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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인류 역사에서 전쟁이 없던 시기는 얼마나 될까?

[마부작침] 인류 역사에서 전쟁이 없던 시기는 얼마나 될까?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 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상상해 보세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평화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요.

어쩌면 당신은 저를 몽상가라고 부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혼자가 아니에요.
언젠가 당신이 우리와 함께하게 된다면
세상은 하나가 될 거예요.

2018년, 2021년, 그리고 2022년까지. 한국과 일본, 중국, 동북아 3개 국에서 연이어 열린 올림픽의 개회식에는 공통적으로 흘러나온 노래가 있습니다. 바로 이 노래, 존 레논의 Imagine이죠. 지구촌 최대의 이벤트인 올림픽에서 개최국들은 전 세계를 향해 평화를 노래했지만 이 노랫말이 푸틴 대통령에겐 닿지 않았던 걸까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오늘로써 8일 차로 접어들었습니다.

노랫말처럼 평화의 목소리는 정말 몽상가의 입에서만 나오는 걸까요? 이번 주 마부뉴스에서는 전쟁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인류 역사상 전쟁이 없었던 평화의 시기는 얼마나 되는지, 전쟁의 빈도와 피해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마부뉴스 나름의 데이터로 살펴볼 예정입니다. 큰 피해와 희생자가 더 이상 없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오늘의 마부뉴스의 질문은 던져볼게요.

“인류 역사에서 전쟁이 없던 시기는 얼마나 될까?”
 

우크라이나 현재 상황은


우선 본격적인 레터를 시작하기 앞서서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어떤지, 전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간단하게 정리해볼게요. 아, 참고로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언론에 보도되는 우크라이나 지역명이 침략국인 러시아의 발음으로 표기되고 있다는 걸 지적했는데, 마부뉴스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역을 모두 우크라이나 발음(국립국어원 기준)으로 표기하려고 합니다.

아래 지도는 3월 2일 기준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 점령한 지역을 나타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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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월 24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 군사 작전을 지시했어요. 한국 시각 11시 50분경부터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전역에 폭격을 퍼붓기 시작했죠. 수도 키이우(키예프) 점령을 목표로 기갑부대 등이 러시아 군이 본격적으로 우크라이나 영토로 진입했어요.
 
2. 러시아군은 48시간 안에 키이우 진군을 목표로 했지만, 러시아의 기대와 달리 우크라이나의 항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상외의 고전이 이어지자 푸틴은 우크라이나 군부를 향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시킬 것을 선동하기도 했죠.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수도 키이우에 남아서 우크라이나를 방어할 거라는 결사항전의 메시지를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향해 던졌어요.
 
3.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게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어요. 일단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죠. SWIFT에는 전 세계 200여 개국의 금융기관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 결제망에서 배제되면 수출 대금을 받거나 수입 대금을 지불하는 등의 거래가 사실상 힘들어집니다. 러시아의 전체 금융거래 80%가 SWIFT에 의존하고 있고, 미국 다음으로 SWIFT 결제 건수가 많은 만큼, 이번 제재가 러시아에 미치는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되죠.
 
4. 생각대로 풀리지 않아서인지 러시아의 일부 부대들의 사기 저하가 심각하다는 정보도 들려오고 있어요. 미 국방부 고위관리자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러시아군 일부에서 연료, 식량의 보급 문제가 있어서 사기가 저하된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SNS에는 러시아 일부 부대가 슈퍼마켓을 약탈하는 듯한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어요.
 
5. 진격이 더디면, 오히려 더 공격적인 전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러시아군이 민간인 주거지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포격에 나서고 있거든요.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국제법에서 금지하는 진공 폭탄을 주거지역을 겨냥해 사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죠. 국제형사재판소는 바로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고요.
 

전쟁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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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때아닌 전쟁 공포를 느끼고 있습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를 SWIFT에서 배제하기로 하면서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물리적 공격을 가할 경우엔 3차 세계대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물론 3차 세계대전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미국의 군사적 대응이 위험성이 있는 만큼 군사적 대응보다는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제재에 집중한다는 말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3차 세계대전이라는 단어가 나온다는 게 공포스럽죠.

