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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북한 쪽 창문 열지 마라"…중국은 호랑이 등에서 내려올 수 있을까

"북한으로 향해 있는 창문은 모두 열지 말라고 합니다." 최근 틱톡의 중국 버전인 더우인에 올라온 영상에서 나온 말입니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접해 있는 중국 지린성 지안시라는 글자가 써 있는 영상에서 한 여성은 "코로나19 시료 채취하는 사람들이 북한 쪽 창문을 열지 말라고 하는데, 모두 멍한 상태입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침입을 막으려는 것인지, 공기로 코로나19가 전염이 될까 걱정해서인지 의도는 확인되지 않지만, 코로나19 감염에 중국 전역이 긴장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안 주민이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 (더우인 캡처)

돌까지도 코로나19 검사…연 300조 원대 검사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은 △조기 발견, △조기 보고, △조기 격리, △조기 치료 등 4가지 '조기 행동'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방역에 실패한 관리들은 문책을 당합니다. 상하이시가 코로나19 감염 지역을 세분화하고 봉쇄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려다 실패하자, 각 지방정부들은 방역 수위를 최대한 높이고 있습니다. 감염자가 다녀만 가도 지역을 봉쇄하고 코로나19 PCR 검사를 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에 가려면 PCR 검사 음성 결과 증명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구 1천만 명 이상 도시의 경우 도보 15분 내 PCR 검사소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사람뿐 아니라 예전부터 코로나19 감염의 주요 경로로 지목했던 수입 냉동 식품은 물론이고 채소나 물고기, 석재까지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합니다.

석재에 대해 코로나19 검사하는 방역요원 (사진=웨이보)

문제는 코로나19 검사 비용만 해도 천문학적이라는 점입니다. 쑤저우증권은 중국의 4대 '1선 도시'와 30개 성도급 '2선 도시'에서만 1년간 상시적 코로나 검사를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1조 7천억 위안(약 31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1∼2선 도시 인구는 5억 명가량입니다. 대량 검사에 드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 10명이나 5명의 시료를 한 통에 담아 검사하는 방법을 쓰고 있지만, 주민들에 대한 전수검사와 정기 검사는 지방정부 재정에 큰 타격이 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쓰촨성의 랑중시는 62만 명의 주민들에게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하면서 비용은 본인이 부담해야 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자가 없는 상황에서 자기 부담으로 정기 검사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의했고, 결국 랑중시는 강제로 검사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났습니다.
 

'제로 코로나 폭주'에 리커창도 제동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25일 10만 명이 참석한 전국 화상 회의에서 "(경제) 발전은 우리나라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기초이자 관건"이라며 "방역을 잘하기 위해서는 재력과 물자의 보장이 필요하고, 고용·민생 보장 역시 발전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방역으로의) 쏠림이나 한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행태를 방지하고 코로나19 방역을 잘하는 동시에 경제 사회 발전 임무를 잘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상하이 봉쇄 이후인 4월 중국의 소매 판매와 산업 생산 증가율은 각각 -11.1%, -2.9%를 기록하며 2020년 우한 사태 초기 이후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중요한 민생 척도인 실업률은 6%대로 급등했습니다. 리 총리의 발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의 업적으로 강조해온 '제로 코로나' 정책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중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과 리 총리의 권력 투쟁설까지 나왔습니다.

리커창 중국 총리

제로 코로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리 총리 개인만의 의견이 아닙니다.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를 예전처럼 전체 봉쇄와 검사, 격리 등으로 막겠다는 것에 대해 중국 학자들뿐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도 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상하이 봉쇄 등 극단의 방역 통제를 겪은 중국인들도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해 비판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베이징대학과 베이징사범대학, 톈진대학 등에서는 과도한 방역에 학생들이 단체로 시위에 나섰습니다. 톈진대학 학생들은 '학교 봉쇄를 풀고 귀향하는 것을 허용해달라'며 '타도 관료주의', '타도 형식주의' 구호를 외치다 경찰이 출동하자 해산했습니다. 톈안먼 사태 33주년을 앞두고 일어나는 대학 시위에 중국 공산당은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톈진대학 시위 (사진=트위터 영상 캡처)

"기호난하(騎虎難下)"

중국인 지인에게 왜 제로 코로나를 포기하지 않는지에 대해 물었더니 '기호난하(騎虎難下)'란 말이 돌아왔습니다.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 탔으니 중간에 내렸다가는 매우 위험하고, 그렇다고 호랑이가 스스로 지치거나 죽기를 기다리기도 힘들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달 초 시진핑 주석이 주재한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우리나라는 인구 대국으로서 고령 인구가 많고, 지역 발전이 균형되지 못하며, 의료자원의 총량이 부족해 방역 태세를 풀면 반드시 대규모 감염을 야기해 대량 중증·병사가 나올 것이며 경제·사회 발전과 국민의 생명·안전·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제로 코로나를 유지하겠다는 대못을 박았습니다. 열악한 의료 환경뿐 아니라 제로 코로나 포기는 시 주석의 코로나 퇴치라는 업적에 큰 흠집을 내기 때문이란 정치적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내부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올가을 3연임 결정을 앞둔 시 주석이 호랑이 등에 탄 모양새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문제는 중국의 방역 봉쇄조치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고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미국 싱크탱크인 유라시아그룹은 지난 1월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10대 지정학적 리스크 중 하나로 '제로 코로나'를 꼽았습니다. 유라시아그룹은 "중국 인구 대부분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항체가 없는 상황에서 계속 반복적으로 봉쇄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며 세계적으로도 원자재와 장비 부족은 물론 배송, 제약 등 모든 분야에서 공급망 혼란과 인플레이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제로 코로나에 따른 '방역 폭주'입니다. 경제를 걱정하는 리 총리의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려면 시 주석의 신호가 있어야 하지만 아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베이징 소식통은 "바이러스는 통제하기 어렵지만 전체주의 체제에서는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다"며 "중국은 자국이 생산한 유효 치료제와 백신이 나올 때가지는 정책을 변경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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