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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비하인드] 우리는 거리두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거리두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 '코로나 비하인드'는 코로나19 취재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SBS 보도본부 생활문화부 박수진 기자의 취재기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기사에는 담지 못했던 박 기자의 취재물과 생각들을 독자들께 풀어놓습니다. [편집자 주]

친구 8명이 100만 원을 모았습니다. 2년 전, 2020년 11월. '오랜만에 얼굴 보자'는 의기투합으로 모인 돈입니다. 이미 코로나 유행이 한창이었던지라 마음 놓고 만날 수 있는 곳은 없었습니다. 에어비앤비에서 서울 근교의 한 숙소를 예약했습니다. 다른 손님들과 마주칠 일 없고, 8명이 이용해도 좁지 않은 넓은 독채 숙소를 찾았습니다. 모임 예정일은 12월 26일. 하지만 예약 나흘 전 사적 모임 인원은 4명으로 제한됐습니다. '괜찮아지겠지'란 마음으로 기다리다가 예약 취소 시기를 놓친 상황. 이미 지불한 100만 원 중 절반만 돌려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당시엔 코로나로 인한 예약 취소와 수수료 문제를 두고 분쟁이 많았습니다. 사장님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기자 : 혹시 코로나 취소는 일반 예약 취소랑 기준이 다를까요? 갈 수가 없을 것 같아서요.
사장 : 지금 취소하면 손실이 크실 텐데요. 날짜를 코로나가 안정된 이후로 미루셔도 됩니다.
기자 : 가능할까요? 코로나가 어서 지나가면 좋겠네요.

예약을 석 달 후인 3월 13일로 미뤘습니다. 하지만 5인 이상 금지 조치는 연장됐고, 그날도 모임은 불가능해졌습니다.
 
기자 : 사장님 2주 연장이 됐네요. 혹시 4월 17일로 재연기가 가능할까요?
사장 : 네 가능합니다. 연기해놓을게요.

상황은 반복됐습니다. 거리두기에 따른 인원, 시간 제한은 변동은 있었지만 계속 유지가 됐습니다. 결국 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기자 : 매번 이렇게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혹시... 올해 하반기로 아예 미뤄도 될까요?
사장 : 네. 날짜 정하지 말고 상황 보고 적절할 때 연락 주셔도 돼요.

2021년 4월 9일에 나눴던 이 대화가 사장님과의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이후 1년이 더 지나도록 "적절한 때"는 오지 않았고, 친구들 중 누구도 '돈 아까우니 가자'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군인인 친구는 외부 식사도 한동안 금지되던 상황이었고, 교사인 친구는 학생들 걱정에 가족 모임도 하지 않던 때였으니 모임은 사실 불가능했습니다.

확진자는 그때보다 수십 배 늘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코로나에 대한 걱정이나 긴장감은 많이 이완됐습니다. 내일(18일)부터는 모임 인원과 시간을 제한했던 '거리두기'가 폐지됩니다. 이제는 이 모임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마음 놓고 편히 만날 수 있는, 모두가 공감할 '적절한 때'가 언제일진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때 50만 원이라도 돌려받아야 했던 걸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거리두기 (사진=연합뉴스)

거리두기 조정 '48번', 요동친 우리의 '일상'

사회적 거리두기. 2년 전만 해도 낯선 단어였는데 이제는 거리에서, 또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일상 단어'가 됐습니다. 2년 동안 우리는 40번 넘는 거리두기 조정을 거쳤습니다. 그 기간 동안 거리두기의 개념도 여러 차례 변했습니다.

정부 브리핑에서 처음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이 사용된 건 2020년 2월 29일인데, 외출이나 사람 간 접촉을 자제해달라는 당부와 권고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신천지대구교회발 1차 유행이 확산하면서 이 권고에 법적 조치가 더해집니다. 2020년 3월 22일 유흥시설, 실내 체육시설, 종교시설 등의 운영을 보름간 중단했는데, 이게 집합 금지 명령이 더해진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유행 상황에 따라 거리두기를 단계를 상향하는 방식이 도입됐고(2020년 5월), 모임 인원과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최근까지의 거리두기 방식은 3차 유행이 확산되던 2020년 11월 시작됐습니다. 이후 인원과 시간은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고, 백신 접종력에 따라 모일 수 있는 인원이나 출입 가능한 장소가 달라지기도 하는, 혼란스러운 일들이 우리 일상이 됐습니다.

