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직접 사과하고 싶어 대표팀에 합류했습니다"

심석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vs 최민정 "훈련 외 접촉 막아주세요"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 대표팀 동료였던 최민정과 김아랑을 험담했던 심석희가 2개월의 자격 정지 징계를 마치고 대표팀에 합류했습니다. 선수촌 문을 열기까지 쉽지 않았습니다. 정문에 도착하고도 발을 떼지 못했습니다. 심석희 선수의 아버지는 "선수촌 앞에서 복귀를 반대하는 트럭 시위를 보고 석희가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두려움에 휩싸였다"고 전했습니다. 1시간 동안 차 속에서 눈물을 쏟았습니다. 압박감을 못 이기고 소속팀인 서울시청 관계자에게 '입촌 포기' 의사까지 전달했지만 아버지의 긴 설득에 차에서 내려 힘겹게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그리고 취재진에게 "죄송합니다. 지금 말을 하기가 힘들다"며 한 장의 편지를 건넸습니다. 최민정과 김아랑에게 전할 '사과 메시지'가 담긴 입장문이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직접 입장문을 읽으며 사과할 예정이었지만 쏟아진 눈물 탓에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심석희

다음은 입장문 전문입니다.
 
안녕하세요.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입니다.

먼저, 이 자리를 빌려 저에게 많은 관심과 응원을 주신 국민분들과 팬 여러분 그리고 관계자분들과 기자분들에게 충격과 혼란을 드리게 되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 전해드립니다. 저는 그간 당사자분들과의 그 어떤 사과나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언론을 통한 사과만 하는 것 보다, 당사자와의 사과가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소속팀과 오랜 논의 끝에 대표 팀 합류를 결정하게 되었고, 비로소 제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김아랑 선수와 최민정 선수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또한, 이번 베이징올림픽 전에 저로 인해 많은 혼란을 겪으신 대표팀원분들께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여러 힘들었을 상황 속에도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분들이 최상의 경기를 해내주어서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감사드립니다.

작년 10월, 비록 성폭력 2심 재판 중 증거가 아닌,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작성한 의견서를 마지막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불법 유출이라는 또 다른 범죄로 인해 언론에 공개되었던 것이지만, 제가 당시 대표팀 팀원들을 비판 하였다는 사실은 명백한 저의 잘못입니다.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힘들겠지만 제가 희생해서라도, 팀원들이 단합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오랜 시간 저를 항상 지지해주시며 후원해주셨던, KB국민은행과 NIKE에도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과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저를 지지하며 응원해주신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믿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분들이 계시기에 제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힘과 위로를 받아 다시 한번 용기 내어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심석희 선수의 아버지는 딸을 대신해 SBS 취재진에 대표팀 합류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동료를 비난한 건 석희의 잘못이 분명합니다. 최민정과 김아랑 선수에게 잘못했다고 직접 사과해야 하는데 그동안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선수촌에서 만나 사과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대표팀 합류를 결정했습니다. 훈련이나 대회에서도 팀에 해가 되지 않도록 동료나 코치님의 의견에 따를 생각입니다."

심석희 국가대표팀 복귀, 최민정 세계선수권 참가 결정

반면 여론은 여전히 차갑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가 되지 않았다며 팬들은 분노했습니다. '동료 선수를 고의로 민 가해자와 무서워서 어떻게 같이 뛰냐. 빙상연맹은 피해자를 보호하라'. 팬들의 트럭 시위에 적힌 문구입니다. 또 이를 방관하는 빙상연맹 또한 '가해자'라고 규탄했습니다.

동료의 험담에 고의 충돌 의혹까지, '피해자' 최민정 선수의 마음은 여전히 굳게 닫혀있습니다. 베이징올림픽에선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리며 굵은 눈물을 쏟았습니다. 올림픽 전부터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이번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는 대한빙상경기연맹에 공문을 보냈습니다.

'특정 선수가 사과를 앞세워 최민정 선수에게 개인적인 접근 및 만남 시도를 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고 훈련 이외의 장소에서 불필요한 연락 및 접촉이 발생하지 않도록 빙상연맹과 국가대표팀에 요청드린다.'

공식 훈련 시간 외에 심석희와 마주치고 싶지도 않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겁니다. 최민정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습니다.

'껄끄러운 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두 선수는 2일 나란히 대표팀에 합류했습니다. 3일 첫 훈련에서 5개월 만에 다시 만납니다. 하지만 심석희 선수가 사과를 해도 최민정 선수가 마음을 열지 않는 이상 두 선수의 관계 회복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사과를 전하고 싶은 심석희와 몸도 마음도 다친 최민정의 '불편한 동거'는 18일 개막하는 세계선수권까지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