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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러시아, 거짓말하고 있다…우크라는 야망의 시발점"

우크라이나의 목소리를 기록합니다

"예고된 전쟁이란 것은 없다."

혹자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경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이 명제는 틀렸습니다. 비극적이게도.

"예고된 전쟁이란 것도 있더라."

이제 그 문장은 이렇게 수정되어야 합니다. 적어도 우크라이나 사태에 있어서는 말입니다.

사실 미국이 침공 가능성을 경고한 이후에도 많은 이들은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설마' 했던 것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푸틴의 야욕에 대해서 의심은 했지만, 평온하던 도시가 쑥대밭이 될 것이라고, 시신이 '널브러져 있는' 처참한 광경이 거리에 펼쳐질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쉽게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리비우에 위치한 이반 프랑코 국립대학교 예비학부의 올레흐 오스타퓨크 교수 역시 "개전 이전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러시아가 실제로 이렇게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올레흐 교수와의 인터뷰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우크리아나어과에 재학 중인 최상인 씨의 도움으로 성사됐습니다.

전쟁의 참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인터뷰 전문을 그대로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무기 없이 맨손 저항…무차별 공습 때마다 경보, 항상 경계"

올레흐 교수

- 자기소개를 해주시겠습니까?
= 제 이름은 올레흐 오스타퓨크입니다. 저는 르비우 대학교의 대학원생이며, 이반 프랑코 국립대학교에서 예비학부 교수직을 맡고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의 전반적인 상황은 어떻습니까?
=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방위적 침략을 받고 있고, 수많은 도시에서 러시아 군대와 교전이 진행 중입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우크라이나 군에 대해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 심지어 무기 없이 맨손으로도 러시아 침략자들의 폭력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 현재 르비우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 현재 르비우는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민간시설을 타깃으로 무차별 로켓 공격을 할 때마다 공습경보가 울려서 사람들이 방공호로 대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미사일 포격이 무차별적이기 때문에, 미사일이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르비우 시의 시민들 또한 항시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첩자 있다…색출해 경찰에 보고 중"


하지만 우리는 잘 버텨내고 있습니다. 르비우의 시민들과 지역 방위군은 어떠한 공격에도 우리의 영토를 지켜낼 준비가 되어 있으며, 우리의 작전을 방해하려는 러시아 첩자들의 공격 또한 막아내고 있습니다. 그것이 쉽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첩자들을 색출해내어 경찰 병력에게 보고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거짓말을 하고 있다…푸틴 야망의 시발점이 우크라이나"

올레흐 교수

- 그렇군요, 교수님께서는 이 비극적인 전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현재 전쟁을 경험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것은 너무나도 끔찍한 일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있어서도 이것은 큰 충격입니다. 전쟁이 발발한 날에, 저는 매우 일찍 일어났고 아버지로부터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개전 이전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는 러시아가 실제로 이렇게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우리의 국토가 전쟁터가 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저희에게는 너무나도 슬프고 비극적인 일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남들이 강요하는 방식이 아닌, 우리의 방식대로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죽음마저도 불사하고 우리 삶의 터전을 지켜내려는 이유입니다.

-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의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공식적으로 러시아는 이 전쟁이 억압받는 돈바스 지역의 주민들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것을 거짓입니다. 푸틴은 그저 러시아 시민들을 선동해 계속 독재를 하려고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사실, 러시아는 오래전부터 우크라이나의 언어와 문화를 금기시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자들은 모두 푸틴에게 숙청당했고, 푸틴은 다시 러시아를 소련 시절로 회귀시키려는 제국주의적 야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의 시발점이 우크라이나입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마치 그의 땅인 줄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우크라이나는 자신만의 문화와 언어를 가진, 러시아와는 완전히 구분되는 별개의 나라입니다. 물론 일정 부분에서 유사하지만, 이것이 러시아로 하여금 우크라이나가 원래 그들의 땅이었으며,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그들의 노예라고 생각하는 것을 정당화할 순 없습니다.

