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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타이완 고등훈련기 추락해 조종사 사망…올해 3번째 공군기 사고

[월드리포트] 타이완 고등훈련기 추락해 조종사 사망…올해 3번째 공군기 사고
수십대의 중국 군용기가 타이완 방공식별구역(ADIZ)을 진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타이완 공군의 훈련기 한 대가 추락해 조종사 한 명이 숨졌습니다. 타이완 국방부는 현지시간 오늘(31일) 오전 8시쯤 남부 가오슝의 강산 기지에서 AT-3 고등훈련기 한 대가 이륙한 뒤 5분 만에 추락했다고 밝혔습니다. 추락 훈련기 조종사는 공군사관학교 학생인 쉬다쥔 중위로 사고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은 불행한 사고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사고 원인의 철저한 조사를 국방부에 지시했습니다.

추락한 타이완 AT-3 훈련기 (사진 출처=자유시보)

타이완 매체에 따르면, 추락한 AT-3는 제작된 지 이미 38년이 된 노후 훈련기입니다. 그동안 15건의 사고로 10명의 조종사가 사망했습니다. 지난 2015년 9월 22일 훈련 중이던 AT-3가 실종됐는데, 4일 뒤 기체 잔해가 발견됐고 조종사와 사관학교 학생 등 2명이 순직했습니다.

이번 사고는 올해 타이완 공군의 3번째 추락 사고입니다. 지난 3월 미라지 2000-5 전투기 1대가 타이완 동부에서 정기 훈련 임무를 수행하던 중 이륙 직후 기계적 고장을 보고한 후 추락했습니다. 조종사는 비상 탈출해 구조됐습니다. 앞서 1월에는 타이완의 최신형 전투기인 F-16V가 서남부 자이기지에서 이륙한 뒤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고, 나중에서야 구조대원들은 잔해를 찾았습니다.

타이완 AT-3 훈련기 (사진 출처=자유시보)

타이완 공군기의 잇따른 추락 사고는 노후화된 항공기에 대한 우려와 함께 중국군의 잇따른 무력시위에 따른 타이완군의 피로와 조종사 훈련 문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타이완 자유시보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군은 239일에 걸쳐 군용기 961대를 타이완 ADIZ에 진입시켰습니다. 올해도 중국 군용기는 지난 15일까지 100일에 걸쳐 진입했습니다. 군용기의 종류도 다양해져 최신 전투기와 폭격기, 정찰기, 대잠초계기, 무장헬기 등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특히 어제 저녁에는 중국군 군용기 30대가 타이완 ADIZ에 진입했습니다. 올해 들어 지난 1월 23일 39대가 진입한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같은 날 태미 덕워스 미국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 이끄는 미국 의회 대표단이 타이완 수도 타이베이에 도착했습니다. 덕워스 의원은 사흘간의 방문 동안 차이잉원 총통과 정부 고위 관리들을 만나 미국과 타이완의 상호 이익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는 만큼 이번 ADIZ 침입은 타이완과 미국을 향한 무력시위였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주력전투기 J-16 (사진 출처=환구시보)
 

중국군이 무력시위를 펼칠 때마다 타이완군은 군용기를 긴급 출동시켜 무선 퇴거 요구를 하고 지상 방공 미사일 시스템으로 중국 군용기들의 활동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학대학원의 벤호 교수는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타이완을 포위하는 비행을 늘린 것이 타이완 공군을 지치게 만들고 정비 태세 수준을 낮췄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최근의 추락사고는 공군 내 조직적 문제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중국군은 추락 사고를 보면서 이미 분투 중인 타이완군에 더 압력을 가하기 위해 포위 비행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타이완은 중국 군용기들의 무력시위에 맞서 대대적인 공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조종사 부족 사태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타이완 TVBS 방송 등은 타이완 공군이 최신 개량형 F-16V 전투기 등의 구매에 나서고 있지만 훈련 시간 부족과 저출산 영향 등으로 조종사 양성 속도가 전투기 도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J-11 전투기 (사진 출처=환구시보)

추궈정 타이완 국방부장은 지난해 11월 "(중국 군용기의) 거의 쉬지 않는 침범으로 최근 상황이 특히 암울하다"며 "중국의 의도는 우리를 서서히 지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소모전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보고 무력시위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대변인은 어제 "실제 출격한 항공기는 타이완 민진당이 조작한 숫자보다 많다"며 "섬 안팎 세력의 결탁과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도전하는 악행에 반격해 국가의 주권과 영토를 단호히 수호하는 것이 명확한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타이완이 미중 갈등의 최전선이 된 상황에서, 중국 무력시위에 대한 타이완의 국방력 부담과 일촉즉발의 긴장 상황은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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