 접촉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독일인 프리먼 씨, 그는 우리 돈 1억 원에 가까운 액수를 테라에 투자했다가 거의 다 잃었습니다.

[프리먼/독일인/45세/작가: 엄청난 충격이었죠. 정말 끔찍했어요. 갑자기 단 며칠 사이에 그 모든 돈이 아무 가치도 없게 된 거예요. 완전히 사라져 버렸어요. 뭔가를 굉장히 안전한 것처럼 여겨지도록 광고하는 것은 정말 역겹습니다. 미국 달러에 고정돼 있다고 했는데, 그게 사실이 아니었다는 상황을 겪게 되면, 모든 게 무너지는 겁니다. ]

미국인 매튜 하이드 씨는 아들의 대학 등록금까지 투자했다가 2천만 원 정도 손실을 봤습니다.

[매튜 하이드/미국인/51세/사업 운영 중: 스트레스가 정말 심해요. 복통, 위경련에 잠도 잘 못 자고 집중도 안 돼요. 아들의 대학 자금을 거기에 넣었다니 정말 비참해요. ]

그런데 우리는 이들로부터 권 대표 등을 추적하는 한 비밀 모임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습니다.

디스코드 (Discord), 채팅이나 음성, 화상통화를 지원하는 쉽게 말하면 SNS 같은 모임입니다.

바로 이 디스코드 안엔 테라와 루나로 피해를 본 해외, 국내 투자자들 4천500여 명이 모여있고, 그 안엔 잘게 나뉜 방들이 개설돼 있습니다.

이 방들은 테라와 루나 코인과 관련된 법적인 활동 (legal-action)을 하거나, 증거 사진 (evidence-pictures)을 모으거나, 또 정서적인 지원 (emotional-support)도 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FatMan". 이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모임의 리더입니다.

또 이곳엔 'Investigation' 이라고 불리는 비밀 모임도 있습니다.

권도형 씨와 테라폼랩스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아무나 입장을 허용하지 않는 방입니다.

우린 이 방에서 활동하는 주요 인물 중 한 명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저희는 이 익명의 조직원과 인터뷰를 하기로 했습니다.

신분을 감추기 위해 이름과 얼굴을 가렸는데, 그는 취재진에게 미국 국적이라는 사실만 알려줬습니다.

[비밀조직원: 디스코드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활동을 보여주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여기는) 많은 돈을 잃은 보수적으로 저축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우리는) 법률 관련 업데이트를 공유하고, 일반 뉴스를 공유하고, 논의하고 있으며, 법률 전략 논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

특히 테라나 루나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단순한 '투자자'들이 아닌 '피해자'라면서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과 정보들을 주고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비밀조직원: Do Kwon (권도형)은 사라졌고, 그저 옳은 일을 하려고 했던, 안전한 일을 하려고 했던, 수천 명의 똑똑한 사람들의 (돈을) 훔치는 아주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격분했습니다. 그들 중 상당히 많은 네트워크, 아주 민감한 정보 출처, 그리고 그와 법정 싸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들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많은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FatMan과 나, 그리고 몇몇 다른 사람들에게는 조사원들, 변호사들이 비공식적으로 조언해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관련 회사들의 내부고발자도 있습니다. ]

테라와 루나 때문에 돈을 잃은 사람들 중엔, 사회 유력층이나 재벌들도 많은데 이들이 권도형과 테라폼랩스 관계자들을 쫓고 있다는 겁니다.

비밀 모임에 수집된 정보들에 대해 묻자,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추적 상황을 설명해주는 대신, 지금 당장은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비밀조직원: 비밀 모임은 우리가 수집한 민감한 정보와 법적인 전략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구체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Do Kwon (권도형)이 나 같은 사람들을 비롯해 수천 명의 사람들을 적으로 만들었습니다. Do Kwon (권도형)의 인생은 이제 끝났습니다. 그는 이제 끝장났습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제 도망칠 방법이 없습니다. ]

[비밀조직원: 아마 힘든 싸움이 될 거다.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몇 달, 몇 년, 심지어 5년, 7년이 걸리더라도 사람들은 절대로 이걸 포기 하지 않을 거다. 관련된 모든 사람들, 정부, 변호사, 엄청 돈 많은 부자들,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 그를 쫒고 있다. 특히 나는 (권도형을 찾기 위해) 사립 탐정으로 고용된 사람들도 알고 있습니다. ]

수사에 착수한 미국이나 한국 정부보다 더 빨리 자신들이 해결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어나니머스와 비슷해 보이는 그들, 어나니머스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만든 영상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비밀조직원: 솔직히 그 비디오는 좀 지루해서 일부를 건너뛰었을 수 있습니다. 솔직히 전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린 그들 (어나니머스)과 친하지 않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단체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사람들이 가끔 그런 별명을 붙여서 어나니머스 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거다. ]

그렇다면, 이들이 갖고 있는 정보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을까요? 모임의 리더인 Fatman이 SNS에 공개적으로 올린, 권도형 대표가 불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전문가에게 설명을 들어봤습니다.