만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똑같다면, 같은 민족이라면 애당초 러시아는 왜 이러한 침략전쟁을 시작했습니까? 저는 이것이 우리와 러시아는 별개임을 증명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살극이 벌어지고 있다…최전방 음식, 생필품 필요"


우크라이나

- 러시아군이 비무장한 민간인들을 상대로 무차별 발포를 하고 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 사실입니다, 오늘 2월 28일에 러시아군은 하르키우에 무차별 폭격을 가했고, 도시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지옥이 펼쳐졌습니다. 키예프 또한 비슷한 상황입니다. 러시아 군대는 우크라이나 군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까지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하르키우와 키예프뿐만 아니라, 근교의 지역 전체에서 이러한 학살극이 벌어지고 있어요. 러시아 군대가 가는 곳마다, 폭격하는 곳들마다 민간인들의 시신이 거리에 즐비합니다. 제가 말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러시아 군대는 우크라이나의 군사시설뿐만 아니라 민간인 거주구역에도 폭격을 가하는 중입니다. 리비우는 그래도 비교적으로 안전한 편입니다. 키예프, 하르키우, 헤르손, 리브네, 빈니짜, 오데사에는 매일 매시간 폭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반인륜적인 공격행위의 화살은 고스란히 민간인들을 향하고 있어요. 매일매일 우리의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이 피 흘리며 죽어가고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범죄일 뿐만 아니라, 전 인류에 가해진 끔찍한 폭력입니다. 러시아 군대가 가는 곳에는 무고한 사람들의 시신이 넘쳐납니다.

- 현재 전 세계가 자신의 국토를 지키고자 하는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에 감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 현재 우크라이나 가장 필요한 것은 최전방의 사람들이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음식과 생필품입니다. 리비우에는 아직까지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없지만 교전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지역들의 시민들은 심각한 생필품 부족과 의료인력, 그리고 식량부족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이 자신들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하는데요, 우크라이나로 하여금 나토에 가입할 빌미를 제공한 것이 러시아가 아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고 말고는 러시아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일은 우리가 결정합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수년간 계속되는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나토에 가입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지, 우리는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분쟁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대두된 2014년 전부터 러시아는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앞바다에 군함을 띄워서 끊임없이 그곳을 위협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것은 바로 크림 반도의 불법적인 병합으로 이어졌죠.
우크라이나는 2008년부터 나토 가입 의사를 표명해왔지만, 나토는 우리에게 가입 여부에 대한 어떠한 가이드라인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러시아는 무력을 사용해 우리를 꾸준히 협박하며 우리로 하여금 나토 가입을 더욱 서두르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 전쟁입니다. 이 전쟁은 그저 시작일 뿐입니다. 만일 우크라이나가 나토의 회원국이었다면 이 전쟁은 애초에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가장 바라는 것은 종전…파괴된 삶의 터전, 시간 걸려도 재건해 낼 것"


- 따로 덧붙일 내용이 있으십니까?
= 제가 가장 바라는 것은 종전입니다. 전쟁은 모두에게 끔찍한 일이고, 없어져야만 합니다.
현재 모든 사람들이 매일같이 지옥을 경험하고 있고, 누구보다 종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전쟁이 끝나고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전쟁으로 파괴된 삶의 터전을 재건하는 것입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해내고 말겠지요.

전쟁은 우크라이나 사람들, 그리고 그와 관련된 많은 이들의 일상을 송두리째 앗아갔습니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미 잃었고, 누군가는 또 잃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평생의 장애를 갖고 살아갈 것이고, 누군가는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릴 겁니다. 이미 진행 중이죠.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쌓는 것은 이 전쟁을 기록하는 꼭 필요한 방법 중 하나라고 믿습니다. 어느 거대 담론과 정세 전망도 개인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에 지인이 있는 분들 혹은 재한 우크라이나 분들께서 nina@sbs.co.kr이나 SBS 제보를 통해 인터뷰를 전해주신다면 이 공간에서 우크라이나의 목소리를 기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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