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마부작침] 앨범 vs 스트리밍, 무엇이 더 친환경일까?

[마부작침] 앨범 vs 스트리밍, 무엇이 더 친환경일까?
음악이 없는 삶, 혹시 상상해 본 적 있나요? 학교나 회사를 갈 때, 혹은 공부와 일에 집중할 때, 언제나 음악은 우리 곁에 있습니다. 아마 음악과 우리의 삶은 떼려야 뗄 수 없을 거 같아요. 사실 이 기사도 음악을 들으며 쓰고 있거든요. 특히 더 열정적인 팬들은 음반도 구매하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와 관련된 굿즈들을 사 모으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앨범이 많이 버려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당장 인터넷 커뮤니티를 찾아보면 집에 쌓여있는 앨범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게 다 쓰레기가 될 텐데 말이죠. 그래서 오늘은 음악 시장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데이터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CD뿐만 아니라 다시 부활한 LP, 그리고 최근의 스트리밍까지.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앨범과 스트리밍, 무엇이 더 친환경일까?"
 

포토카드를 얻기 위한 노력

 
마부뉴스
좋아하는 아이돌이 컴백해서 신난 꼭꼬
꼭꼬는 최애 멤버의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앨범 30장을 주문했다.
음반 구매 건수가 늘어난 만큼 팬 사인회 갈 가능성도 높아지니 일석이조!
한정판으로 나온 LP도 놓치지 않고 챙겼다.

본격적인 앨범깡에 들어간 꼭꼬. 1장, 2장, 3장...
연이어 등장하는 다른 멤버의 포토카드에 꼭꼬의 동공이 흔들린다.
모든 앨범을 개봉한 꼭꼬. 20장의 앨범을 다시 주문한다.
 
혹시 꼭꼬처럼 덕질하는 아이돌이 있나요? 좋아하는 아이돌이 생기면 관련 굿즈도 모으고 싶은 게 인지상정! 하지만 포토카드가 랜덤으로 앨범에 들어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선 앨범을 많이 사야 합니다. 팬 사인회도 비슷하죠. 팬 사인회 응모권은 앨범 한 장당 하나씩 받을 수 있거든요. 팬 사인회에 가려면 앨범을 많이 사야 유리합니다. 안정적으로 팬 사인회에 갈 수 있는 앨범 구매량, 이른바 팬싸컷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죠.

음악 청취용 1개 앨범을 제외하면 나머지 수십 장의 앨범은 모두 쓰레기가 될 겁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CD로 음악을 듣질 않으니 앨범 전부가 사실상 쓰레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그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우리나라 앨범 판매량을 살펴보면, 지난해 연간 판매 상위 400위 안에 든 앨범 판매량이 무려 5,708만 9,160장이더라고요. 우리나라 인구수보다 많은 규모입니다.

CD는 폴리카보네이트라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데, 이 녀석은 매립지에서 자연 분해되는 데 무려 100만 년이 걸립니다. 사실상 분해가 되질 않는 거죠. 그 탓에 CD를 처리하려면 매립지나 소각로에서 처리를 해야 해요. 그런데 폴리카보네이트에는 환경호르몬의 주범이 되는 가소제가 제작과정에 포함되거든요. 그래서 소각 과정에서 엄청난 유독가스가 발생합니다. 여기에 앨범 포장용 비닐과 앨범에 포함된 다른 부속물들까지 포함한다면? 앨범 판매로 생기는 환경 부담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어요.
 
마부뉴스
 
꼭꼬가 한정판이라고 구매한 LP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엔 바이닐이라고 부르는 레코드 판은 없어서 못 팔 정도더라고요. 한정판으로 발매하면 팬들이 너도나도 구매해서 매진 행렬은 기본이고 더 비싼 값에 되파는 경우도 많습니다. LP의 유행은 국내에 그치는 게 아닙니다. 위의 그래프는 미국의 음반 매출액을 나타낸 그래프인데, 1986년 이후로 처음으로 LP 매출이 CD를 넘어섰어요. 정말 LP의 제2의 전성기라 할 만하죠.

