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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캠프, 인수위와 용산 이전, 그리고 기형적 국방체제에 대한 우려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새 정부의 국무총리가 내정됐으니 다음은 장관 인선입니다. 이달 중순을 전후로 차기 장관들의 면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장관 자리의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후보도 많고 말도 많은 차기 국방장관 쟁탈전이 제일 뜨겁습니다.

대선 기간 양대 캠프는 별들의 전쟁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예비역 장성 영입에 혈안이었습니다. 윤석열 캠프에는 100명 이상이 집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가운데 무수한 3~4성 출신들이 자의반 타의반 차기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됐습니다. 현재는 두 손으로 헤아릴 수 있을 정도까지 추려진 상태입니다.
 
본격적인 검증에 들어갈 때가 됐습니다. 꼭 짚어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북한 도발 극성기에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따라 대통령실과 군이 50미터 거리를 두고 자리 잡게 됐습니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에 정치권력의 군에 대한 간섭, 군의 정치 종속이 심히 우려됩니다.

게다가 용산 이전을 밀어붙인 인물이 당선인과 충암고 동문인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예비역 중장)입니다. 새 정부의 국방 상왕(上王)으로 통합니다. 김 전 본부장이 수 십 년 군 경험과 대선 과정에서 쌓은 인맥을 부적절하게 가동하면 정치와 군의 비정상적 관계가 형성될 것이란 우울한 관측이 군 내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얽히고 설킨 난제들을 적절히 해소할 수 있는 장관 후보를 골라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예비역 정치권력의 탄생

대통령직 인수위의 외교안보 분과 간사인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대선 캠프의 외교안보 정책본부장이었습니다. 벌써 국방 상왕이 됐다는 평을 듣는 김용현 전 본부장은 캠프 외교안보 정책본부의 국방 분과장이었습니다. 이종섭 전 합참 차장(예비역 중장)과 신인호 전 육군 전투발전부장(예비역 소장)도 캠프 외교안보 정책본부의 국방 분과에서 활동했습니다.
 
이들은 고스란히 인수위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김용현 전 본부장은 인수위 대통령 집무실 이전 TF의 사실상 책임자입니다. 이종섭 전 차장과 신인호 전 전발부장은 인수위 외교안보 분과의 위원이 됐습니다. 그리고 인수위에 파견된 국방 관련 공무원 두 명 중 한 명은 김용현 전 본부장의 통역장교 출신으로 알려졌습니다.
 
캠프 외교안보 정책본부에서 인수위로 직행해 묵직한 직위를 차지한 김용현, 이종섭, 신인호 등은 새로운 예비역 정치권력의 정점으로 꼽힙니다. 캠프의 외교안보 정책본부 자문위원으로 등록됐던 예비역들은 신(新) 예비역 정치권력의 토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김용현 전 본부장은 현 정부에 대해 유례없이 공격적 발언을 하고 새 정부의 실세로 떠오른 충암고 출신이란 점 때문에 민주당의 반발로 국방장관 청문회 통과가 불투명합니다. 그래서 청문회를 거칠 필요 없는 경호처장이 유력합니다. 이종섭 전 차장과 신인호 전 전발부장도 대통실 또는 국방 관련 부처의 요직에 등용될 것입니다.

대선 캠프에 이어 인수위에서도 국방 관련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이종섭 전 합참 차장

국방장관까지 삼켜 김용현 친정체제 구축하나

이종섭 전 합참 차장은 차기 장관 후보로 거론됩니다. 캠프 외교안보 정책본부, 인수위 외교안보 분과로 이어지는 예비역 정치권력의 핵심입니다. 김용현 전 본부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이종섭 전 차장은 캠프의 안보 브레인으로 훌륭한 자원”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이종섭 전 차장이 국방장관으로 입각하면 차기 경호처장인 김용현 전 본부장의 국방 상왕 친정체제가 굳어질 공산이 큽니다.
 
김 전 본부장은 기자에게 “새 정부에서 장관, 장군들과 절대 만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했습니다. 국방부와 합참 주요 국실이 대통령실과 50미터 거리의 지척에 있으면 장관과 장군들은 대통령실만 바라보기 십상입니다. 김 전 본부장이 장관과 장군들을 물리친다고 해도 그들이 김 전 본부장을 따라다닐 것입니다.
 
김용현 전 본부장과 특수한 관계의 예비역 육군 대장도 장관 후보로 올라있습니다. 김용현 전 본부장이 직접 캠프에 영입해 김용현의 장군으로 통하는 A씨입니다. 그가 국방장관이 돼도 김용현 전 본부장의 국방 상왕 친정체제입니다. 또 김용현 전 본부장과 가까운 현역 육군 대장 B씨는 합참의장으로 영전할 것이란 말이 돕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뒤따르는 군 지휘부. 이들 중 김용현 전 본부장의 부름을 받고 야당 캠프에 투신해 김용현 라인으로 통하는 인물도 있다.

군심(軍心)이 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북한이 연쇄적으로 대형 도발을 벌이고 한미연합훈련 일정이 잡히는 가운데 아무런 사전 언질 없이 국방부와 합참, 10여 개 직할 부대의 연쇄 이전을 기정사실화했습니다. 김용현 전 본부장이 이런 계획을 세우고 추진했습니다. 김 전 본부장은 방송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의 안보가 역겹다”, “NSC를 했나 NS쇼를 했나”라고 몰아붙였는데 이는 현 정부뿐 아니라 군에 대한 모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용현 전 본부장을 좌장으로 한 예비역 신 정치권력이 국방 친정체제를 구축하면 정치중립의 군 입장에서는 점령군을 맞는 격입니다. 그럼에도 버텨야 하니 정치에 눈 밝은 장군들의 몸과 마음은 50미터 옆 대통령실을 향할 것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21세기 세 번째 10년기에 정치권력의 군에 대한 간섭, 군의 정치 종속, 군의 사기 저하가 동시에 벌어지는 반(反)안보적 국방 구도를 직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장관 잘 뽑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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