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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쉽] "요즘 우리나라 날씨 대체 왜 이래?"…주말 더 덥다고?

[뉴스쉽] "요즘 우리나라 날씨 대체 왜 이래?"…주말 더 덥다고?
금요일 저녁 6시 30분. 서울 지하철 9호선 당산역 급행열차 안. 일단 등부터 들이밀고 겨우 끼어 타 고개만 위로 들고 숨 쉬는 일이야 퇴근 길 지하철에서 흔히 겪는 일이지만, 유난히 불쾌한 탄성이 여기저기서 튀어 나온다. 높은 습도에 옆 사람 팔이 스치는 것이 아니라 쩍쩍 붙는다. 폭우가 쏟아질 거란 예보에 들고 나온 긴 우산은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기상청은 중부 최대 150mm의 집중 호우를 예보했지만, 서울엔 이틀 간 고작 2mm안팎의 비가 왔고, 찔끔 온 비에 더위가 식기는커녕 습기만 더한 날이었다.
지난주 초에는 하늘에 구멍 난 것처럼 비가 쏟아지더니, 주말엔 서울 낮 기온이 34도까지 오르는 푹푹 찌는 폭염이 왔다. "요즘 우리나라 날씨 대체 왜 이래?" 해마다, 계절마다 하는 말이지만, 올해 유난히 이 말이 자주 들린다.
요즘 우리나라 날씨, 대체 왜 이런 걸까?

밤낮없이 덥다…빨라진 '열대야'

 
'기상 관측 이래 최고치' '사상 첫 6월 열대야' '111년 만의 초열대야 현상' '백 년 만의 폭염'...
날씨 기사가 나올 때마다 쏟아지는 언론사들의 자극적인 제목들이다. 백 년에 한번 일어나는 현상이라면 백 년에 한 번 나타나야 하는 게 정상인데, 한 해에도 몇 번씩 등장하니 정상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서울 등 일부 지역에 기상 관측 사상 처음으로 6월에 열대야가 나타났다. 열대야는 여름에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 기온이 25˚C 이상인 경우를 의미하는데, 서울, 수원, 춘천 등 13개 관측 지점에서 '6월 열대야'가 나타났다. 서울은 지난 달 26일 올해 첫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기존까지는 7월 2일(1978년) 나타난 게 가장 이른 열대야였다. 물론 대구나 제주는 6월에도 열대야가 발생한 적이 있지만, 서울이나 춘천에서 6월에 열대야가 나타난 건 처음이다. 강릉은 111년 만에 처음으로 밤 기온이 30˚C를 넘는 초열대야가 발생했다.

숫자로 따져봐도 열대야 일수는 증가하고 있다. 기상청의 62개 대표 관측 지점의 통계를 살펴보면, 열대야 현상은 1980년대 4.2일, 1990년대 5.8일 발생했다. 2010년대에는 9.0일이 됐다. 열대야는 낮 기온이 너무 높은 날, 밤 기온도 떨어지지 않을 때 생긴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덮쳤던 지난 2018년 당시 열대야는 전국적으로 16.6일 나타났다. 또 습도가 높아 밤과 낮의 기온 차가 없을 때도 발생한다. 지난 달 27일 서울의 낮 기온이 27.9도였는데, 밤 최저 기온이 25.7도였다. 낮과 밤의 온도 차는 불과 2도였다. 기후가 변하고 있고, 날씨가 점점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있다는 증거다.
 
전국 열대야 일수 변화

클릭 ▶ [비머 Q&A] '6월에 초열대야라니!'…우리나라 날씨 요즘 왜 이래요? (정구희 기자)
 

중부는 '폭우' 남부는 '폭염'…'변칙 장마'의 원인은?

