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월북이다"(2020년) → "월북 근거 발견 못했다" (어제/16일).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판단이 이렇게 180도 뒤집혔죠. 증거는 그대로이고 발표 주체도 해경으로 같은데 말이죠. 정권이 바뀌면서 판단도 바뀐 건데요, 진실의 실마리를 제공해 줄 청와대 자료는 대통령기록물로 '봉인'돼 있죠. 이 봉인이 풀리고 진실도 드러날 수 있을까요?
윤 대통령 "조금 더 진행되지 않겠나"
민주당 일각에서 '국가적 자해', '교묘하게 사실관계 호도' 등의 비판이 나온 것과 관련해서는 "뭐가 나오면 맨날 그런 정치 권력적으로 문제를 해석한다"고 정치적 해석을 비판한 뒤 "내가 선거 때도 대통령이 되면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해 그 유족을 만나지 않았느냐. 그리고 (유족 측) 정보공개(청구 소송)에 대해 정부가 계속 항소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했기에 항소를 그만하게 된 것이고 그에 따른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죠.
◇ 기자: 대통령기록물로 '봉인'된 핵심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추가 조치가 있을까요?
◆ 윤 대통령: 그걸 내가 직접 관여할 문제는 아니고 앞으로 더 진행이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저도 뭐 정확하게 디테일한 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아마 조금 더 진행되지 않겠나 조금 더 기다려 보시죠.
◇ 기자: 야당 의원은 국가적 자해다, 교묘하게 사실관계 호도했다면서 문재인 정부와 신구갈등 조짐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요.
◆ 윤 대통령: 뭐가 나오면 항상 그런 정치적 권력적으로 문제를 보고 해석하는데 내가 선거 때도 이 부분은 대통령이 되면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하고 그 유족도 만났잖아요. 그러고 (유족측) 정보공개(청구 소송)에 대해 정부가 계속 항소를 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했기 때문에 항소를 그만하게 된 것이고. 거기에 따른 후속조치인데 앞으로 더 진행이 되겠죠. (유족) 당사자도 더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서 당사자도 어떠한 법적인 조치를 하지 않겠습니까. 거기에 따라서 조금 더 진행되겠죠. 지켜봐주십시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다음 절차를 지켜보자는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라며 설명했는데요, 유가족의 요구에 따른 검찰 재수사, 그리고 검찰 재수사 과정 속에서 서울고등법원이 영장을 청구해 기록물을 열람하는 방안이라는 거죠.
수사하면 열람도 가능
관할 고등법원장의 영장이 있어야 하는데요, 다시 말해 이 사건 관련해 경찰 또는 검찰 등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관할 고등법원장에게 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으면 열람이 가능하다는 거죠.
첫 단계로 수사기관의 형사사건이 시작돼야 할텐데요, 숨진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 씨는 오늘 기자회견을 갖고 "국방부와 해경이 월북을 하려다 피격당했다고 발표한 것이 서훈 전 안보실장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알기 위해 서 전 실장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고발장이 접수되면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를 시작할 가능성이 크죠. 수사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서울 고등법원장에게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고요.
실제로 2013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등에 대한 고발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서울 고등법원장의 영장을 발부받아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한 적이 있죠.
아마 윤 대통령은 이처럼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는 걸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네요.
공개돼도 알맹이 없을 수도
지금의 대통령실이 우려하는 것도 그런 점인데요, 극히 민감한 내용은 청와대 안에서도 서면이 아닌 구두로 보고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고, 그나마 일부 서면은 이미 폐기되거나 소실됐을 수 있다는 거죠.
대통령실은 다만, 국방부와 해수부, 해경 등이 청와대에 보고하고 지시받은 내용의 흔적이 청와대가 아닌 각 부처에도 남아있을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죠. 각 부처에 남아있다면 이를 토대로 당시 청와대의 대응 방향을 파악할 수 있을테니까요.
우상호 "열람 협조할 생각 없다"
우상호 민주당 국민의힘 측이 대통령기록물로 봉인된 자료를 열람하자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협조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하고 사건 관련 설명을 이어갔네요. 우 위원장은 월북 정황이 있다는 보고와 없다는 보고가 동시에 올라와 더 믿을 수 있는 보고(월북 정황 있다는 보고)를 택했다는 취지로 설명했죠.
(대통령기록물 열람에) 협조할 생각 없다. 제가 당시에 여당 의원으로서 자세히 보고받은 적 있다. 정보당국들 사이에 월북으로 추정될 수 있는 감청이나 SI(특별취급정보) 자료를 갖고 보고한 쪽은 월북이라고 보고한 거고, 그 자료 갖고 있지 않은 기관은 '우리한테 (월북) 증거 없습니다'고 보고한 것이다.
(..) 그것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건 첩보 판단의 문제이지 무슨 정략의 문제고 이념의 문제인가?
우 위원장은 또 문재인 정부가 북한 눈치보기 때문에 자진 월북으로 몰아간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는데요, 이례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과했다는 점을 강조했죠. 그러면서 "북한의 눈치를 본 게 아니라 북한을 굴복시킨 일"이라는 설명이죠.
당시 문재인 정부는 아주 강력하게 우리 국민 희생에 대해서 북한에 항의했고 북한이 이례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사과까지 한 일 아닌가. 아마 북한 당국이 그렇게 공식적으로 이례적인 사과 통지문 보낸 건 처음이다. 우리 국민을 무고하게 희생시켰다는 것을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인정한 사례인데 오히려 북한 눈치를 본 게 아니라 북한을 굴복시킨 거다. 그분이 월북 의사가 있었는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한가? 우리 국민이 북한 군인에 의해서 희생됐고, 항의해 사과를 받았다. 그걸로 마무리된 사건 아닌가?
문 정부 겨냥하는 여권…또 신구권력 충돌
민주당의 상투적 모토가 진상규명 아닙니까.
5.18이나 세월호 참사 등에 있어서 항상 진상규명을 피해자/유가족 중심주의에 따라서 강하게 주장하던 모습 그대로 월북공작 사건에 대해서도 해주십시오.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문재인 정부 성토의 장이 됐는데요, 후반기 외통위·국방위 간사로 내정된 김석기·신원식 의원도 참석해 민주당 때리기에 가세했죠.
김 의원은 "어제(16일) 정부 발표를 시작으로 문재인정부가 감춘 이 사건과 관련된 사실을 밝혀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포함한 관계자 전원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촉구한다"고 했는데요, 문 전 대통령 수사까지 거론한 거죠.
신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국민을 보호한다는 헌법적 가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고 의무를 자각한다면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기록물 관리(열람)에 동의해주길 바란다"면서 대통령기록물 열람에 협조할 것을 요구했죠.
회의가 끝난 뒤 권성동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진상규명TF를 구성하겠다. 누가 어떤 의도로, 무엇 때문에 사건의 진상을 왜곡했고 어떤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겠다"면서 태스크포스(TF) 구성 방침을 알렸죠.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대응을 '월북 몰이'로 규정하면서 그 과정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벼르고 있죠.
하지만 대통령기록물 봉인이 해제되지 않으면 진상규명 없이 정치적 공방만 난무할 공산이 크죠. 특히 국민의힘이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까지 거론하며 파상 공세를 펴고 있고, 윤 대통령도 "조금 더 진행되지 않겠나"고 말한 만큼 신구권력 충돌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듯하네요.
오늘의 한 컷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