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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KAI 사장 다음 달 교체…'낙하산 사장 리스크' 재발하나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KAI) 로고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정권 교체에 따라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사장도 다음 달 바뀔 것 같습니다. 안현호 현 사장 측에 "6월 중 퇴임하라"는 전갈이 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낙하산 사장 투입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공기업도 아닌데,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 지분이 26%라는 이유만으로 법적 근거도 없이 KAI 사장 자리는 항상 정치 권력의 낙하산이 차지합니다. 항공우주기업에 비전문가 낙하산 사장 임명은 전근대적 적폐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아랑곳 않고 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KAI와 한국형 전투기 KF-21이 제 구실 하길 바란다면 낙하산은 접어야 합니다. 사장 임기 3년, 정권 임기 5년을 주기로 '낙하산과 아이들'이 연구·개발·생산·마케팅 조직 뒤흔들어 KAI 발목 잡는 초법적 정치 놀음은 멈춰야 합니다. KAI 8대 사장까지 비전문가 낙하산이 임명되면 절체절명의 비행 시험을 치러야 하는 KF-21 사업의 앞날이 답답해집니다. 정치와 정부 기관에 휘둘리다 주가 관리도 못하고, 미래 먹거리도 놓칩니다.

KAI 8대 사장을 노리는 캠프 공신들은 KAI 낙하산 관행에 도덕적, 법적, 산업적, 안보적 타당성이 한 톨이라도 있는지 따져 보기 바랍니다. 본인의 자격과 능력이 국가대표 항공우주기업 사장에 어울리는지 돌아보기 바랍니다. KAI와 KF-21의 비상을 바란다면 KAI 8대 사장은 항공우주 전문가나 내부 승진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해야 합니다. 그래야 공정이고 정의입니다.
 

KAI의 '사장 리스크'…공포의 낙하산 부대


KAI의 1~7대 사장은 정치적으로 셈 빠른 관료 출신 낙하산이 대부분입니다. 정권 교체기에는 사장뿐 아니라 부사장, 고문 등 자리에도 낙하산이 내려갑니다. 정치 권력에 가까울 뿐 항공우주에 관심 없는 사람들입니다. 낙하산 부대가 KAI를 점령하면 여기저기 손을 댑니다. 학연, 지연, 혈연에 따라 인사 말판을 놓고, KAI 직원들은 부득불 줄을 댑니다. 능력보다 정치가 우선하는 구조의 악순환이 횡행합니다.

해외 항공우주업체 A사의 임원은 "정권이 바뀌면 KAI의 지휘부도 죄다 바뀐다", "KAI의 해외 협력 시스템과 성과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꼴"이라고 꼬집었습니다. B사의 임원은 "KAI의 낙하산 사장 리스크는 국제적으로도 유명해서 창피하다", "첨단 분야의 봉건적 관행이라고 수군거린다"고 말했습니다. 낙하산은 KAI의 짐이라는 뜻입니다.

1~7대 낙하산 치하의 23년 동안 KAI의 세계 방산업계 순위는 59위에서 시작해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가 이제 겨우 60위권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발전 없는 제자리걸음입니다. 올해는 KF-21의 비행 원년입니다. 앞으로 4년 간 2,200회 이상 날려 결함 잡고 KF-21 완성시키는 살얼음판 같은 과정입니다.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KAI와 KF-21이 함께 주저앉습니다. 비행 시험에 성공해야 우리 공군에 120대 공급하고, 400대 수출 계획에도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항공우주 모르는 낙하산은 이런 막중한 임무를 해낼 수 없습니다.
 

KAI의 미래 먹거리는?

조립, 도색이 끝나 격납고 밖으로 옮겨진 KF-21 시제기

항공우주업계 종사자들은 KAI의 미래 1순위 먹거리로 무인기를 꼽습니다. KF-21은 4.5세대 전투기입니다. 해외 유수의 항공우주업체들은 벌써 6세대로 접어들었습니다. KAI는 5, 6세대 건너뛰고 곧바로 그 다음 세대를 겨냥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바로 무인기입니다. KF-21 이후 KAI의 운명은 무인기에 달렸습니다.

8대 사장은 정치의 빚이 없어야, 즉 낙하산이 아니어야 KAI의 무인기 사업에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KAI의 시어머니인 방사청은 시누이인 국방과학연구소 ADD에 무인기 개발을 맡기고 있습니다. ADD는 핵심·첨단·비닉의 국방과학에 전념해야 함에도 사람들 시선 끌기 좋은 일반무기체계에 자꾸 기웃거립니다. 무인기도 ADD가 붙들고 놓지 않는 일반무기체계입니다.

방사청과 ADD가 태생적으로 정치의 그늘 아래에서 작동하는 정부 조직인데 KAI 사장까지 정치적 낙하산이면 KAI는 힘 센 시어머니, 시누이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KAI에 낙하산이 떨어지면 KAI는 무인기와 멀어집니다. 자동차 회사가 전기차 포기하는 격입니다. 정치적 빚이 없는 사장만이 "KAI가 무인기의 탐색개발, 체계개발을 책임지겠다"며 방사청과 ADD에 대들 수 있습니다.
 

KAI는 공기업 아닌, 상장회사

경남 사천의 KAI 본사 항공동 내부 모습

궁극적으로 KAI는 정치와 방사청, ADD로부터 독립해야 할 것입니다. KAI는 주주에게 복무하는 상장회사이지, 정부를 위한 공기업이 아닙니다. KAI가 나아갈 길은 정부가 아니라 KAI가 제일 잘 압니다. 방사청, ADD 등의 하등 쓸 데 없는 간섭을 차단하고, 가장 성공 가능성 높은 사업 분야와 방법을 선정해 밀어붙여야 합니다. 그랬을 때 주가도 올라 주주들의 지지를 받습니다.

KAI 낙하산 사장 임명은 정치적 폭력에 가깝습니다. 지금까지 낙하산 사장의 성과라고 해봐야 최선이 세계 50위권 후반 맴돌이입니다. 초절정 전문가가 KAI를, 그리고 KF-21을 이끌어야 글로벌 KAI, 세계적 전투기 KF-21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낙하산은 7번으로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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