 
이른 폭염과 함께 장맛비 패턴도 이례적이었다. 장마는 말 그대로 '여름 철 오랜 기간 지속되는 비'를 말한다. 장마는 서로 성질이 다른 공기가 힘겨루기 하며 비구름 대가 북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 북동쪽에 오호츠크 해 고기압, 남동쪽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위치한 가운데 그 경계에 정체 전선이 발달해 비구름이 만들어 진다. 장마 전선은 보통 6월 말 제주를 시작으로 남부 지방을 거쳐 중부 지방으로 올라와 전국에 영향을 주고 한 달 여 간의 여정을 마치고 7월 말 북쪽으로 밀려나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다.

전국이 장마의 영향권에 들었던 6월 23일과 24일 장마 전선의 모습이다. 수직으로 비구름이 지나가므로 전국적으로 비가 골고루 온다. 그래서 '효자 장마 전선'으로도 불린다.
 
수직 장마전선
 
그러나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움직이던 장마 전선이 달라졌다. 6월 30일과 7월 1일 지나간 장마 전선을 보면 중부 지방을 수평으로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반도에 허리띠를 두른 것처럼 동서 방향으로 비구름대가 발달했다. 제주와 남부 지방은 스치듯 지나고, 곧바로 중부로 옮겨가 엄청난 양의 비를 뿌리고 북한 쪽으로 올라갔다. 남부 지방은 폭염 속에 있고 중부 지방에는 단시간에 300mm가 넘는 비가 내려 침수 피해를 입었다. 남쪽의 북태평양고기압도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였는데, 북태평양고기압 중심부에 소용돌이가 생기면서 가장자리가 한반도 쪽으로 뻗어 나오면서 장마 전선에는 다량의 열대 공기 공급됐다. 많은 수증기를 머금고 장마 전선이 활성화 돼 6월 하순에도 중부 지방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고, 남부지방은 예년보다 일찍 고기압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이었다.
 
수평 장마전선
 
다음 주에는 장마의 영향으로 비가 오는 날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1일 0시와 오전 3시 사이 서쪽 지역부터 비가 시작돼 수도권과 강원 영서, 충청 북부, 경북 북부 내륙은 오후 6∼9시까지, 그 밖의 지역은 오후 9시부터 이후까지 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비가 내려 일시적으로 기온이 내려갈 전망이다. 하지만 비가 그친 후 높은 습도로 인해 후덥지근한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발달 여부와 장마전선의 위치에 따라 강수 구역이 달라질 수 있다"며 "장마전선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기간에도 대기 불안정으로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밝혔다.
 

온열질환자 속출…역대 가장 많은 환자 우려

 
일찍 폭염이 찾아오면서 전국 곳곳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올해에만 벌써 6명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2011년부터 매년 여름 전국 500여 개 응급실 운영 의료 기관에 방문하는 온열질환 발생 현황을 신고 받아 모니터링하는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8일 기준) 지난 5월 20일부터 지난 7일까지 653명의 온열 질환 환자와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온열질환자는 165명, 추정 사망자는 3명이었다. 환자 수는 전년 대비 4배, 사망자 수는 2배 늘어났다.

온열질환은 뜨거운 환경에 신체가 오래 노출됐을 때 두통이나 어지러움, 근육 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 등 증상을 보이고,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병이다. 올해 전체 온열질환 환자 중 60세 이상 고령자는 432명(66.2%)이다. 질환 유형 별로는 열탈진이 306명(46.9%)으로 가장 많고, 열사병 153명(23.4%), 열경련 124명(19%), 열실신 53명(8.1%)으로 나타났다.
 
