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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전투기 탄 조종사의 마지막 비행…'비극' 막으려면

<앵커>

석 달 전 공군 전투기 한 대가 야산에 추락해 20대 조종사가 순직했습니다. 집이 많이 있는 쪽으로 어떻게든 떨어지지 않으려고 조종사는 끝까지 비상탈출을 포기했다고 공군은 밝혔습니다. 사고가 난 기종은 도입된 지 50년도 지난 거였는데,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서 그런 노후 전투기들을 서둘러 퇴역시켜야 한단 목소리가 많습니다.

진송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19일, 고 심정민 공군 소령의 유족은 추락한 F-5 전투기의 블랙박스와 교신 내용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심정희/고 심정민 소령 누나 : 엔진에 화재 경고등이 떴어요. 동생은 이제 '경고 들어왔다'라고 (교신에서) 말을 했고.]

관제사와 교신에서 심 소령은 처음엔 비상탈출 의사를 밝혔습니다.

[심정희/고 심정민 소령 누나 : 이제 그때 순간 이젝션(비상탈출)을 두 번 급하게 '이젝션, 이젝션'이라고 외치고 나서는 그 뒤로는 동생이 좀 버티려고 힘겹게 숨을 쉬더라고요. 그렇게 하다가 이제 비행기가 추락을….]

이륙부터 추락까지 전체 비행시간은 2분 20초.

비상탈출엔 2초밖에 걸리지 않는데, 왜 비상탈출이 이뤄지지 않았을까.

[이희진 대령/공군 F-5 사고조사단장 : 블랙박스 화면을 보면 좌우로 민가가 바로 정면에 보입니다. 비상탈출을 했다면 항공기가 민가에 거의 확실하게 떨어졌을 겁니다. (심 소령이) 끝까지 민가 지역을 회피해 조종했고 마지막에도 비상탈출을 시도하지 않은 걸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공군은 사고 원인으론 우측 엔진 연료도관에 머리카락 굵기 구멍 2개가 생겼고, 거기로 샌 연료가 화재를 일으키면서 수평꼬리날개 조종이 불가능해졌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전문가들은 결국 기종 노후화가 원인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홍규덕/숙명여대 교수·전 국방부 국방개혁실장 : 정비의 실책으로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정비 불량이라고 보기보다는 그 (기종) 자체의 노후화된 문제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양욱/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이미 40년 정도 운용을 했다면 이것은 중간에 어떤 수명연장사업을 했더라도, 이미 위험한 시기가 넘어가 있는 상태다.]

지난 2000년 이후 F-5 조종사 14명이 순직했습니다.

공군은 적정 전투기 보유대수로 '430대 이상'을 잡습니다.

F-5만 80대 정도라 차세대 전투기를 충분히 확보하기 전까진 퇴역을 늦추는 쪽으로 선택해 온 겁니다.

[이원익/항공 전문가·저널리스트 : 최신예 전투기들은 F-5보다 수십 배, 수백 배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고, 전력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적정 대수도 양보다는 질 위주로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윤학수/예비역 공군 중장·F-5 조종 경력 28년 : 더군다나 수원이나 원주나 강릉이나, 다 도시 옆에 있는 (공군) 기지들인데 거기에 사고가 나면 언제 어떤 사고가 올지 몰라요.]

[김병기/국회 국방위원 (민주당 의원) : 전력 공백 문제 때문에 급속하게 퇴역을 시키는 데는 현실적으로 제약은 분명히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퇴역을) 방기할 수는 없습니다.]

공군은 취재진에게 노후 전투기 대체를 위해 현재 보류 중인 F-X 2차 사업 즉, 차세대 전투기 도입을 조속히 추진하는 동시에, 경공격기 FA-50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고 심정민 소령/생전 육성 : 저는 공군 전투기 조종사고요. 항상 비행을 마치면 보람을 느끼지만,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쳤을 때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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