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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페셜리스트] '왕따' 된 러 경제…혼자 죽진 않는다?

세계 곳곳에서 러시아산 보드카가 콸콸 버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분노가 불매운동으로 표출이 되고 있는 것인데요.

서방의 경제제재도 러시아를 국제은행 결제망에서 퇴출시키는 돈줄을 죄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은행 ATM기 앞에 길게 늘어선 줄, 현재 러시아서 일어나고 있는 현금 인출 사태, 이른바 '뱅크런'입니다.

생생지구촌 03. 뱅크런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자 불안감이 커진 건데,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20%로 2배 넘게 올려서 통화가치 급락을 막으려 하고 있지만 사실상 역부족입니다.

비자와 마스터는 결제망에서 러시아 은행을 퇴출시켰고, 구글페이, 애플페이 러시아 국민은 쓸 수가 없습니다.

러시아 사업을 중단하는 기업이 늘고 또, 러시아의 원유 수입을 끊겠다는 서방의 정유회사도 늘고 있습니다.

고립이 가속화되면서 러시아 신용등급은 국가 부도 위기에 가까운 쪽으로 강등됐고, 주요 글로벌 금융지수에서도 줄줄이 퇴출됐습니다.

러시아야 자업자득이라 하겠지만, 문제는 이 충격파가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과거 전쟁은 항상 단기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되는 추이를 보였습니다.

금융시장 반응을 보니까 통상 좀 예견됐던 전쟁은 시장이 빠르게 회복이 되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더 오래 걸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상대적으로 발발이 예측됐던 걸프전이나 크림반도 공습은 급락 후 길지 않아 오히려 더 올랐지만, 반면 쿠웨이트 침공이나 한국전쟁 같이 불시에 일어난 충격은 오랜 조정기를 겪었습니다.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떨까요.

장기간 두 나라가 갈등상태였던 만큼 비교적 예측 가능한 쪽이었다, 이렇게 분류하는 편인데, 그럼 전쟁 공포가 미리 반영돼서 충격이 적어야 하는 거 아니냐 하겠지만 꼭 그렇진 않습니다.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 사태로 세계는 공급망 교란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려왔습니다.

그런데 전쟁이 이 두 가지 악재를 더 꼬이게 만들었습니다.

독일 폭스바겐은 최근 동부의 한 공장 가동을 멈출 위기에 처했는데요.

우크라이나에 있는 수십 개의 자동차 부품 기업들이 전쟁으로 올 스톱돼 부품을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이죠.

스위스의 철광석 수출업체는 우크라이나 항구에서 화물을 가지고 올 수 없어서 여기서 철광석을 수입하는 각국 철강업체들이 비상입니다.

조금씩 풀리나 했던 공급망 교란 문제가 뜻밖의 난관에 봉착한 것입니다.

인플레이션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유가가 복병인데요, 세계 원유의 12% 공급하는 러시아, 국제유가는 100달러 훌쩍 넘었고,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천명하니까 200달러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니켈값이 이상 급등하고, 알루미늄, 구리, 밀 거의 모든 원자재가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러시아 경유 항공편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노르웨이산 연어가 가격이 급등하다 보니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겪는, 그러니까 생각 이상으로 광범위하게 물가를 끌어올립니다.

노르웨이산 연어 가격 급등

경기불황과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언급이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는 이유입니다.

특히 한국은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직접교역비중이 작지만, 경제의 원유 의존도가 1위로 유독 취약해 영향이 불가피합니다.

또 하나 걱정되는 점은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겁니다.

전쟁으로 경기가 위축되면 보통 돈을 풀어서 부양을 하는데, 이미 전 세계가 코로나를 극복하느라 넘치게 푼 유동성이 지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상황입니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할 2022년 세계 경제, 전쟁이라는 돌발 악재에 예측불허로 치닫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정성화·박현철, 영상편집 : 이승희·전민규, CG : 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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