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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x마부작침] 데이터로 본 단일화…결과는 뒤집어졌다? (feat.19대 대선)

우리동네 대선이야기

마부작침 사실은

대선까지 불과 열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후보 정리가 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른바 '단일화' 논란으로 시끄럽습니다.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해 할 만큼 했다며 '단일화 일지'까지 폭로한 국민의힘, 마치 수사기관의 허위 조서를 보는 것 같다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한 국민의당, 단일화로 정국은 더욱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통합정부' 구상으로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는 모양샙니다. 누구는 "단일화는 이미 물 건너갔다"고 하고, 또 누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도대체 단일화가 무엇이기에 정치권도, 언론도 왜 이렇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을까요.

단일화,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요.

SBS 데이터저널리즘의 자존심, 마부작침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마부작침 사실은

최근 SBS 「메타S」의 지지율을 보면 윤석열 후보 41.1%로 1위, 그 뒤를 이재명 후보가 39.8%로(27일 기준) 바짝 쫓는 중입니다. 그래프를 보면 차이가 거의 나지 않을 만큼 두 후보의 차이가 오차 범위(푸른색-붉은색 음영) 내에서 겹쳐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언제든 두 후보의 순위는 뒤바뀔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메타s 2월 27일

다시 저희 「메타S」를 볼까요? 윤 후보가 아슬아슬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계속해서 오차 범위 안에 갇혀있기 때문에 마음 놓고 1위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사실상 현재 1위는 의미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데요. 그렇다면 각 후보들이 가질 수 있는 옵션이 하나 있죠. 바로 단일화입니다. 이건 여권과 야권 모두에 해당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여론조사 지지율 3위 안철수 후보의 몸값이 높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럼 단일화 셈법을 한번 풀어볼까요?

산술적으로 계산해봅시다. 안 후보는 지난 27일에도 또다시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만약에 기적처럼 윤 후보가 극적인 단일화로안철수 후보의 8.9% 지지율(27일 기준)을 가져올 수 있다면, 단순 합산이지만 지지율이 50%를 넘기며 대선 승리에 한걸음 더 가까워질 겁니다.

하지만 이건 가정일 뿐이고요. 실제 여론은 단일화를 '해야 한다'와 '하지 말아야 한다'로 첨예하게 갈리는데요. 저희 데이터저널리즘 마부작침팀은 요즘 '뜨거운 감자' 단일화 이슈를 지난 19대 개표 데이터와 최근 포털 뉴스의 댓글 데이터로 풀어봤습니다.

https://poliscore.sbsnews.co.kr/

19대 대선 단일화 했다면? 결과는 뒤집어졌다

마부작침 사실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주목받던 대통령 선거가 또 있었죠? 바로 19대 대선인데요. 이번 3자 구도와 거의 비슷한 구도였던 19대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이 41.08%로 당선됐는데 탄핵 국면 직후에 치러진 선거이다 보니까 사실상 당선은 모두의 예측 범위 안에 있었습니다. 실제로 대선 직전 여론조사를 봐도 문 대통령의 압승이 예상됐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는 보수 표가 예상보다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당시 언론에서는 '샤이 보수'의 막판 결집을 그 이유라고 분석했죠.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득표율에는 한참 못 미치는 득표율이었지만 홍준표 후보가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했다고 가정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거친 가정이긴 하지만 당시 홍준표(24.03%), 안철수 후보(21.41%)의 득표율을 합치면 45.44%로 문재인 대통령 득표율보다 3.26%p 더 많이 얻으며 역전합니다(홍준표, 안철수 후보 단일화 시, 두 후보의 득표율이 완전히 통합될 수 없다는 점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지난 1월 5일 홍준표 의원은 신년 인사를 위해 찾아온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에게 '2017년 대선 상황을 다시 만들 생각은 하지 말라'라고 했다죠. 그만큼 단일화에 아쉬움을 또 한 번 표출했는데, 마부작침은 19대 대선 당시 단일화를 가정해서 득표율을 시뮬레이션 해봤습니다.

마부작침 사실은

단일화를 했을 경우 전국 3,491개 행정동 가운데 1,116개(33%)가 1위 결과가 뒤집 합니다. 보수 강세 지역인 영남을 제외하면 충남을 포함해 충북, 경기, 강원권에서 뒤집히는 현상이 지도에서 뚜렷했는데 각 광역단체에 속한 행정동의 개표 결과를 보면 강원 98.94%, 충남 92.75%, 충북 90.85%의 압도적인 비율로 단일화 후보가 뒤집었습니다.

반면 단일화를 해도 효과가 없는 곳도 있습니다. 호남으로 대표되는 전북 0%, 광주 1.05%, 전남 12.45% 등 단일화의 영향이 없었습니다. 사실상 호남권을 제외하면 단일화를 했다면 전국 대부분 동네에서 문재인 후보가 이길 수 없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즉, 보수 단일화를 아쉬워하는 현 국면에서 19대 당시 선거를 돌이켜 보면 야권에서는 여전히 안 후보에 대한 갈증이 클 수밖에 없죠. 이번에도 단일화에 실패해 3자 구도로 대선 레이스가 펼쳐진다면 윤 후보에게 어떤 영향이 갈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관점 포인트일 겁니다.


 

'단일화' 댓글 민심 분석해 보니…보수층은 냉랭?

그런데 단일화를 바라보는 진보와 보수의 태도, 댓글 데이터를 보면 차이가 좀 있습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데이터 분석 기업 언더스코어와 함께 네이버와 다음 양대 포털에서 8,000명의 유저를 확보한 후 딥러닝 기반 정치 성향 분류 알고리즘을 활용해 정치 성향이 확실한 3,700여 명의 유저를 추출해서 매일 이들의 댓글을 추적하고 있는데요.

