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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범 '취업제한' 잇따라 기각…'보호자'가 아니라서?

아동학대범 '취업제한' 잇따라 기각…'보호자'가 아니라서?
아동학대범이 피해 아동의 '보호자'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취업 제한이나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받지 않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동학대 범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2014년 시행된 '아동학대처벌법'(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아동학대 범죄를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로 너무 좁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이진영 판사는 작년 11월 A씨의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A씨에게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과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해달라는 검찰의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2단독 신용무 부장판사 역시 올해 2월 B씨의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취업제한과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하지 않았습니다.

두 판사 모두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피해 아동의 '보호자'가 아니기 때문에 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은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형을 선고할 경우' 가능하다고 아동복지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여기서 아동학대 관련 범죄는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와 형법상 아동에 대한 살인·살인미수 등입니다.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은 '아동학대 행위자에게 유죄 판결을 선고할 경우' 내릴 수 있습니다.

아동학대 행위자는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 범죄를 범한 사람과 그 공범을 뜻합니다.

결국 살인이나 살인미수가 아니면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만 취업제한과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대상이 됩니다.

문제는 아동학대처벌법 제2조 4호상 '아동학대 범죄'는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로 규정돼 있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살인을 제외한 아동학대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보호자가 아니면 법원은 치료프로그램 이수나 취업제한을 명령할 수 없습니다.

A씨나 B씨처럼 제3자가 아동학대를 저질러도 취업 제한 등에 걸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법조계에서는 아동학대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아동학대처벌법이 보호자에 의한 학대만을 아동학대 범죄로 규정해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도권 법원에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국회가 처음 아동학대처벌법을 제정할 때 보호자의 아동학대 처벌을 어떻게 강화할지만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며 "충분한 검토나 논의 없이 급하게 입법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울산에서 계모가 2011∼2013년 여덟 살 의붓딸을 상습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울산 서현이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산 것을 계기로 국회가 2013년 말 제정해 이듬해 9월 시행됐습니다.

이 법은 아동학대 범죄 행위자가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최대 무기징역에 처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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