온열질환자 수 변화 1
 
보건 당국은 올여름 날씨가 평년보다 뜨거울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코로나 영향으로 마스크 착용으로 온열질환자가 4,526명에 달했던 2018년 보다 더 많은 환자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햇볕이 뜨거운 야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체온이 더 쉽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2018년 공식적인 온열질환 사망자는 48명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는 160명이다. 숫자에 차이가 나는 건 질병관리청은 전국 500개 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 중 사망자 통계를 낸 것이고, 통계청은 전국 사망자들의 사망 원인을 조사해서 온열질환 사망자를 파악하기 때문이다. 폭염으로 기저 질환이 악화했거나, 거동을 못하거나, 주거 환경이 열악한 취약 계층 사망자까지 고려하면 공식 통계보다 사망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통계청 '2018년 사망원인 통계'를 분석한 2019년 11월 <한겨레21>에 따르면 통계로 잡히지 않는 초과 사망자는 7천 명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가 평년 기온과 사망자 수를 토대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폭염 때문에 목숨을 잃었는지 파악하는 '초과사망자'(특정한 노출로 인한 사망자 수가 노출이 없었을 때 기대되는 사망자보다 더 많이 발생한 초과 사망자 수)를 조사했더니 7천 명에 이르렀다. 이들은 온열질환으로 진단 받지는 못했지만 폭염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크다.
 

109년 간 우리나라 기후는 어떻게 변해왔을까?

 
열대야가 빨라지고, 장마도 이상해지고, 온열 질환자도 많다는데... 날씨라는 것이 해마다 바뀌고 그러는 것 아닌가. 폭염이 있던 해도 있고, 수해가 났던 해도 있는 것 아닌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시야를 조금 넓혀보자. 기후 과학자들은 보통 기후를 성품에, 날씨는 기분에 비유한다. 기쁜 일이 있을 때 기뻐하고, 슬픈 일이 있을 때 슬퍼하는 것처럼 날씨는 변화하고 그게 정상이다. 만약 한 달 내내 35도가 넘는 무더위가 계속 되거나, 내내 폭우가 쏟아진다면 분명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기후는 다르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YTN 사이언스 '과한토크'에서 "기후는 지속성을 유지해야 한다. 기후는 변화가 일어나고, 날씨는 변화를 해야 하는데 지속하려고 한다. 이것이 오늘 날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럼 우리의 기후는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기상청은 지난해 4월 100년 이상 관측 자료를 갖춘 6개 도시를 대상으로 1912년부터 2020년까지 109년 간 기후변화 추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연평균 기온'의 변화다. 최근 30년 (1991~2020년)은 과거 30년 (1912~1940년)에 비해 연평균 기온이 1.6˚C 상승했다. 109년 간 연평균 기온은 10년 마다 0.2˚C씩 꾸준히 올라갔다.
특히 전 지구 평균 증가보다 0.8˚C 높게 나타났고, CO2 농도 역시 6.5ppm 더 높았다. 기상청은 "우리나라의 온난화와 도시화가 전 지구 평균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와 우리나라 기후변화
 
기온이 올라가다 보니 최근 30년 간 열대야는 이전 30년 대비 8.4일 늘었고, 폭염일수는 1.0일 증가했다. 반대로 한파와 결빙 같은 저온 극한지수는 최근 30년 간 4.9일 감소했고, 결빙 일수는 7.7일 줄었다.
계절 길이도 변화했다. 과거 30년 대비 최근 30년 간 여름은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봄과 여름 시작 일이 각각 17일, 11일 빨라졌다. 최근 30년 간 여름은 118일, 약 4개월로 가장 길었다. 가을은 69일로 가장 짧았다. 봄 가을 옷을 사면 몇 번 입기도 전에 계절이 바뀐 것 같은 건 기분 탓 만은 아니었다.
 
계절 길이 변화 추세
 
강수량은 늘어난 데 비해 강수 일수는 줄었다. 그만큼 강수의 강도가 강해졌다는 말이다. 최근 30년 간 강수량은 연간 135.4mm 증가했지만, 비가 오는 날은 21.2일 줄었다. 109년 간 연 강수량은 10년마다 17.71mm씩 증가했다. 특히 여름철 강수량이 크게 증가했고, 강수 강도는 여름과 가을에 증가했다.
 