방역 기준을 정하는 정부와 전문가들의 고민이 매우 깊었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돌이켜보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 방역수칙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헬스장의 러닝머신 속도나 음악의 BPM을 제한하는 조치, 러닝머신에서 뛰는 건 괜찮지만 줌바나 스피닝 프로그램에서 뛰는 건 제한하는 조치도 있었습니다. 이례적으로 신혼부부들이 단체까지 만들어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국회를 찾아 조치를 촉구하게 만든, 결혼식 인원 및 취식 제한도 있었습니다. 거리두기 조치의 실질적 피해를 떠안은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비명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최대한의 감염 예방'과 '최소한의 재산 피해'라는 경중을 따지기 어려운 두 개의 가치는 2년 내내 충돌했습니다.

밤 10시 이후 거리 밝힌 자영업자들의 촛불 (사진=연합뉴스)

거리두기 '전면 해제', 왜 지금일까?

이랬던 거리두기가 내일부터 전면 해제됩니다. 정부는 일찌감치 거리두기 해제라는 방향을 정해두고 시행 시기를 조율해왔습니다. 오미크론이 확산되며 더 이상 봉쇄하고, 제한하는 방식의 방역 정책이 먹히지 않는다는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행 정점은 지난 3월 셋째 주 주간 평균 40만 명이 넘어섰던 때지만, 정부는 지난 1월부터 '4명·9시' → '6명·10시' → '8명·11시' → '10명·12시'로 완화시켜왔습니다. 이를 두고 "확진자가 수백 명 수천 명이었을 땐 거리두기를 강화하더니, 수십만 명 때 해제하는 이유가 뭐냐"는 의문과 비판도 나옵니다.

방역당국이 전면 해제를 결정한 통계적 근거는 우선 3월 셋째 주 유행 정점 이후 뚜렷한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3월 셋째 주 정점 당시 주간 평균 확진자는 40만 명을 넘어섰지만 현재 10만 명대로 떨어졌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민간 연구기관 5곳 중 3곳의 수리 모델이 2주 이내 10만 명 아래로 떨어진다고 예측하고 있다"고 근거를 밝혔습니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더디긴 하지만 감소세인 건 맞는데, 특히 사망자의 경우는 언론에 공개되는 '신고일 기준' 사망자 말고 '사망일 기준' 사망자를 집계하면 확연히 떨어지고 있다는 내부 분석도 있습니다.

이런 과학적 근거와 더불어 마침표를 찍게 된 주요 동기 중 하나는 '정권 이양기'라는 정치적 시점도 있습니다. 취재를 해보면, '코로나 이전 일상으로의 회복'이라는 축포를 누가 터뜨릴 것이냐에 대한 현 정부와 새 정부의 기싸움도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현 정부는 지난 2년 간 애써온 이른바 'K-방역'의 마침표를 직접 찍고 싶었고, 새 정부는 새로운 정권의 시작과 함께 이 회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비상시국을 이어오면서 코로나 전담병원을 지정하고, 전담병상을 마련하기 위해 수가 보상 등으로 쏟아부은 예산을 더 이상 지속하긴 어렵다는 관계부처의 판단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2년 간 이어진 비상체계를 끊고 가는 모멘텀이 필요한데, 가장 좋은 게 지금의 정권 이양 시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끝나지 않은 고민…'마스크 벗어도 될까?'

