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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바늘구멍' 뚫은 태극궁사들…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취재파일] '바늘구멍' 뚫은 태극궁사들…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올림픽 메달 따기보다 힘들다는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이 21일(목요일) 끝났습니다.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하계 아시안게임에 나갈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이었습니다. 남녀 각 4명씩(리커브) 선발됐는데, 도쿄 올림픽 멤버 6명(안산, 강채영, 장민희, 오진혁, 김우진, 김제덕) 가운데 장민희를 제외한 5명이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여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최미선과 22살 신예 이가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인-단체 은메달리스트 이우석이 아시안게임 대표로 뽑혔습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국가대표 (리커브 부문) 강채영, 최미선, 이가현, 안산, 오진혁, 김우진, 이우석, 김제덕 (왼쪽부터) (사진=대한양궁협회, 게티이미지)
▲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국가대표(리커브 부문)
강채영, 최미선, 이가현, 안산, 오진혁, 김우진, 이우석, 김제덕 (왼쪽부터)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은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에 걸쳐 열렸습니다. 남자부는 100명, 여자부는 96명에서 시작해 최종 4명씩 가려진 것이니 남자는 25:1, 여자는 24:1의 경쟁률이었습니다. 도쿄올림픽 3관왕 안산과 2관왕 김제덕 등 도쿄에서 금메달 5개 가운데 4개를 휩쓴 영광의 얼굴들도 예외 없이 모두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세계랭킹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도 의미가 없는, 속된 말로 '계급장' 떼고 붙는 무한경쟁이었습니다. 한국 양궁이 사상 첫 전 종목 석권 위업을 달성했던 2016 리우 올림픽에서 나란히 2관왕에 올랐던 장혜진, 구본찬 선수는 태극마크 탈환에 도전했지만 나란히 고배를 마셨습니다.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 (사진=대한양궁협회, 게티이미지)
 
최종 8명이 '바늘구멍'을 뚫고 아시안게임 티켓을 따냈지만 이들의 경쟁은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남녀 각 4명씩 8명이 항저우로 가긴 하지만 이 가운데 2명은 예선 격인 랭킹 라운드만 치르고 귀국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시안게임 종목은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혼성전인데, 개인전에는 국가별로 남녀 각 2명씩만 출전할 수 있고, 단체전은 3명이 호흡을 맞추게 됩니다. 그리고 혼성전은 남녀 각 1명씩 나라별로 1팀만 내보낼 수 있습니다. 결국 남녀 한 명씩은 어느 종목에도 출전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대한양궁협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랭킹 라운드 성적순으로 종목별 출전권을 부여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즉, 우리 선수 가운데 랭킹 라운드 성적이 가장 좋은 선수는 혼성전과 개인전, 단체전까지 3종목에 모두 나서 최대 3관왕까지 도전할 수 있고, 2위는 개인전과 단체전 두 종목, 3위는 단체전 한 종목만 출전합니다. 그리고 랭킹 라운드에서 가장 성적이 낮은 선수는 어느 종목에도 출전하지 못합니다.

태극궁사들 순위별 대회 참가표

단체전에 4명을 다 기용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양궁 단체전은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계주와는 다릅니다. 지난 2월 베이징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계주의 경우 우리 팀은 준결승에는 김동욱, 결승에는 박장혁이 출전해 황대헌, 곽윤기, 이준서까지 5명이 다 함께 시상대에 올라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하지만 양궁은 멤버 교체 없이 3명이 단체전을 치릅니다. 물론 기존 멤버의 갑작스러운 부상이 있을 경우 엔트리 교체는 가능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4명이 시상대에 오르는 모습은 볼 수가 없고, 시상식을 위해 준비되는 메달도 색깔 별로 딱 3개씩뿐입니다.

2022 베이징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계주 은메달 / 황대헌, 김동욱, 곽윤기, 이준서, 박장혁 (왼쪽부터)
▲ 2022 베이징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계주 은메달
황대헌, 김동욱, 곽윤기, 이준서, 박장혁 (왼쪽부터)
 
도쿄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 금메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도쿄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 금메달
 
도쿄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 금메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도쿄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 금메달
 
그렇게 고생해서 아시안게임에 가게 됐는데 두 명은 메달에 도전할 기회조차 없이 빈손으로 귀국해야 하는 건 참 잔인한 일입니다. 하지만 오로지 실력만으로, 가장 경기 감각이 좋은 선수를 뽑는다는 원칙은 그동안 최강 한국 양궁을 지탱해온 큰 경쟁력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이번에 뽑힌 8명의 선수들은 똘똘 뭉쳐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동시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선의의 경쟁도 이어갈 것입니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큰 기쁨과 위안을 안겼던 태극 궁사들이 도쿄의 영광을 항저우에서 재현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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