마부작침 사실은

여론조사와 별개로 댓글에서 나타나는 여론을 관측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이번 분석의 키워드인 '안철수' 관련 기사 78만 건을 표본으로 온라인 댓글 민심을 분석해봤습니다.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악플'입니다. 그중에서도 보수 지지자들의 안철수 후보에 대한 공격성은 작년보다 올해 13% 증가했습니다.

작년에는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3위권 안에도 들지 못하며 보수 지지자들의 관심에서 떨어져 있었지만, 올해 1월부터 안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오르면서 보수 지지자들은 안 후보 기사에 반감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안철수, 윤석열 두 후보의 지지율 패턴을 자세히 보면 두 후보의 지지율은 연동되는데 그걸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 원인이 윤 후보로부터 떨어져나간 지지층을 흡수한다고 봤기 때문일 겁니다. 당연히 보수 지지자들에게 안 후보는 눈엣가시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겠죠.

최근 안 후보가 단일화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공식 기자회견 이후에 공격성이 급증하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댓글을 살펴보면 "이재명이 당선되면 원흉", "철수해라"와 같이 원색적인 비난이 담긴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안철수 몸값 높아지면…진보 측 댓글 수도 덩달아 상승?

진보 지지자들은 조금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진보 지지자의 댓글 수와 악플 수는 계속해서 보수 지지자보다 적었습니다. 진보 지지자들의 온라인 댓글 작성이 상대적으로 보수층보다 늘 적극적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 지지자들보다 댓글 수가 많게 나오는 시기가 특정됐습니다. 바로 안철수 후보의 행보와 어느 정도 상관성이 있는 걸로 나타납니다. 1월 초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상승, 단일화 제안, 철회 등 안 후보의 선거 행보가 언론의 관심을 받거나 단일화 논의가 있을 때마다 진보 지지자들의 댓글 수는 보수층 댓글 수를 압도적으로 넘어섭니다. 이는 기존 통념과 달리 안 후보의 행보가 보수 진영보다 적어도 온라인상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관심사라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부작침 사실은

2월 이후에는 이 같은 경향성이 더욱 뚜렷합니다. 지난 13일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 공식적으로 단일화를 제안한 이후 양 진영의 댓글 수는 모두 급증합니다. 이는 27일 윤석열 후보가 단일화 과정을 공개한 직후에 최대치를 기록합니다. 위에서 살펴본 악플의 증가세와 함께 보면 댓글 수가 증가한 것만큼 악플 수는 증가하지 않은 걸로 분석됩니다. 바꿔 말하면 진보 지지층은 안 후보에 대한 공격성은 약하지만 '관심'만큼은 댓글 수에서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부작침 사실은

지금까지 '데이터'를 보셨으니, 지금은 역사를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 단일화는 대체로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민주화 이후 첫 대선인 1987년 13대 대선, '단일화'라는 말이 처음 사용된 선거로 기록돼 있습니다. 여권에는 민주정의당 노태우, 야권에서 통일민주당 김영삼, 평화민주당 김대중,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후보가 출마했는데, 재야와 시민사회에서는 전두환 씨의 후계자인 노태우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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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대 대선 당시 포스터 (자료 : 선거관리위원회 선거기록관)

하지만, 단일화는 실패했습니다. 결국,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1990년 1월, 노태우의 민주정의당,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이 합당합니다. 한국 정치 지형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던 '3당 합당'입니다. 2년 뒤 있었던 14대 대선, 아시는 것처럼 김영삼 당시 후보가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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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월, 3당 합당 발표 기자회견

1997년 15대 대선. 지난 2번의 선거에서 단일화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김대중 당시 후보는 김종필 당시 후보와 DJP 연합을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불과 선거를 한 달 정도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DJP 연합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서 단일화가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DJP 연합에 탄력을 받은 김대중 후보는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꺾으며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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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1월, DJP 연합 합의안에 서명하는 모습 (자료 : 김대중도서관)

16대 대선,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당시 후보의 지지율은 이회창·정몽준 후보에 뒤지고 있었습니다. 노무현·정몽준 당시 후보의 단일화 토론이 TV에 생중계 될 정도로 관심이 컸습니다. 단일화 여론조사가 진행됐고, 결국 노무현 후보 중심으로 단일화가 성사됐습니다. 이후, 정몽준 후보가 선거 직전 지지를 철회하는 등 진통도 있었지만, 노무현 후보는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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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 노무현·정몽준 당시 후보와의 단일화 토론

2012년 18대 대선은 단일화가 성공하지 못한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문재인·안철수 당시 후보는 결과적으로 문재인 후보 중심으로 단일화를 했지만, 그 모양새가 다소 기묘했습니다. 서로 합일점을 찾지 못해, 협상 도중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는 식으로 단일화가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은 박근혜 후보를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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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철수 당시 후보

18대 대선을 제외하고, 단일화는 대부분 대선에서 승리를 견인했습니다.

다만, 이런 식의 정치권의 합종연횡을 보고 있으면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단일화는 맞은 편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대항'한다는 의미가 크지만, 권력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 달리 말하면, 정권을 잡았을 때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협상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자연히 협상 물밑에서는 차기 선거의 공천권, 정부 요직 임명권 등 이권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갈 가능성이 크며, 자연히 유권자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단일화는 철저히 정치 공급자의 이해 타산과 맞물려 있다는 얘기일 겁니다.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줄다리기,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이재명 후보 측의 러브콜까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과정들이 한국 현대 정치의 지난함을 반복하는 건 아닌지, 안타까움도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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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구성 : 이경원, 배여운 / 디자인 : 안준석 / 데이터분석 : 강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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