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연금 개혁,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까

[취재파일] 연금 개혁,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까
연금개혁위 통해 안을 만든다는 이재명, 윤석열
보험료율 인상 카드를 처음 꺼낸 심상정
연금 개혁 공동선언을 제시했던 안철수

지난달 3일 1차 TV 토론에서 대선 후보 4명이 모두 동의한 공약이 있다. 바로 연금 개혁이다.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누가 대통령이 돼도 국민연금 개혁을 하겠다, 이렇게 네 명이서 공동선언하자"는 제안을 했고.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좋은 생각입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이 자리에서 약속을 하지요. 안 할 수 없으니까. 선택이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별다른 언급 없이 웃으며 화답했다.

국민연금은 지금 내가 내는 돈을, 수십 년 후에(65세 기준) 얼마로 되돌려 받을 수 있을까의 문제다. 그리고 멀지 않은 미래에 이 돈이 고갈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는 2020년 2,234만 명에서 꾸준히 줄어 2050년엔 1,539만 명이 된다. 반대로 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2020년 434만 명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해 2050년엔 1,432만 명이 된다. 2060년엔 수급자가 가입자를 넘어서는 걸로 추정된다. 내는 사람은 꾸준히 줄고 받아야 되는 사람은 크게 늘어나다보니, 2057년엔 쌓여있던 기금까지 모두 고갈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1990년대생은 수급 시기에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미지 출처: 시사저널

연금 개혁은 찬성, 개혁 방법은 제각각


앞서 말한 것처럼 여야 후보들 모두 연금 개혁을 찬성한다. 하지만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선 조금씩 생각이 다르다. (단일화에 합의한 안철수 대표의 공약도 이후 윤석열 후보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같이 언급하겠습니다. 다만 후보에선 사퇴한 만큼 안철수 대표라고 표기하겠습니다) 심상정 후보, 안철수 대표는 모두 4대 연금(공무원, 사학, 군인, 국민)을 통합하자는 공약을 냈다. 내는 돈(보험료율)이나 지급요건(가입 연수, 수급 연령) 등이 연금마다 제각각인데, 이걸 일단 맞춰놓고 고민을 하자는 것이다.

연금개혁1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이해관계가 복잡해 통일안을 제시하긴 어렵다고 밝혔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공무원, 사학, 군인 등 특수 직역 연금의 부실이 더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통합하면 국민연금의 부실을 가속화할 수 있어서 조금 더 검토하고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금개혁

그럼, 더 내고 더 받을 것인가, 아니면 덜 내고 향후 덜 받을 것인가. 심상정 후보, 안철수 대표는 더 내고 더 받자는 생각이다. 현재 9%인 보험료율을 올려서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자는 거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들어서 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보다는 향후 정부를 꾸려서 본격적인 논의를 해보겠다는 설명이다. 다만 두 후보는 소득 하위 70% 노인을 대상으로 지급되는 기초연금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점진적 대상 확대', 윤석열 후보는 받는 돈을 월 30만 원에서 10만 원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 우리나라의 노후소득 보장체계 >
<제 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보건복지부(2018.12)><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 data-captionyn="N" id="i201643487"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220304/201643487.png" style="display:block; height:274px; margin:20px auto; width:800px" v_height="337" v_width="984">
 

몰라서 못 바꿨나, 역대 정부의 딜레마

그런데, 이런 연금 개혁이 방법을 몰라서 못 한 건 아니다. 매번 정부가 바뀔 때마다 연금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보험료율, 즉 당장 내야 할 돈을 올린다면 국민들이 반발할 수 있기 때문에 연금 개혁이라고 하는 방울을 고양이 목에 달아야 하는 부담감이 역대 정부마다 반복돼왔던 것이다.

국민연금은 전두환 정부가 만들고 노태우 정부가 도입했다. 태초에 국민연금은 1988년 기준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받는 돈의 비율)은 70%였다. 말 그대로 조금만 내도 든든하게 노후 보장이 됐던 제도였다. 하지만 이 같은 '저부담, 고급여' 구조에 가입자 수까지 늘면서 재정 문제가 드러났다. 김영삼 정부는 이후에 개정된 연금법에 따라 보험료율을 6% 올렸고, 김대중 정부 1998년에 다시 9%까지 올렸다. 이때 받는 돈(소득대체율)도 70%에서 60%로 줄였고, 처음 연금을 받는 연령도 기존 60세에서 2020년에 62세, 2033년엔 65세로 늦추기로 했다. 당시 정해진 보험료율 9%는 20년 넘게 바뀌지 못하고 있다.

2007년 노무현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다시 40% 줄이는 2차 개혁을 진행했다. 보험료율도 9%에서 15.9%로 올리려 했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국민연금은 15년 전의 개혁이 끝이었고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선 공무원연금의 보험료율을 국민연금의 2배인 18%까지 올렸다. 현 문재인 정부에서도 2019년 보험료율 12%로 인상하면서 소득대체율은 조금 높아진 45%를 제시했지만, 당시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국민 반발을 의식한 데다가,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흐지부지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2015년 8월)
"(국민연금 개편은) 공무원연금 개혁과는 다른 문제로 접근해야 할 사항이고, 국민들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반드시 먼저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문제인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2018년 8월)
"국민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국민연금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기금 고갈의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하지만, 연금 개혁 시점은 늦추면 늦출수록 미래 세대의 부담은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의 말을 들으면 좀 더 쉽게 이해가 된다.
 
양재진 /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연금 보험료를 빨리 올리면 올릴수록 기금의 안정성은 훨씬 더 커진다. 왜냐하면 복리 이자 계산을 생각해보면, 지금도 국민연금에서 6%~7%의 연 수익률을 내면서 60조 원에서 70조 원씩의 이자 수익이 난다. 그런데 그걸 다 놓치게 되는 거다. 연금보험료 인상이 늦어지면 그 수익을 다 놓치는 것이고 미리 해놓으면 그게 복리로 다 쌓이니까 나중에 오히려 연금 보험료를 올릴 인상 필요성을 낮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보험료율(9%)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확연히 낮은 수준이다. 일본은 보험료율을 2003년 13.6%에서 2017년 18.3%로 올렸고, 독일은 18.7%, 미국은 12.4%를 낸다(2018년 기준).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2020년에 작성한 '4대 공적연금 장기 재정 전망과 시사점'에선,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연금 수급 연령을 늦췄을 때 국민연금 재정이 어떻게 될지 시나리오별로 정리돼 있다.
 
<국민연금 재정 전망 시나리오 및 시나리오별 적립금 추이>
연금개혁
연금개혁

시나리오①은 연금 수급 연령만 늦춘 것이기 때문에 개선 폭이 크지 않지만, 보험료율을 높이는 시나리오③, ④, ⑤의 경우엔 개선 폭이 컸고, 특히 시나리오⑤의 경우 적립금의 소진 시기도 기존보다 25년이나 늦출 수 있었다.
 

결국 관건은 정치력

훈수를 두고 비판하는 건 쉽다. 문제를 해결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현재 연금 재정 상태라면 2057년엔 기금이 모두 바닥난다. 그나마도 출산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서 더 빨리 소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금 고갈 시점이 점점 빨라지는 거다. 결국 관건은 정치력이다.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조정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은 정치의 몫이다. 후보 모두가 연금 개혁에 동의한 만큼 누가 정권을 맡더라도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정면돌파하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