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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S] 편견 극복한 LG 송찬의 "가장 먼저 출근해서 제일 늦게 퇴근했어요"

[라커룸S] 편견 극복한 LG 송찬의 "가장 먼저 출근해서 제일 늦게 퇴근했어요"
"쉽게 말씀드리면 가장 먼저 나와서 제일 늦게 퇴근했습니다."

편견에는 노력만이 살 길이었습니다. 올 시즌 프로야구 시범경기에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LG 5년 차 신예 송찬의의 이야기입니다.

송찬의는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시범경기에서 1대 1로 맞선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두산 선발 이영하의 131km짜리 슬라이더가 살짝 몰리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휘둘렀고, 타구는 쭉쭉 뻗어나가 잠실구장 펜스 가장 깊숙한 곳을 넘겼습니다. 1군 경험이 없는 송찬의가 잠실구장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묵묵히 잠실구장 다이아몬드를 돈 송찬의는 더그아웃에서 동료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송찬의는 지난 14일 고척 키움전에서 첫 홈런을 신고한 뒤 삼성(18일), NC(20일)를 상대로도 아치를 그려 자신의 활약이 '반짝'이 아님을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2일 말 그대로 '대형 사고'를 쳤습니다. SSG와 원정경기에서 2회 메이저리그 통산 90승의 이반 노바의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고, 7회엔 국내 무대로 복귀한 김광현의 150km의 직구를 통타해 다시 랜더스필드 좌측 펜스를 훌쩍 넘겼습니다.

취재진은 당시 경기를 앞두고 송찬의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더 나은 활약을 펼치면 뉴스로 제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이날 홈런 2방을 터뜨리면서 경기 후 인터뷰를 다시 하는 진풍경이 연출됐습니다. 송찬의는 "1군 투수에게 홈런을 때려내는 모습은 야구 시작하면서 항상 꿈꿔왔던 순간이었는데 이렇게 실행이 돼서 기분 정말 좋습니다. 또 이런 많은 취재진 앞에 서는 것도 뭐랄까 좋은 것 같아요"라며 수줍게 웃었습니다.

LG 송찬의
LG 송찬의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사실 송찬의는 프로 5년 차 선수입니다. 지난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 67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고교 3학년 시절 부진한 성적에도 프로에 지명되자 일각에서 '인맥 논란'이 일었습니다. 송찬의의 삼촌이 당시 LG 송구홍 단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송찬의는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편견의 벽에 부딪혔습니다.

그는 "(인맥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신경 안 쓰려고 하고, 듣지 않으려고 해도 그렇게 되지 않더라고요. 눈치도 많이 보고 제가 할 수 있는 플레이도 소극적으로 하게 되고. 그런 생활을 한 거 같아요"라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2019년 군 입대는 송찬의에게 전환점이 됐습니다. 세상과, 야구와 잠시 떨어져 있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송찬의는 "군대에서 생각할 시간이 많다 보니까 '어자피 야구는 내가 해야 되는 거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자신 있게 해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생각을 정리한 뒤 방망이를 다시 휘둘렀습니다. 25사단 부대 관계자들의 배려 속에 하루 일과를 마친 뒤 운동에 전념했습니다.

"야구 경기를 많이 챙겨보고, 잘 치는 타자들의 영상도 많이 봤습니다. '스윙 연습이나 캐치볼이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부대 쪽에서 많이 배려해주셔서 방망이와 글러브를 다 가져가서 훈련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같은 부대에 롯데 김도규 선수가 있어서 캐치볼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군 전역 후 LG에 복귀한 송찬의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겼습니다. 자신을 향한 편견을 깨기 위해 말 그래도 피나는 노력을 했습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 있었던 황병일 수석 코치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는 "황병일 코치님과 함께 많은 연습을 소화했다"며 "쉽게 말씀드리면 제일 먼저 나와서 제일 늦게 퇴근했습니다. 팀 훈련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하는 훈련이 더 많았던 거 같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송찬의는 지난해 퓨처스 55경기에서 타율 0.301, 7홈런, 23타점을 올리며 타격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먼저 나와서 제일 늦게 퇴근했습니다" 이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팀 타선에 좌타자 비율이 매우 높은 LG에 오른손 타자 송찬의의 활약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류지현 LG 감독은 "타격 재능이 있다는 것이 시범경기에서 결과로 나오고 있습니다. 팀에 오른손 타자가 적고, 좌타자가 많은데, 재능 있는 우타자 선수가 커 가고 있습니다. 다양하게 선수 활용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반겼습니다. 송찬의 역시 우타자인 자신의 가치가 높다는 걸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팀에서 저를 중요하게 생각해주시는 거에 감사하고 거기에 맞게 저도 부응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역할이 무엇이든 그 자리에서 완벽한 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편견을 극복한 송찬의는 자신감에 차 있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 활약을 다짐했습니다.

"항상 풀스윙을 하려고 합니다. 제가 노리는 공이나 생각했던 공이 오면 놓치지 않고 그라운드 인플레이를 만들 수 있는 그런 스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연락도 많이 오고 뉴스에서 응원하는 말도 많이 해주시고, 그런 걸 보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준비해왔던 걸 보여드려야 될 거 같고, 조금 더 응원해주시면 그 응원에 맞게, 기대에 맞게 꼭 부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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