그런데 이 LP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상당히 질 나쁜 플라스틱으로 유명해요. 바로 PVC인데, PVC의 주요 원료인 염화비닐은 WHO의 국제암연구소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거든요. CD처럼 LP도 역시 소각할 때 독성가스와 환경 호르몬이 대량으로 발생합니다. 음반 판매량이 늘어나는 만큼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양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플라스틱과 함께 춤을


LP에서 카세트, 그리고 CD까지… 시대가 발전하면서 음반의 형태는 조금씩 달라졌고, 소비도 그에 맞춰 변했어요. 위에서 봤던 그래프처럼 LP의 시대가 지고 카세트가 떠올랐고, 또 어느새 CD가 등장하면서 다른 모든 음반을 압도하기도 했죠. 그에 맞춰 우리들의 소비는 이뤄졌고 음반을 만드는 데 사용한 수많은 플라스틱은 폐기물로 버려졌습니다. 그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요?

영국의 글래스고 대학과 노르웨이의 오슬로 대학에서 공동으로 연구한 자료가 하나 있어요. 음악 소비가 얼마만큼의 환경적 비용을 초래했는지 음반 시장을 분석해본 건데, 마부뉴스가 이 데이터를 가지고 그래프를 하나 그려봤습니다. 시점은 각각의 음반의 최고 전성기를 기준으로 했어요. 우선 1977년, 미국에서 LP 판매가 가장 정점이었던 때를 보시죠. 이때 음반시장에서 사용한 플라스틱은 무려 5만 7,884t입니다. 그중 71.3%가 LP에서 나왔어요. 1~3곡 정도의 적은 곡만 수록한 LP 싱글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은 95.1%까지 올라갑니다.
 
마부뉴스
 
1988년 음반시장에서 배출된 플라스틱은 1977년보다 감소한 5만 5,544t입니다. 이때엔 카세트가 전체의 64%를 차지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죠. 그로부터 12년 뒤인 2000년엔 CD가 다른 모든 매체를 압도해버립니다. 2000년 한 해에만 6만 1,096t의 플라스틱이 나왔는데 이 중 89.4%가 CD였죠. 지금은 대부분 음악 소비가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로 이뤄지는 만큼 플라스틱 배출이 확 쪼그라들었어요. 2021년에 배출된 플라스틱은 7,487t으로 2000년의 12.3% 수준이죠.

음반뿐만이 아닙니다. 콘서트와 페스티벌도 환경오염을 피해 갈 순 없어요. 코첼라 페스티벌은 미국 최대 음악 축제로 불리는데, 이 페스티벌에서만 연간 1,612t의 폐기물이 발생하거든요. 페스티벌 기간에는 하루에 107t의 폐기물이 쏟아지죠. 하지만 이 중 재활용되는 건 20%에 불과합니다. 세계 최대의 록 페스티벌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이 열리는 영국은 더 심각합니다. 여름에 열리는 축제만 따져봤을 때 매년 23,500t의 폐기물이 나올 정도죠. 코로나 여파로 지난 2년간에는 페스티벌이 모두 취소됐지만 올해부터 다시 개최된다면 다시 또 엄청난 쓰레기들이 쏟아질 수 있어요.
 

스트리밍에 숨겨진 환경오염

 
마부뉴스
덕질은 앨범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번엔 컴퓨터(+ 스마트폰)가 따끈해질 정도로 음악을 하루 종일 튼다.
매주 있는 음방에서 내 아이돌의 순위를 높이기 위해 이 정도 수고로움은 껌이다.

스트리밍, 다운로드, 유튜브 뮤비 조회수까지...
아이돌을 위해서 꼭꼬는 노력한다.
 

