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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국회 '개점 휴업', 이번이 유독 길었나요?

[사실은] 국회 '개점 휴업', 이번이 유독 길었나요?
한 달 넘게 미뤄졌던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이 어제 극적으로 타결됐습니다. 여야 모두가 참석한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진표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공식 선출됐습니다.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국회가 공백 상태로 접어든 지 36일 만입니다.

여야는 국회의장 선출 말고도 빠른 시일 안에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협상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역대 국회 사례를 봐도, 원 구성 협상은 늘 지난했고 치열했습니다. 국회가 원 구성 협상 때문에 일 안 한다는 비판 보도도 늘 나왔습니다. 이렇게 싸우기만 할 거면 세비 반납하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사실 원 구성 협상이란 게, 누가 국회의장하고 누가 상임위원장할지, 쉽게 말해 '자리 나누기' 게임이나 마찬가지라 의원들 입장에서는 민감한 문제지만, 국민 입장에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SBS 사실은팀은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극적으로 타결된 만큼, 그간 여야의 치킨게임 때문에 국회 업무 공백이 얼마나 길었는지, 과거 국회와 비교, 분석했습니다.

사실은 원구성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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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 원 구성 협상에 걸린 시간은?


원 구성 협상은 보통 국회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뉩니다. 국회의원 임기가 4년이니까, 2년마다 자리를 재분배하는 셈입니다. 4월에 총선을 치르고, 5월 30일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되니까, 그때부터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이 공식 선출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했습니다. 모든 자리 선출이 마무리된 날짜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국회 회의록시스템(https://likms.assembly.go.kr/record)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준은 민주화 이후인 1988년 13대 국회부터입니다.

13대 국회부터 지금의 21대 국회까지, 총 9번의 국회에서 18번의 원 구성 협상이 있었습니다. 협상에 걸린 시간을 표로 정리했습니다.

사실은 원구성 협상

21대 국회 후반기, 그러니까 이번 원 구성 협상 타결은 아직 본회의 선거 절차가 남았기 때문에, 오늘 기준으로 '최소'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걸린 시간 기준으로 순위도 매겨봤습니다.

사실은 원구성 협상

쭉 보시면 1992년, 14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협상이 125일로 가장 오래 걸렸습니다. 물론 여야 대치 때문입니다. 최초의 지방선거를 언제 여느냐를 두고 여야 이견이 컸습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과 통일국민당은 연내 실시를, 여당이었던 민자당은 절대 불가를 외쳤습니다. 결국, 6월 초 시작된 원 구성 협상은 10월까지 이어졌습니다. 최초의 지방선거는 여야 합의로 3년 뒤인 1995년 시행됐습니다.

그 다음이 2008년, 18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협상으로 88일이 걸렸습니다. 이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가 정치권을 휩쓸고 있었습니다. 임기 첫날인 2008년 5월 30일, 야3당은 국회 등원을 거부하며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장관 고시 발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야3당은 이 자리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쇠고기 재협상을 선언할 때까지 국회 개원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원 구성 협상은 88일을 끌었습니다.

사실은 원구성 협상
2008년 5월 30일, 18대 국회 개원일에 열린 '장관 고시 강행 규탄 및 쇠고기 재협상 촉구 야3당 결의대회'. 국회 본관 앞에서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18번의 원 구성 협상에 걸린 평균 시간은 41.7일로 계산됐습니다.

21대 국회는 전반기 협상에서 걸린 시간이 47일, 이번 후반기 협상이 '최소 37일'인 것을 감안하면, 다른 때에 비해 그렇게 오래 걸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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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합의 처리'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면?


그런데, 2020년 있었던 21대 국회 전반기 협상은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원 구성은 여야가 합의 처리를 해왔는데, 서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처리'를 했기 때문입니다. 법제사법위원장,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양보 없는 싸움을 벌이다 단독 처리 강수를 뒀습니다. 국민의힘이 보이콧을 한 상황에서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이 선출됐지만, 이후 정국은 급속히 얼어붙었습니다.

