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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러시아는 왜 전쟁을 내도 유엔 상임이사국일까

[취재파일] 러시아는 왜 전쟁을 내도 유엔 상임이사국일까
A라는 학교에 학생회가 있습니다. 이 학생회는 15명의 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들 가운데 특히 5명이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거부권'입니다. 구속력이 있는 안건은 임원 회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5명 중 1명이라도 반대를 외치면 그 사안은 통과될 수 없습니다. 다른 임원들은 2년마다 바뀌지만 이들 5명의 임기는 무한대입니다.

유엔 안보리 시스템을 학생회에 한번 빗대봤습니다. 졸업이 있고 매해 학년이 바뀌는 학교와 현실의 국제사회가 같을 리야 없지만 P5(Permanent Five: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권한과 역할을 설명하자면 이런 식이라는 겁니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입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국제사회의 지탄 여론이 높지만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는 러시아를 규탄할 수조차 없습니다. 철군하라고 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러시아 스스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 인정되지 않는 긴급 특별총회란 틀도 존재합니다. 현지 시간 2일 미국 뉴욕본부에서 열린 긴급 특별총회도 이런 맥락에서 열렸습니다. 191개국 가운데 141개국이 찬성해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죠. 국제사회 여론을 확인하고 정치적 압박을 가한 것이지만, 긴급 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안은 안보리 같은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실제로 러시아는 긴급 총회 이후에도 전쟁 행위를 중단하지 않았죠. 유엔에서 '그러거나 말거나'로 대응한 겁니다.

유엔 긴급특별총회
'러 철군 결의안' 유엔 통과

그럼 러시아의 상임이사국 지위를 박탈할 수는 없을까요? 전쟁을 일으켜도, 혹은 다른 무슨 짓을 해도, 러시아는 계속 상임이사국이란 말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현실적으로 그렇습니다. 다른 상임이사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유를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우선 유엔 헌장부터 아예 이들 5개 국가를 상임이사국으로 명시해놨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해 유엔 헌장에 명기된 이름은 구소련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이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지만, 이미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지위가 구소련에서 러시아로 넘어간 터라 이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유엔 헌장 제5장 제23조
"1. 안전보장이사회는 15개 국제연합 회원국으로 구성된다. 중화민국, 불란서,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 영국 및 미합중국은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다."

그렇다면 이 조항을 바꾸면 되지 않을까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유엔 헌장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회원국 3분의 2가 찬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단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상임이사국 5곳이 모두 찬성해야만 한다는 겁니다.
 
유엔 헌장 제18장 109조
"2. 이 회의의 3분의 2의 투표에 의하여 권고된 이 헌장의 어떠한 변경도, 안전보장이사회의 모든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국제연합 회원국의 3분의 2에 의하여 그들 각자의 헌법상 절차에 따라 비준되었을 때 발효한다."

결국 '러시아'가 OK를 해야 상임이사국 지위가 바뀐다는 것인데 러시아 입장에서는 당연히 찬성할 리 없겠죠.

유엔이 상임이사국의 전쟁을 막은 전례는 사실 그간에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이번 침공은 안보리 체제의 기반을 다시금 송두리째 흔드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AFP통신은 UN이 자연재해나 전쟁이 났을 때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는 기구 정도로 격하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유엔 헌장 : 유엔 홈페이지(https://www.un.org/en/about-us/un-charter)
국문은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홈페이지(https://www.mofa.go.kr/www/brd/m_3998/view.do?seq=333138)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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