[이병욱/서울과학종합대학원 AI 전략경영 교수: 담보대출에 비유를 할 수가 있는데요. 우리가 예를 들어서 어떤 담보를 제공하면 그 담보만큼의 돈을 빌릴 수가 있지 않습니까 유사한 거를 코인에서도 '디파이'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거든요. 테라를 담보로 맡겨요. 그러면 테라에 상응한 만큼의 '밈'이라는 다른 코인으로 대출을 해줍니다. 근데 이 밈을 시장에 내다 팔면 테라를 판 게 아니기 때문에 밈 값이 영향을 받지 테라는 영향을 전혀 안 받죠. 그래서 권도형은 계속해서 테라를 예치를 하고 밈이라는 다른 코인을 대출받아서 이걸 계속 내다 팖으로써 현금화를 했어요. 혹은 밈을 또 다른 테더라는 코인으로 이제 바꿔서 이제 현금화를 했는데... ]

이 주장에 따르면 권대표가 밈으로 맞바꾼 그 많은 테라 코인은 계속 어디서 나온 걸까요?

[이병욱/서울과학종합대학원 AI 전략경영 교수: 테라를 예치를 하면 예치받은 곳이 15%를 남겨둔 85%를 역으로 테라에다 예치를 했어요. 왜냐하면 테라가 자기한테 예치를 하면 19.5% 이자를 주겠다고 약속을 했잖아요. 이게 사이클이 생긴 거예요. 예를 들면 테라는 밈이라는 코인을 받기 위해서 저기에다 예치를 했는데 얘들은 또 이자를 받기 위해서 또 테라에 예치를 한 거예요. 그러면 예치된 테라는 말 그대로 예치를 해줬어야 되는데 권도형이 몰래 계속 빼돌린 거죠. 그래서 이 돈을 다시금 계속 예치를 하고 뺑뺑뺑 계속 돈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무한정 계속 루나가 나오게 됐고 루나는 다른 코인으로 해서 현금화를 하다 보니까 조 단위로 현금화를 하더라도 안 들키고 갈 수 있었다라는 거에 대한 어떤 추적한 내용을 제보한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

[김혜민/기자: 그러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보세요? ]

[이병욱/서울과학종합대학원 AI 전략경영 교수: 예치된 데서 그 주소라는 단위로 이게 코인이 왔다 갔다 하거든요. 우리의 계좌번호랑 비슷한 개념으로 보시면 되는데 그러면 그 주소를 추적하면 되는데 이분 (FatMan)이 아마 주소를 추적한 거를 제공한 것 같고요. 그럼 적어도 그게 권도형의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예치된 게 다시 테라로 흘러갔다는 사실은 우리가 확인할 수가 있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밝힐 것은 과연 그 주소의 소유자가 권도형 씨가 맞냐 아니냐는 건 남아 있지만 아주 높은 개연성으로 권도형일 수가 있는 게 예치된 걸 함부로 손댈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추정하시는 것 같고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

실제로 이런 의혹에 대해 검찰이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형석/스탠다드프로토콜 대표 (전 테라폼랩스 직원): 일단 (검찰이) 지금 찾은 게 몇 개 있대요. 그 사람이 알려준 바로는... ]

[김혜민/기자: (누가요?) ]

[강형석/스탠다드프로토콜 대표 (전 테라폼랩스 직원): 김OO씨가 알려준 바로는 확정된 게 몇 개 있대요. ]

[김혜민/기자: 이분 (FatMan)이 이렇게 올려서 이거를 김OO 씨가 알고 검찰도 지금 알고 있다는 거잖아요. 그렇죠? ]

[강형석/스탠다드프로토콜 대표 (전 테라폼랩스 직원): 이걸 알고 있다고 김OO 씨한테 연락이 왔어요. ]

권도형은 이 의혹이 불거지자 이례적으로 자신의 트위터에 "완전히 거짓"이라고 해명했고, 검찰은 "공보규정상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권도형 대표와 테라폼랩스 임원들은 한국과 미국 수사와 소송 등에 대비해 국내 굴지의 로펌을 선임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만난 한국 검찰 관계자는 "권 대표는 미국에서 처벌 받으면 최소한 300년 형"이라고 밝혔습니다.

권 대표가 한국 검찰의 수사, 그리고 미국 수사와 함께 해외 투자자들의 추적까지 피할 수 있을까요?

(취재 : 김혜민 / 영상취재 : 서진호 / 영상편집 : 이홍명 / 작가 : 이미선 / CG : 서현중, 성재은, 안지현, 전해리 / SBS Digital 탐사제작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