사실은 원구성 협상
2020년 6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당시 열린민주당 등 의원들이, 당시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상임위원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21년 8월 31일에서야 여야 합의로 상임위원장을 나눠갖게 됐습니다. 21대 국회 개원 1년 3개월 만이었습니다. 언론은 이를 '원 구성 정상화'라고 표현했습니다.

결국, '단독 처리'가 아니라 '합의 처리'를 기준으로 하면, 역대 가장 긴 452일로 계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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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452일의 기간 동안 국회가 멈춘 건 아니지만, 민주화 이후 원 구성 협상에서 '합의의 전통'을 깼다는 점에서 국회사(史) 오명으로 남았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후반기 원 구성 협상도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난한 과정이 남았습니다.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 여기에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 등 핵심 쟁점은 그대로 남겨둔 '조건부' 국회 정상화였기 때문입니다. 이걸 합의하지 못하면 다시 원점으로 후퇴할 수 있습니다. 역대 국회에 비교할 때, 원 구성 협상 소요 기간 순위가 상위권으로 진입할 여지가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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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구성의 역사


이번에도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당이 갖느니 야당이 갖느니 싸우다 이렇게 늦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법사위원장을 누가의 몫인가는 여전히 핵심 쟁점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김에, 과거 국회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어떻게 나눴는지 정리했습니다.

먼저, 왜 여야가 법사위원장에 집착하는지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 전 잘못된 문구가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체계·자구 심사'라고 합니다. 달리 말하면, 모든 법안이 법사위를 거쳐간다는 뜻이고, 법사위에서 논의가 막혀버리면 법안은 통과될 수 없습니다. 원칙적으로 법사위의 수장인 법사위원장은 법안을 회의에 부칠지 말지 결정할 권한이 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입니다.

물론, 국회의장은 법안 통과의 최종 관문인 본회의에 법안을 부칠 권한이 있는, 입법부의 수장입니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모두 법안 통과의 '게이트키퍼'인 셈입니다. 이런 까닭에 법사위원장과 함께 국회의장 자리를 누가 가져갔는지도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은 원구성 협상

15대 국회 전반기까지는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집권 여당이자 제1당 몫이었습니다. 주로 지금의 국민의힘 계열입니다.

1998년 김대중 정부 들어서 정치 지형에 변화가 있었는데,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회의와 제3당이었던 자유민주연합(자민련)과 힘을 합쳐 '연립 여당'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김대중+김종필(DJP) 연합입니다. 15대 국회 후반기에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박준규 전 의원은 당시 자민련 소속이었지만, 여당과의 공조로 국회의장으로 선출됐습니다.

2004년 개막한 17대 국회 들어서는 여야가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을 하나씩 가져가는 전통이 생겼습니다. 법안 처리의 게이트키핑 자리를 서로 나눠 '견제의 분배'가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는 둘 다 여당이 맡으면서, 16년의 관례가 다시 바뀐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김진표 국회의장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

일단 현재 야당인 민주당이 국회의장 자리를 가져갔으니,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갈 걸로 예상되고 있지만,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사개특위 구성 문제 등 다른 쟁점들과 연계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충돌도 변수입니다. 김진표 신임 국회의장이 "인사청문회 특위를 빨리 구성해 검증부터 하자"고 제안하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상임위원장 선출하고 청문회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협조는 안하고 있다"고 맞받았습니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사안이 워낙 많습니다. 이걸 원하면 저걸 내줘야 하는 게 정치고, 그러다가 수 틀리면 드러눕는 게 또 정치이며, 언제 그랬냐는 듯 악수하며 세상 친해지는 게 역시 정치라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다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런 자리 나누기 게임이 민생에 별로 와 닿지 않는다는 게 문제일 겁니다.

(인턴 : 이민경, 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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