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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폭행 방관한 수십 명…결국 고통 속에 숨진 노인

<앵커>

오늘(11일) 아침 한 40대 남성이 길 가던 노인을 마구 폭행하고, 길가 경계석을 던져 숨지게 했습니다. 남성이 가버린 뒤에 피해 노인은 그대로 길가에 쓰러져 있었는데,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지나쳐간 시민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신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오늘 새벽 5시 50분, 서울 구로구의 한 골목.

한 남성이 지나가던 노인을 향해 뭐라고 외치듯 하더니 다리를 걸어 넘어뜨립니다.

휘두른 주먹과 발길질에 쓰러진 노인, 1분 넘게 이어진 폭행은 주로 얼굴 쪽에 집중됐습니다.

이 남성, 제 분을 못 이기듯 현장을 떠나지 않더니 이번에는 노인의 옷 주머니를 뒤집니다.

이어 도롯가에 놓인 연석을 번쩍 들어 내리칩니다.

노인이 고통 속에 쓰러져 있는 동안 시민 50여 명이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지나쳤습니다.

119 신고는 사건 발생 20여 분 뒤에 이뤄졌습니다.

[출동 119 구급대원 : 이송해도 소생할 수 없는 상황인 걸로 이제 판단이 돼서 현장에서 (병원에) 이송 안 하고 경찰분들에게 인계한….]

노인을 살해한 40대 남성 A 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15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손수레를 끌고 고물을 줍던 80대 노인에게도 시비를 걸며 폭행했습니다.

A 씨는 범행을 저지른 뒤 이곳에서 한참을 머물다가 출동한 경찰에 의해 붙잡혔습니다.

[정영면/서울 구로구 : 경찰들 와서 울타리치고 얼굴을 가렸더라고요. 머리 쪽에 피가 좀 흐르고 있었고.]

경찰은 A 씨를 살인과 폭행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또 숨진 노인의 소지품을 훔쳤는지도 확인 중입니다.

A씨에 대한 간이 시약 검사 결과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경찰은 A 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를 조사하는 한편,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입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박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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