요즘엔 덕질이 앨범과 굿즈로 끝나질 않습니다. 스트리밍과 뮤직비디오가 음악 방송 순위에 영향을 주는 만큼 팬들은 음원 순위와 영상 조회수를 놓칠 수 없거든요.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악을 들을 때 스트리밍으로 듣거나 유튜브로 볼 거예요. 위에서 계속 이야기한 것처럼 기존 음반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야 하니 폐기물 문제가 생겼지만, 스트리밍은 실물이 없으니까 환경오염을 시킬 일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기술이 환경을 보호해준다고 말이죠.

그런데 사실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왜냐하면 스트리밍을 할 때에도, 유튜브로 영상을 볼 때에도 탄소가 배출되거든요. 탄소가 어디서 배출되는지 우선 스트리밍의 원리부터 살펴볼게요. 우리가 스트리밍으로 듣는 음악 파일은 기업의 데이터 센터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검색하면 데이터 센터에 있는 음악 파일이 네트워크를 통해 중계 장치인 라우터로 전송되고, 이 라우터가 와이파이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파일을 전송해주면 비로소 음악이 들리는 겁니다. 그런데 데이터 센터, 라우터, 와이파이 등의 시설을 운영하는데 전력이 많이 들어요. 그리고 전력을 생산하면서 탄소가 배출되죠.
 
마부뉴스
 
CD가 최고점을 찍었던 2000년에 음반으로 인해 발생한 온실가스는 15만 7,633t이었습니다. 그런데 2016년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20만 5,607t의 온실가스가 발생됐어요. 스트리밍하고 다운로드하는 음원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은 서버를 늘렸고,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속도를 높여왔어요. 음악 산업에 막대한 전력이 사용되면서 오히려 과거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포티파이와 애플 뮤직 같은 구독 서비스로 인해 매년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규모는 20만t에서 35만t 정도로 추산됩니다. 코로나 시국 동안 공연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었던 음악 팬들은 그 아쉬움을 스트리밍 서비스로 달랬기 때문에 2021년의 수치는 2016년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클 거예요.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때에도 온실가스는 발생해. 당장 여러분이 기사를 여기까지 읽는 데에도 최소 72m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 됐거든요. 인터넷과 컴퓨터를 비롯한 수많은 IT 기기들은 네트워크 단계뿐만 아니라 모든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이걸 디지털 탄소발자국이라고 불러요. 아무리 디지털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도 탄소 배출량이 얼마나 많겠어… 하고 과소평가할 수 있겠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선 전 세계 데이터 센터와 데이터 전송 네트워크에 드는 전력이 전 세계 전력 수요의 2%를 차지할 정도로 보고 있어요. 이건 전 세계 항공 산업에 사용되는 전력량과 필적하는 수준입니다.
 
Q. 기사를 읽는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어떻게 계산하는 거죠?

필요한 데이터는 3가지. 이 3가지 숫자를 곱하면 계산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이 기사의 데이터 량을 계산하고,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소비되는 전기에너지의 평균치(Joshua Aslan, 2017)를 곱해주고, 소비 전력에 대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얼마인지 한전에서 제공해주는 전국 평균 수치를 곱해주면 끝입니다.

일단 저 위의 부분까지의 데이터량을 살펴보면, 글자는 7,380Byte, 그림이 2,817,000Byte더라고요. 합치면 2,824,380Byte가 될 거고... 여기에 데이터 1Byte 전송에 소비되는 전기에너지 평균치 0.00000000006 Kwh/Byte를 곱해주고, 소비 전력 대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수치 424gCO2/kwh을 곱해주면? 0.072gCO2! 즉 72m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했다는 걸 추정해 볼 수 있어요.

죽은 행성엔 음악도 없다


앨범을 사면 플라스틱이 나오고, 스트리밍을 하면 탄소가 나온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죠.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음악계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해외에선 지속 가능한 LP를 생산하는 레이블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기도 해요. 영국의 한 레이블은 재활용이 가능한 LP를 만들고 있습니다. 인디 레이블을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탄소발자국을 50%까지 감축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죠.