강수량 변화 추세
 

전세계는 지금…유럽은 극단적 폭염, 아시아는 극단적 홍수

오르는 기온보다 껑충 뛴 밥상 물가가 피부에 와 닿는 것은 당연하다. 기후 위기를 당장 생존이 걸린 문제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기후 위기를 이야기하는 것은 더 이상 배부른 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 3월 축구장 1만 5천 개 면적을 태운 울진 산불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강수량이 기록적으로 적었던 극심한 겨울 건조 상황에서 발생했다. 환경 단체들은 "이 산불의 이름은 기후위기"라며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국가 산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우리나라만의 사정은 아니다. 기상이변으로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인구의 3분의 1이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지난 3일 이탈리아 알프스의 돌로미티 산맥의 최고봉 마르몰라다 정상(해발 3343m)에서 빙하가 무너지면서 눈사태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9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은 대형 산불로 주민 수백 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호주와 중국을 비롯해 북극과 가까운 알래스카까지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 허난성에 사는 한 남성은 '팝콘이 된 옥수수'라는 영상을 공개했다. 말리려고 내놓은 옥수수가 더운 날씨 탓에 팝콘으로 변했다는 내용이다. 영상 속 옥수수 알갱이들은 뙤약볕에 펼쳐져 있고, 이중 비교적 옥수수 알갱이들이 덜 겹쳐져 있는 가장자리의 알갱이들은 팝콘처럼 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지에서는 해당 영상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왔다. 옥수수 알갱이가 온도 변화만으로 팝콘이 될 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중국이 관측 이래 사상 최악의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실제로 특히 허난성 북부는 '팝콘 영상'이 공개되기 하루 전날 낮 최고 기온이 43.4도까지 치솟았다. 반대로 한쪽은 폭우에 이재민이 발생했다. 중국의 광시자치구와 광둥, 푸젠성의 남부 지방에 연일 수백mm의 집중 호우가 쏟아지면서 누적 강수량이 61년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다.
 
무더위 팝콘 사진
▲ '팝콘이 된 옥수수' 영상 캡쳐

인도는 폭염과 폭우가 연이어 들이닥쳤다. 수도 뉴델리의 5월 기온이 49도를 넘었고 북동부에서는 평년보다 빠른 장마로 수백mm의 폭우가 며칠 동안 계속돼 수많은 인명 피해와 함께 수천 개 마을이 물에 잠겼다.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우기는 대개 6월초부터 시작되지만 올해는 5월부터 호우가 계속되고 있다. 다국적 기후 연구단체인 WWA(World Weather Attribution)는 지난 5월 지구 온난화로 인도와 파키스탄의 폭염 발생 빈도가 30배 잦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온실가스 배출 등으로 인한 기후변화 이전에는 인도·파키스탄의 '봄철 폭염' 같은 사건 발생 가능성이 약 3천 년에 한 번 꼴이었는데 이제는 빈도가 100년에 한 번으로 짧아졌다고 말했다. 산업화 이전보다 기온이 1.2도 높아진 지구 온난화가 이런 상황을 유발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는 폭염과 관련해 진정한 '게임체인저(game changer)'"라며 "만약 지구의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0도 더 높아진다면 폭염 빈도는 더 잦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20년 국회는 본회의에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 통과는 우리나라가 기후 위기로 인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도 볼 수 있다. 헌법 기구의 비상 상황 선언이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국회는 인간의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증가에 따른 기후변화로 가뭄, 홍수, 폭염, 한파, 태풍, 대형 산불 등 기후재난이 증가하고 불균등한 피해가 발생하는 현재의 상황을 '기후위기'로 엄중히 인식하고, 기후위기의 적극적 해결을 위하여 현 상황이 '기후위기 비상상황'임을 선언한다." (결의안 1항 중)
 
▶ '1.5℃ 마지막 경고' 기후 위기 실태, 여기까지 왔습니다 (심영구, 정구희, 서동균, 장세만 기자)
 

'기온'이 올라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건데?

