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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선거 때 발생하는 쓰레기, 얼마나 될까?

[마부작침] 선거 때 발생하는 쓰레기, 얼마나 될까?
독자 여러분들은 선거가 다가왔음을 어디에서 느끼나요? 어떤 사람들은 선거철을 맞아 쏟아지는 언론의 기사를 보고, 또 어느 누군가는 TV와 인터넷에 등장하기 시작하는 후보자들의 광고를 보고 느낄 겁니다. 아니면 거리마다 달리는 후보들의 현수막, 우편함에 꽂히는 공보물을 보고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마침 어제 우편함을 살펴보니 선거 공보물이 왔더라고요.

그런데 말이죠, 이런 선거 홍보물 도대체 얼마나 될까요? 선거 이후에는 쓸모가 없으니 다 버려져서, 쓰레기 양도 꽤 될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선거 때 발생하는 홍보물, 종이 인쇄물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주요 선거 통계를 찾아서 선거 쓰레기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정리해봤습니다. 오늘 마부뉴스의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선거 때 발생하는 쓰레기, 얼마나 될까?"
 

우주적 규모의 선거 홍보물


20대 대선에 출마한 후보는 모두 14명. 지난 19대 대선이 후보 15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는데, 중간에 2명의 후보가 사퇴해서 최종 후보는 13명이었어요. 만일 이번 대선에서 14명의 후보가 모두 사퇴를 하지 않는다면 역대 최다 후보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 겁니다. 후보 이야기를 왜 하냐면 후보의 숫자가 전체 현수막과 공보물, 벽보의 양을 결정하거든요. 후보가 많을수록 거리에 걸리는 현수막도 많고, 집집마다 뿌려지는 공보물의 양도 많아질 수밖에 없죠.

그렇다면 이번 대통령 선거에 사용되는 홍보물은 얼마나 될까요? 우선 선거 벽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0대 대선에서 후보들의 벽보는 전국 8만 4,480여 곳에 붙여져요. 후보가 총 14명이니 모두 118만 8,320부의 벽보가 전국 방방곡곡 위치하게 될 겁니다.

공보물은 한 후보당 보낼 수 있는 최대치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어요. 공직선거법을 보면 "당해 선거구 안의 세대수 이내의 수량"을 기준으로 한다고 적혀있는데, 이번 대선은 선거구가 전국이니까 전국의 세대수를 기준으로 수량이 정해져요. 2022년 1월 기준 우리나라엔 2,349만 8,025세대가 있고, 여기에 투표소에 갈 수 없는 거소투표자와 예상 신청자수까지 더해서 법적 최대 수량이 정해지죠.
지구를 감싸는 선거공보물

선관위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별로 제출할 공보 수량을 2,500만 부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이 숫자로 전체 공보물의 수량을 추정해볼게요. 책자형 공보는 14명의 후보가 다 찍어낸다고 하면(보통 책자형 공보는 모든 후보가 만들고, 전단형 공보는 일부 주요 후보들만 찍어내고 있습니다) 최대 3억 5,000만 부가 될 거예요. 전단형 공보는 4명의 후보만 찍어낸다고 하면 1억 부. 합치면 4억 5,000만 부의 공보물이 발송될 겁니다.

이 홍보물의 규모가 어느 정도냐면 벽보의 세로 길이가 53㎝이고, 공보가 27㎝인데, 만약에 벽보와 공보를 세로 방향으로 일렬로 주우우우욱 연결하면 그 길이가 무려 9만 4,500㎞가 됩니다. 지구의 둘레가 4만㎞니까 벽보와 공보만으로 지구 둘레를 2.4바퀴 감쌀 수 있는 길이죠.
20대 대통령선거 벽보와 공보를 쌓을경우 높이

이번엔 공보와 벽보를 쌓아볼게요. 평균 종이 두께 0.1㎜로 계산해보면 공보와 벽보를 합쳐 모두 35㎞의 높이가 나옵니다. 지구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은 비교도 안되고, 태양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화성의 올림푸스 화산의 높이 21㎞보다도 높은 규모입니다. 정말 웅장해지는 우주적 규모죠?
Q. 코시국의 선거 폐기물은 일회용 장갑도 있잖아요…

선거로 나오는 폐기물은 홍보물뿐만이 아닙니다. 코로나 시대의 투표에서 필수적인 일회용 장갑도 있거든요. 아직 대선 선거인수가 확정되진 않았지만(선거인명부는 25일에 확정돼) 잠정 집계된 4,418만 5,079명 기준으로 계산해볼게요. 대선 투표율은 최근 3번의 투표율의 평균인 72%를 적용해보면 이번 대선에서 3,181만 3,257명이 1쌍의 일회용 장갑을 쓰게 됩니다. 모두 6,363만 개! 이걸 쌓아 올리면 1,273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롯데타워 2.3개 높이와 맞먹죠.

