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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매각 권고' 후 2년,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은 어떤 선택했나? [마부작침]

문재인 정부 5년 간 중앙부처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내역 분석

고위공직자의 똘똘한 한 채는 결국 서울?
“정부는 집을 거주공간이 아니라 투기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김현미 /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 (2017년 8월 2일)

“청와대 공직자… 불가피한 사유 없다면 1채 빼고 처분 권고" 
노영민 /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2019년 12월 16일)

“...고위공직자 주택 보유 실태를 조속히 파악하고 다주택자의 경우 하루 빨리 매각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시길 바랍니다” 
정세균 / 당시 국무총리 (2020년 7월 8일)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당시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3년 6개월간 부동산 대책을 24차례나 발표할 만큼 집값 잡기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다주택자들이 부동산을 처분하게끔 정책을 펼쳤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정부 정책을 이끄는 고위공직자 상당수가 다주택자란 사실이 밝혀지며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그 이후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은 정부의 바람처럼 다주택을 처분했을까요?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문재인 정부의 첫 정기재산공개가 시행됐던 2018년부터 마지막 재산공개인 올해까지 5년간(2018-2022년)의 재산공개 내역을 분석해 봤습니다. 특히, 현 정부에서 논란이었던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내역에 주목했습니다. 

분석에 앞서 마부작침은 분석 기준을 밝힙니다. 다주택자를 구분하기 위해 재산 내역 중 공직자 본인과 배우자가 소유한 아파트, 아파트(분양권), 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 오피스텔, 오피스텔(분양권), 복합건물(주택+상가), 연립주택을 2채 이상 소유한 경우 다주택자에 포함시켰으며 공동소유(지분 공유)인 경우 한 채로 분석했습니다. 
 

고위공직자의 똘똘한 한 채는... 서초 > 강남> 송파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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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에게 강력하게 다주택 처분을 권고한 건 2019년 12월 당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 이후입니다. 불가피한 사유가 아니라면 살 집만 빼고 나머지 부동산은 처분하라고 한 건데, 그 발언이 있기 직전인 2019년 공직자 재산 내역을 보면 중앙부처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비율은 실제로 높았습니다. 중앙부처 고위공직자 749명 중 237명(31.6%)이 다주택자였거든요.

하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에게 다주택을 처분하라고 한 게 실제로 유효했는지, 3년 뒤인 올해는 816명 중 134명만이 다주택자(16.4%)로 비율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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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 말하면 다주택을 소유한 고위공직자 다수가 집을 처분하고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남겼다는 의미인데 한 채를 가진 고위공직자의 집 주소를 토대로 지역을 분석해 봤습니다. 광역 기준으로 보면 서울 58.8%, 경기 22.6% 등 10명 중 8명은 수도권에 한 채를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중앙부처 대부분이 세종이 자리 잡고 있지만 고위공직자 대다수는 서울과 경기에 집을 두고 있었습니다. 반면에 직장과 가까운 세종에 집을 선택한 이는 6.8%에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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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가장 비율이 높은 서울 안에서는 강남 3구에 집중됐는데 서초구 25.6%, 강남구 19.8%, 송파구 12.9%, 용산구 5.6%, 양천구 4% 순으로 똘똘한 한 채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아파트 가격으로만 보면 주진숙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영상자료원장이 서초구 반포동 소재 아파트를 41억 5430만 원에 신고해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이용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울산과학기술원 총장이 강남구 개포동 소재 현대3차아파트를 39억 원에,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아파트를 34억7천만 원, 안성욱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초구 반포동 소재 반포자이 아파트를 29억 299985만 원을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위 금액은 ‘공시가격’과 ‘실거래가’ 중 높은 금액을 기재하며 ‘실거래가’는 최근 실제 거래가 이뤄진 가격이 아니라 해당 주택을 취득했을 당시 매매가격, 즉 과거의 ‘취득가격’이란 점에서 과거 취득가격이 공시가격보다 낮으면 결국 공시가격으로 써내 시세 반영을 피할 수 있게 됩니다. 
 

세종 집은 팔고...수도권 집은 남기고?

수도권과 세종시 모두 집을 보유했지만 정부의 권고로 한 채를 남긴 공직자 중 12명은 세종 집을 팔고 수도권에 똘똘한 한 채를 남기는 선택을 보였습니다. 이태한 청와대 사회수석, 백일현 국무조정실 정부업무평가실장, 박계옥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 등이 대표적인데 가령 박계옥 상임위원의 경우 세종시 아파트를 13억 5800만 원에 팔고 강남구 일원동 아파트는 그대로 남겨 1주택자가 된 경우입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김성달 정책국장 고위공직자들이 결국 일터가 아닌 수도권에 똘똘한 한 채를 남기는 건 ‘내로남불' 부동산 정책을 실천할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애초에 정부가 세종시에 주요 부처를 내려보낸 건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수도권 과밀화를 방지해 지역분권을 실천하기 위해서인데 오히려 모범을 보여야 할 고위공직자들이 정부가 부동산 투기로 문제 삼는 서울 서초, 강남, 송파를 선택했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김 국장은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본인이 거주해야 하는 지역의 부동산을 팔았다는 건 강남 불패, 수도권 불패에 대한 신화에 대해서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걸 스스로 보여준 것 밖에 안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끝까지 버틴 '다주택자'... 수도권 보유 비율은 더 높아졌다

정부가 강력하게 권고했지만 끝까지 버틴 다주택자는 어떨까요? 2년 전과 비교해 다주택 공직자의 비율은 줄었지만 오히려 이들이 가진 부동산의 수도권 집중도는 76.4%로 2년 전보다 2.4%p 증가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다주택 가운데 수도권에 있는 부동산은 남기고 다른 지역 부동산을 팔았다는 의미입니다. 

지역으로 나눠보면 서울(45.9% -> 46.4%), 경기(21.3% -> 22.7%) 세종(8.2% -> 8.93%) 순인데 모두 2년 전보다 증가했습니다. 수도권과 세종을 제외한 지역은 감소했습니다. 다주택 공직자들 역시 1주택 보유자와 마찬가지로 수도권을 선택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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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내에서도 다주택 공직자들의 보유 행태는 1주택자와 비슷했습니다. 강남3구에 다주택이 절반가량인 50.3% 집중됐는데 서초구 21.6%, 강남구 19%, 송파구 9.7%, 용산구 5.1%, 마포구 4.9% 순이었습니다. 다주택 공직자자 가진 서울 부동산 중 절반은 강남3구에 몰려있습니다. 

다주택자 재산 총합 순위로 보면 문영호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가 62억1759만 원, 임준택 해양수산부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이 52억3421만 원, 박종승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소장이 47억5232만 원으로 분석됐습니다. 
 

다주택수는 줄었는데 부동산 재산은 더 늘었다?

재산 공개 내역 분석 이미지
중앙부처 다주택자 공직자들은 부동산 재산도 증가했습니다. 올해 이들의 부동산 재산 총합은 7437억7619만 원(2020년 = 5465억9251만 원)으로 2020년 부동산 합계와 비교해 보면 2년 전보다 아파트 보유 건수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36%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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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금액으로 봐도 올해 6억7천만 원으로 2년 전에 비해서 36.5% 증가했습니다. 

취재 : 배여운 그래픽 : 안준석 데이터 : 강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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