 
2016년에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정' 은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전 지구적 합의안이다. 국제사회가 함께 공동으로 노력하는 최초의 기후 합의다. 파리협약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2℃ 아래에서 억제하고, 1.5℃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최악의 기후 변화 시나리오를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하지만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 달 내놓은 '2021년 글로벌 기후 현황 보고서'의 내용은 암울하다.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섭씨 1.1℃나 올라갔다. 1.5도 마지노선까지 0.4℃가 남았다는 뜻이다. 독일의 연구기관 MCC(Mercator Research Institute on Global Commons and Climate Change)의 계산대로 라면, 2029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를 넘어서게 된다.

150년 동안 1℃ 오른 건데 이게 큰 문제일까? 어제보다 오늘 1℃가 오르고 내린 건 별일이 아니지만, 기후에서 1℃의 의미는 엄청나다. 지난해 8월 9일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올여름 같은 전 세계의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미래에는 더 빈번하고 파괴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화 이전보다 기온이 1.1℃ 상승한 현재, 폭염과 가뭄, 폭우, 홍수 등 기상 관측 이후 전례 없는 기상이변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만약 1.5℃가 상승하면 극한 기온의 빈도는 더 증가하고, 2℃ 상승 시 그 강도와 빈도가 현재보다 최소 2배, 4℃ 상승 시에는 4배가 될 것이라 경고한다. 19세기 말 50년에 한 번 발생했던 폭염이 현재는 약 5배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금보다 1.5℃ 상승하면 9배 더 자주 발생하고, 2℃ 상승하면 약 14배 더 자주 발생한다는 말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한 세기에 한 번 발생한 해안 홍수가 2100년까지 매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구 지표면 온도 추이
 
보고서는 전에 없이 빨라지는 해수면 상승 속도도 경고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 속도는 1901~1971년 대비 3배 가까이 빨라졌다. 그린란드의 빙하는 계속 줄어들 것이며, 북극의 여름에는 얼음이 계속 줄어들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당장 탄소 발생을 완전히 줄이더라도 수십 년 동안 되돌릴 수 없다. 파리협정에서 약속한 1.5°C 상승으로 제한하더라도 해수면은 2~3m 오를 것이고, 2°C일 때 2~6m, 5°C일 경우 19~22m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100년에 한 번 발생했던 극단적인 해수면 현상이 2050년에는 10년에 1~2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보고서는 해수면이 2300년까지 7m 더 오를 수 있으며, 거대한 양의 온실가스 배출을 가정한다면 상승 폭이 15m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언제까지 계속 더워지는 거야?

올해가 기록 상 가장 더운 해 상위 10위 안에 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2022년 1월과 2월이 역대 6번째로 높은 지구 표면 온도를 기록했다는 월간 기후보고서를 발행했다. 보고서에는 2022년이 143년 기록 역사상 가장 더운 해 '상위 10위' 안에 들 것이라는 전망도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연간 기온 판독 값을 기반으로 2022년이 가장 더운 해 상위 10년 중 한 해가 될 확률이 확신에 가까운 9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OAA는 "기후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점점 따뜻한 겨울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다양한 극단적 기후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따뜻한 겨울은 대규모 가뭄을 심화시키고 토지와 초목을 마르게 해 잦은 산불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정수종 교수 멘트
 
서울대 환경대학원 정수종 교수는 올해가 폭염이 강해지는 원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IPCC 6차 보고서의 미래 전망을 보면 '폭염은 강해진다'고 나오며 기후 위기의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는 지구 평균기온 1.5°C를 넘기지 않더라도 지금 우리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더위의 여름이 곧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는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정 교수는 "지난 20 년 간 기후를 연구하면서 사실이 아니었으면 하는 예측이 사실로 확인되는 과정을 경험했다며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미래가 우리의 예측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이제는 유럽이나 미국, 중국에서 등에서만 폭염이나 대홍수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올해 당장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도, 배부른 이야기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구성 : 장선이 기자 / 콘텐츠 디자인 : 옥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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