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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기인가 유사수신인가? '루나 포비아' 법정 공방 코앞

[취재파일] 사기인가 유사수신인가? '루나 포비아' 법정 공방 코앞

사기·유사수신 혐의 적용 가능할까?

테라·루나 코인 폭락 사태의 전말은 이제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입니다. 검찰이 수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투자자들도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남은 건 어떤 혐의를 적용하느냔 겁니다. 현재까지는 '사기'와 '유사수신' 혐의가 유력해 보입니다.

먼저, 사기 혐의를 적용하려면 '고의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테라·루나 코인 생태계가 유지되지 않을 걸 알고도 투자자들을 모집해 영업을 해 왔단 걸 입증해야 합니다. 다음으론 이번 사태로 권 대표가 '이득'을 얻었는지도 밝혀내야 합니다.

유사수신 혐의의 경우엔 더 쉽습니다. 향후 투자금 이상의 이득을 약속하며 돈을 모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이번 경우엔 "코인을 맡기면 이율 20%의 이자를 보장한다"고 홍보했던 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전 세계 유명 거래소에 상장됐고, 한 때 시가총액 기준 10위 안에 들었던 두 코인의 알고리즘에 허점이 있었단 사실을 밝혀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유사수신 혐의의 경우 상황이 조금 더 복잡합니다. 가상화폐가 '현금'과 같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합니다. 현행법상 유사수신 행위가 인정되려면 '출자금'이나 '금전'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

1. 장래에 출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출자금'을 받는 행위
2. 장래에 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예금·적금·부금·예탁금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받는 행위
...이하 생략

테라·루나의 경우 코인을 투자하면 코인으로 이자를 받는 구조입니다. 가상화폐를 넓은 의미에서 '출자금', '금전'으로 해석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자칫 과도한 해석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땜질식 처방' 한계 드러났다

이번 사태로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잃은 투자자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제대로 된 처벌조차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그동안 정부가 땜질식 대책만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테라·루나 사태 이전에 가상화폐 시장에선 '선취매', '시세조종', '폰지사기' 등의 문제가 수년째 반복됐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대책을 마련한다"는 발표만 나왔을 뿐 근본적인 대책은 없었습니다. 가상화폐 관련법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사실상 유일한데, 이마저도 '자금세탁 방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먼저, 가상화폐 발행(ICO)을 국내에선 불가능하게 만든 게 일을 키웠다는 지적입니다. 모든 가상화폐 재단이 싱가포르나 홍콩 등에 '페이퍼 컴퍼니'를 두고 영업한 탓에 문제가 생겨도 미리 알아차리거나 향후 수사로 이어지기 쉽지 않습니다.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가 없고, 압수수색 등 기본적인 수사가 어렵다 보니 '재단이 제대로 영업했는지' 등을 밝혀내가 어렵습니다.

상장절차를 가상화폐 거래소에 일임한 것도 문제입니다. 과거 '무더기 상장' 등으로 문제가 생기자 거래소에서 상장 문턱을 높였다고는 하지만, '투명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A거래소에선 문제없이 상장되고, B거래소에선 상장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상장된 재단에서 문제가 생겨도 거래소에 책임을 물을 법적 근거도 없습니다. '상장은 쉽고, 규제는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피해는 투자자들의 몫으로 남게 되는 겁니다.

'가상화폐'를 무엇으로 규정해야 하는지 정하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그러다 보니, 앞서 언급한 '출자금', '금전'으로 볼 수 있을 지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가상화폐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그 속도에 맞춰 다양한 문제가 생기고 있는데 뒤를 쫓기에만 바쁜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NFT는?

지난 24일, 당정회의에선 국회의원을 포함해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 등이 참석해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금융당국과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들에게 "지금까지 무엇을 했느냐"며 질책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당정회의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습니다. 그동안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해 왔던 지적이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당정회의 종료 후 각 부처에서 내놓은 보도자료에도 "가상자산을 법적 테두리로 끌어와 잘 관리하겠다"는 내용 말고는 특별한 게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NFT(대체불가토큰)에 대한 논의는 이뤄졌을까요? 보도자료만 살펴보면, 제대로 다룬 것 같진 않아 보입니다. 현재 국내 대기업들도 NFT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데다가 오는 2025년엔 시장규모가 100조 원 가까이 될 거란 연구결과가 나왔는데도 말입니다.

크게 주목받고 있진 않지만, 최근 시장에선 NFT를 둘러싼 각종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가짜를 만들어 비싸게 팔거나 투자자들을 모집한 뒤 잠적하거나. 초기 가상화폐 시장에서 벌어진 것과 같은 혼란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NFT에 대한 규제는 아직 '토론의 장'에 오르지도 못한 느낌이 듭니다. 테라·루나 사태 이후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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