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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옥상에선 욕먹지 않겠네"…중국 지도부 향하는 상하이 주민들의 불만

중국 상하이의 봉쇄 장기화로 생필품 공급과 의료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주민들의 고통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 지도부에 대한 민심도 악화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이례적으로 상하이 주민들이 공산당 간부에게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SNS에선 검열에도 당국을 비판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타이완 매체 자유시보는 18일 중국의 방역 업무를 담당하는 쑨춘란 국무원 부총리의 상하이 시찰 장소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쑨 총리는 지난 15~16일 상하이에서 여러 곳을 방문해 방역 업무를 지도했습니다. 그런데 한 곳에서 쑨 총리가 브리핑받는 모습이 논란이 됐습니다. 네티즌들은 브리핑이 방역 현장이 아닌 높은 건물 옥상에서 진행됐다며, 인근 건물에서 '옥상 브리핑'을 찍은 사진을 보도 영상과 함께 올렸습니다. 자유시보는 쑨 총리가 지난 2020년 초 코로나19가 처음으로 집단 발병한 우한을 방문했을 때 시찰 지역 주민들이 "가짜야, 가짜! 전부 가짜!"라고 소리친 적이 있었다며, 네티즌들은 "옥상에서 시찰하면 욕먹을 걱정이 없겠다," "주민들 피해를 줄이고, 멀리 보기 위한 것이다."라는 비판과 조롱을 내놓았다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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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매체 보도 화면(좌)과 상하이 주민들이 촬영한 사진(우)

현재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관련 글과 사진은 찾아볼 수가 없는데, 한 웨이보 이용자는 "어젯밤까지 옥상 시찰 논란으로 웨이보가 시끄러웠는데 자고 일어나니 완전히 깨끗해졌다."라며 검열 사실을 우회적으로 전했습니다.
 

면전에서 거친 항의 받은 상하이 1인자

 
앞서 지난 11일 리창 중국 공산당 상하이 서기는 코로나19로 봉쇄된 주택 단지를 찾았다가 주민들로부터 거친 항의를 받았습니다. 당시 리 서기는 봉쇄 구역의 물자 공급을 확인하고 방역 담당 간부와 자원봉사자를 격려하기 위한 시찰 중이었습니다. 한 단지 시찰을 마친 뒤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이웃 단지를 찾았을 때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영상을 보면, 일부 주민들은 봉쇄된 단지 정문 바깥에 있는 리 서기에게 다가가 큰 목소리로 항의했습니다. 한 여성은 "200여 가구가 있는데 정부로부터 당근 2개와 감자 2개, 양파 2개를 받은 게 전부"라고 항의했고, 리 서기는 난감한 표정으로 주민들을 달래야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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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이 주민들에게 항의 받는 리창 서기 (출처 : 트위터)

상하이시의 1인자인 리 서기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저장성 근무 시절 핵심 부하 인맥인 '즈자신쥔'의 일원으로서 현재 공산당의 중추인 25명의 정치국원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합니다. 리 서기는 올가을 열리는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입성 가능성이 거론돼 왔습니다.

하지만, 상하이가 2020년의 우한보다 감염자 규모 면에서 더욱 심각한 감염 지역이 되면서 리 서기가 민감한 시기에 큰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987년 이래 상하이 당서기를 지낸 9명의 인사 중 2008년 부패로 투옥된 천량위를 제외한 8명은 모두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SCMP는 그러나,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의 전 편집장인 덩위원의 말을 인용해 "상하이 관리들은 오미크론 변이를 과소평가하고 코로나19 대응의 새로운 방법을 찾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들의 정치적 전진은 일부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면 승진을 정당화하기 힘들다."고 전했습니다.

이들 사건 이외에도 최근 중국 인터넷에는 2020년 우한 사태 당시 중국 지도부를 향한 비판을 불러온 의사 '리원량'의 사진과 1988년 상하이 시장 재직 시절 A형 간염 대유행을 극복한 주룽지 전 총리 영상도 올라오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비난에도…"제로 코로나만이, 공산당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다!"

 
중국 텅쉰왕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중국 상하이에서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천순핑이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올해 71세인 그는 지난 13일 급성 췌장염으로 병원 두 곳을 찾았지만 모두 진료를 거절당했고, 유서를 남기고 건물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랑셴핑 홍콩 중문대 석좌교수는 11일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올린 글에서 "신장에 기저질환이 있던 98세 모친이 상하이에서 응급실 진료를 위해 PCR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중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4일에는 거주 아파트를 코로나 격리 시설로 만들려는 당국에 맞서 상하이 주민들이 단체로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통제가 심한 중국에서 평소 보기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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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이 주민 시위 (출처 : 트위터)

대규모 봉쇄에 따른 이런 혼란과 비극, 비판에도 중국 관영매체들은 한 건의 코로나 감염 사례도 허용하지 않는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최고의 방역이라고 연일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7일 신문 1면에 실은 논평에서 "지린성의 모든 도시는 격리 통제 구역에서만 신규 감염자가 나오는 '사회면 제로 코로나'를 달성했다"며 "우리는 제로 코로나에 대한 경험뿐 아니라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시진핑 총서기의 중요한 방역 지시 정신과 당중앙 결정의 배치를 단호히 관철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은 대도시를 제외하면 의료 체계가 미흡하다는 점을 제로 코로나 정책의 가장 큰 근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시 주석 최대의 지적으로 홍보한 코로나 방역 성과 등이 흠집 나서는 안 된다는 정치적 이유도 깔려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지난 14일 상하이 주민들의 단체 시위 당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에서, 상하이 경찰은 붙잡힌 주민에게 다음과 같이 소리쳤습니다. "지금 이 상황은 경찰이 아니라 국제정세가 만든 것이다.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중국은 희망이 없다. 우리는 미국과 싸워야 한다. 중국 공산당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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