가수들도 환경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콜드플레이는 2019년 발매한 <Everyday Life> 앨범을 프로모션 할 때 탄소 중립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투어에 나서지 않겠다고 발표했어요. 최근엔 아예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댄스 플로어를 만들기도 했더라고요. 팬들이 공연장에서 뛰어야만 전력이 생산되고, 그래야 무대에 불이 켜지는 식으로 말이죠. 빌리 아일리시는 앞으로 본인의 공연장에서 빨대를 금지하고 일회용 물병을 없앨 계획이라고 해요. 관객들은 빌리 아일리시의 공연을 즐기기 위해선 물병을 들고 와야 합니다. 빌리 아일리시는 "No Music On A Dead Planet"이라는 문구가 적힌 옷을 입고 공연을 하기도 했어요.
 
마부뉴스
 
스트리밍 업체들도 가만히 있는 건 아닙니다. 스포티파이는 과거 7개의 데이터 센터를 두고 서버를 운영했는데, 미국의 데이터 센터를 모두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로 운영되고 있는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아예 바꿨어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과감한 선택이죠. 하지만 클라우드 기업이 재생 에너지를 사용해서 데이터 센터에 전력을 공급한다고 대외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화석 연료를 사용하고 있는 곳도 많아서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해요.
 

K-POP의 상황은?


그렇다면 K-POP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K-POP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굳이 아이돌 팬이 아니더라도 K-POP의 위상이 달라진 건 독자 여러분들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작년 우리나라의 음반 수출액이 2억 2,084만 달러였어요. 우리나라 돈으로 무려 2,624억 원! 2017년엔 4,418만 달러였는데 불과 5년 사이에 5배 가까이 늘어났어요.

국내 음반 판매량을 통해서도 K-POP의 성장세를 알 수 있습니다. 한동안 100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량을 구경하기 어려웠던 음반 시장이었는데, 어느새 100만 장이 많아졌거든요. 가온차트 기준으로 2017년에 오랜만에 100만 장 앨범이 등장했고, 올해엔 무려 11장이 100만 장 이상을 기록했더라고요.

하지만 이 수치가 건강한 판매량이라고 보긴 어려울 겁니다. 우리나라의 음반 구조는 굿즈나 팬 사인회를 위해서 앨범을 더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니까요. 앨범을 구매하자마자 버리는 팬들이 많아서 판매처에서 아예 따로 버릴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할 정도예요. 요상하게 뒤틀린 K-POP 음반 시장을 바꾸기 위해 팬들이 먼저 움직이고 있어요.
 
마부뉴스
 
인도네시아의 EXO 팬 Nurul Sarifah가 만든 KPOP 4 Planet이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이 단체에선 K-POP 팬들이 환경을 지키면서 마음 편하게 덕질할 수 있도록 앨범 제작사에게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팬들이 굿즈를 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구매한 앨범들을 모아서 소속사에게 보내는 식으로 말이죠. 또 2022년에 열릴 콘서트는 친환경 콘서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해요.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고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요. 팬의 목소리를 듣고 일부 소속사와 가수들은 친환경 재질의 앨범을 내고 있지만 구조적인 변화까지 이어지기엔 아직 갈길이 멀어 보여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기사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기사에선 우리가 즐겨 듣는 음악이 어떻게 환경에 영향을 주는지 데이터로 살펴봤습니다. 여러분은 K-POP이 친환경 문화에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그리고 친환경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누가 먼저 움직여야 할까요? 엔터테인먼트사와 아티스트일까요? 아니면 팬들일까요? 아래 댓글을 통해 생각을 들려주세요. 긴 기사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마부뉴스 구독 이미지

마부작침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6136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강수민, 강동용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