2022년에 전쟁을 염려한다는 게 어찌 보면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런 전쟁과 분쟁은 우리 주변에 꽤 있었어요. 마부뉴스도 여러 번 다뤘거든요. 우선 미얀마, 2021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와 국민통합정부와의 전쟁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내전도 여전히 진행형이죠. 미군의 철수를 틈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지만 여전히 아프가니스탄의 국민 저항 전선이 탈레반과 내전을 이어오고 있거든요. 정전 협정을 맺은 우리나라도 엄밀히 따지면 국제법상 전쟁 상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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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살펴볼게요. 예전 미얀마 기사에서 활용했던 ACLED 데이터를 이번에도 분석해 보려고 합니다. ACLED 데이터는 전 세계 90개 이상의 국가에서 보고된 모든 정치적 폭력 및 시위 행위를 실시간으로 코딩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분쟁 상황을 가장 자세히 볼 수 있는 자료거든요. 데이터에는 평화적 시위도 포함돼 있어서 시위(Protest)로 분류되는 분쟁은 제외했어요. 분석해보니 아직 2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2022년에 전 세계에서 분쟁으로 죽는 사람은 무려 1만 6,561명이었어요. 지도를 보면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지역의 분쟁 지역을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오는 지역은 미얀마였습니다. 지난해 2월부터 미얀마 군부와 미얀마 국민통합정부 사이의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데 올해에만 벌써 2,9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어요. 교전에 의한 사상자만 해도 2,000명에 육박할 정도죠. 2014년부터 이어지는 내전의 영향으로 예멘이 2위를 차지했고, 나이지리아는 이슬람 테러조직 보코 하람의 반란의 영향으로 사상자의 규모가 1,788명이나 됩니다.
 

인류 역사상 7.8%만 평화의 시기


인류 역사상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얼마나 될까요? 20세기를 대표하는 문명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윌 듀런트는 본인의 저서 <역사의 교훈>에서 역사에 기록된 3,421년 중 전쟁이 없었던 해는 268년, 7.8%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어요.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도 "1945년부터 1990년까지 2,340주 동안 지구촌에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단 3주일뿐"이라고 말했죠.

정말 인류와 전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걸까요? 정말 전쟁이 없었던 시점이 이렇게 적은 지, 마부뉴스가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로 직접 계산해 봤어요. 분석에 활용할 데이터는 COW 데이터입니다. COW(Correlates of War)는 1963년 미시간 대학교에서 시작된 전쟁의 역사에 대한 학문적 연구 프로젝트인데, 이 데이터에는 1816년부터 2009년까지의 전쟁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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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W의 자료를 바탕으로 전쟁 시점을 정리해서 전쟁이 없었던 해가 있는지 시각화를 해봤습니다. 1816년부터 2009년까지 전쟁이 없었던 시점은 단 한 해도 없었어요. 모든 연도가 빈 틈 없이 꽉 차있죠? 2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지구 상에는 매년 매년 어떤 전쟁이라도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최근으로 올수록 더 평화로울 거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오히려 최근으로 올수록 전쟁의 빈도는 늘어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요. 가장 빈도가 적었던, 즉 한 해에 딱 하나의 전쟁이 있었던 연도는 2개가 있었는데 이 때는 바로 전 세계가 모두 2차 세계대전이라는 혼돈에 휩싸였던 1942년과 1943년이었죠.

전쟁은 오히려 과거보다 늘었지만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의 숫자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좀 이상한 일이죠? 그 이유는 전쟁 분류를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전쟁이 늘어난 건 맞지만 증가한 대부분은 내전이었거든요. 국가와 국가 간의 큰 규모의 전쟁은 거의 사라졌어요. 큰 규모의 전쟁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다 보니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의 숫자도 감소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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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가 간의 전쟁은 왜 사라졌을까요? 세계화가 되기 전, 국가라는 존재가 비교적 흐릿했을 때에는 전쟁이라는 방법이 자원을 획득하는데 유용했어요. 하지만 국가의 존재가 커지고, 국가 간의 외교와 교역이 본격화되면서 세계시장을 통해 자원을 획득하는 게 더 싸게 먹히게 됐죠. 굳이 전쟁을 할 필요가 없어진 거예요. 국경도 더 이상 변화가 없어지면서 국가 간 전쟁은 구시대의 산물로 간주되었죠. 하지만 이번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흐름과는 다른 선택이었습니다.
 

좋은 전쟁, 나쁜 평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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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각지에서 반전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여론이 드셉니다. 이례적으로 중립국들도 우크라이나에게 무기 지원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죠. 오랜 시간 동안 군사적으로 중립을 지켰던 핀란드와 스웨덴이 움직인 건데, 스웨덴이 군사 충돌 국가에 무기를 보낸 건 1939년 구소련이 핀란드를 공격한 이래 처음이라고 해요.

푸틴은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팬으로 유명합니다. 본인 연설에 톨스토이의 다양한 작품을 인용하기도 했고, 문화특보로 톨스토이 4대손을 임명할 정도니까 말이죠. "전쟁처럼 악하고 소름 끼치는 일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톨스토이가 전쟁을 두고 한 말입니다. 지금이라도 푸틴이 톨스토이의 이 이야기를 잘 새겼으면 좋겠어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과거에 비해 전쟁의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분쟁의 피해를 보고 있어요. 우리가 미쳐 인지하지 못했던 전쟁의 상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죠. 인류는 정말 전쟁과는 분리해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일까요? 우리에게 전쟁과 평화, 둘 중에 무엇이 더 가까이 있는 걸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아래 댓글을 통해 생각을 알려주세요!(*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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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강수민, 강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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