거리두기 해제는 결정됐지만 고민이 끝난 건 아닙니다.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가기엔 아직 걸림돌이 남아있습니다. 우선 '마스크'입니다. 거리두기 해제가 결정된 지난 금요일, 서울 연남동 거리에서 시민들을 취재했는데, 실질적인 일상 회복은 마스크를 벗는 것이라고 말씀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거리두기 조정을 위한 정부 내부 회의 과정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던 것도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 여부였습니다. 통상 중대본과 방대본의 실무 회의,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대면 또는 서면 회의, 그리고 총리실 주재 방역전략회의를 거쳐 결정이 되는데 지난 목요일 늦은 오후 열린 방역전략회의에서도 공방이 계속된 겁니다.

이 회의는 4시쯤 시작해 오후 6시가 조금 넘어 끝났는데, 회의 막바지가 돼서야 '결정 보류'라는 중재안에 이르렀습니다. 이 회의가 시작되기 전까진 "실외 마스크 해제는 하되 밀집도가 높은 집회나 행사에 대해서만 마스크를 의무 착용하거나 혹은 2m 거리두기를 의무화하는" 대안이 거론되기도 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전언인데, 결국 2주 후로 결정을 미룬 겁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미국·영국·독일·프랑스·싱가포르·뉴질랜드·일본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했습니다. 이중 일본과 영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도 해제했고, 미국과 프랑스는 해제는 했지만 대중교통에선 써야 하고, 독일은 '의료기관과 대중교통'에서는 여전히 착용이 의무입니다.

2주 후 실외 마스크 착용이 해제되고, 이후 실내 마스크 착용도 해제된다면 여러분은 마스크를 벗으실 건가요? 이 질문을 시민들에게도 했는데 "벗게 되더라도 불안해서 한동안은 쓰고 다니겠다" "변이가 계속 나오는데, 쉽게 벗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실제 서울대 유명순 교수팀이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10명 중 8명 이상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찬성하는 걸로 나타나기도 했는데요, 정책적 '해제 시점'과 국민 불안의 '해제 시점'이 과연 일치할 수 있을지, 이로 인한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은 없을지 고민이 듭니다.

코로나19, 마스크

끝나지 않은 고민…'격리 안 해도 될까?'

확진자 격리 문제도 비슷합니다. 정부는 1급 감염병인 코로나19를 오는 25일부터 2급 감염병으로 내리기로 했습니다. 2급으로 내려가도 현재 확진자 7일 격리는 유지되는데, 이후 4주 동안 대면 진료 병원들을 늘리는 조치를 취한 뒤 다음 달 말부터는 확진자 격리 의무를 폐지하고 '권고'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강제적인 재택치료가 사라지고, 감기처럼 걸리면 병원 가서 진료받으면 된다는 겁니다.

당초 정부는 격리기간을 일주일에서 닷새로 줄이는 방향을 검토했습니다. 감염병 등급을 2급으로 낮추는 시기에 맞춰 격리 단축도 함께 발표하는 방안도 거론됐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미 방역당국이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 후 최소 7일이 지나야 전파력이 떨어진다고 발표한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격리기간을 단축하려면 스스로 했던 설명을 뒤집을 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내부 고민이 있었습니다. 결국 격리기간을 단축하지는 않되, 5월 말까지의 이행기간을 두고 유행 감소와 의료 대응 강화 상황을 지켜본 뒤 아예 폐지하는 방안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격리가 싫어 감염을 숨기는 '샤이 오미크론'이 늘어나는 등 격리 정책에 대한 국민 수용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견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거리두기도 해제됐는데, 확진자 격리까지 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10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새로운 변이도 계속 나오고 있어섭니다. 고위험군에게 백신을 추가로 접종하고 치료제 처방을 늘린다 해도, 사회적 방역이 느슨해지면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데 그 위험을 키우는 꼴이라는 지적입니다. 마스크 해제와 마찬가지로 정책 변화의 시점과 국민 수용의 시점이 일치하지 않으면 또 다른 갈등은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내일부턴 당장의 일상 회복이라기보다는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과도기'가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과도기'는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킬까요?



(취재 : 박수진, PD : 김도균, 일러스트 : 김정연, 제작 : D콘텐츠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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