90년 이후 주요 선거만 합쳐도 61억 장


이번 대선 추정치만으로도 이 정도인데, 만약에 역대 대선으로 늘려서 계산한다면 어떨까요? 후보자가 훨씬 더 많은 국회의원선거와 지방선거까지 합친다면 얼마나 될까요? 마부뉴스가 데이터를 다루는 팀인데, 이런 계산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겠죠?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한 번 계산을 해봤어요. 데이터는 중앙선관위에서 제공해주는 총람 자료를 기준으로 했어요. 총람은 선거를 치른 뒤에 관련 통계 정보를 몽땅 다 넣어서 만든 보고서인데, 여기에서 선거별로 벽보나 공보 수를 확인할 수 있더라고요. 현수막은 모든 데이터가 나와있지 않아서 벽보와 공보를 기준으로만 정리했습니다.
주요 선거별 벽보, 공보 총량

일단 역대 대선으로 그 범위를 넓혀볼게요. 총람에서 벽보와 공보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1990년대 이후의 선거들로 추렸습니다. 1992년 14대 대선부터 2017년 19대 대선까지 사용된 벽보를 계산해보니 모두 637만 부, 공보는 12억 5,551만 부가 나왔어요. 총선은 어떨까요? 계산해보니 1992년 14대 총선부터 2020년 21대 총선까지 벽보는 644만 부, 공보는 18억 2566만 부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방선거. 1995년 1회 지선부터 2018년 7회 지선까지 사용된 벽보는 612만 부, 공보는 30억 4,338만 부가 사용됐습니다. 90년 이후 대선, 지선, 총선을 모두 다 합치면 61억 장이 넘어요. 이걸 주우우우우욱 붙이면? 지구와 달까지 2번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가 됩니다.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선거공보물

천문학적인 규모의 홍보물에는 당연히 많은 자원이 투입되겠죠? 종이 홍보물 1㎏당 온실가스는 1.37㎏이 나옵니다. 홍보물 1부당 30g으로 계산하면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사용된 벽보와 공보 종이 홍보물은 모두 1만 3,534t 규모인데, 이 홍보물에만 온실가스가 1만 8,542t 나오는 거죠. 선거라는 단일 이벤트, 2주를 위한 홍보에 온실가스가 이만치 나오는 거예요. 참고로 종이 1t을 생산하려면 30년 된 나무 17그루를 베어야 하는데, 이번 대선에선 23만 여 그루의 나무가 베어지는 셈이죠. 대선 이후엔 지선도 곧 오니 투입되는 자원과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더 늘어날 거예요.

그런데 이 이야기, 좀 익숙하다?

A: 1만 9,000여 개에 달하는 전국의 선거 현수막이 모두 소각장으로 향합니다. 환경부에서는 재생 용지를 쓰라고 권고했지만 지킨 후보는 없었습니다. 자원 절약과 환경보호를 먼저 생각하는 선거, 선진 정치의 출발점입니다.

B: 지방선거에 사용된 현수막만 342만 개. 전체 무게만 해도 5천 톤에 달합니다. 모두 태운다면 하루 용량이 400톤인 소각로에서 10일 연속으로 태워야 합니다. 땅에 묻는다면 춘천, 대전, 청주 매립지를 모두 합한 정도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환경까지 배려하는 선거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A 기사는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인 1996년, 15대 국회의원선거 이후 KBS 뉴스에서 다뤘던 기사입니다. 그리고 B 기사는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6년에 4회 지방선거가 끝난 뒤 SBS 뉴스에서 작성했던 기사죠. 쏟아지는 홍보물, 자원 낭비를 지적하는 이야기가 사실 새로운 건 아닙니다. 과거부터 꾸준히 지적했던 사항이죠.

환경부에서도 예전부터 관련 보고서를 내오고 있어요. 20년 전, 2002년 환경부에서 <환경친화적 선거 문화 조성을 위한 실천방안 연구>라는 보고서를 하나 냅니다. 당시 2002년은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만큼 녹색 선거가 필요하다며,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던 거죠. 보고서에는 선거과정에서 환경을 지키는 실천 사항으로 재생용지 사용 정도 등을 공개해야 하고, 친환경적 유세를 하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어요. 2020년에도 선거홍보물 폐기물을 재활용하도록 대책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큰 효과는 없었습니다.
선거 현수막

환경을 생각하는 선거가 되길 바라지만 정치권은 요지부동입니다. 자원 낭비를 줄이자는 지적이 수십 년째 이어져오고 있지만 관련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오히려 선거법의 변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친환경에 역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죠.

과거 선거법에선 현수막을 금지했었어요. 1998년 4월 제2회 지선을 앞두고 선거 현수막을 더 이상 달지 못하게 선거법에서 삭제했거든요. 모든 선거에서 선거운동을 위한 현수막과 명함 형태의 소형 인쇄물을 폐지했어요. 하지만 2002년 3월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국회의원선거, 지방의회의원선거에서 현수막을 일부 허용했고, 2005년 8월 현수막 전면 허용으로 법이 바뀌었죠. 2018년엔 기존엔 읍면동마다 1매의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던 조항이 2배(2매 이내)로 늘어났어요.

친환경 선거를 위해선


녹색연합에서 2020년 4월에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선거철 쓰레기 해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뭐냐고 물어봤더니, 1위가 종이 사용을 최소화하고 온라인 공보물로 전환하자는 거였어요. 43%의 응답자가 선택했죠. 인쇄물로 공보 자료를 잘 보질 않으니, 온라인으로 대체하자는 겁니다. 하지만 웹 접근성이 부족한 디지털 약자층에게는 종이 공보물이 선거 정보를 얻는데 여전히 필수적인 수단일 수 있어서 전면 대체는 어려울지 몰라요.

어쩌면 유권자에게 전자형 공보, 인쇄형 공보를 선택하게 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쇄형 공보물은 자원이 덜 드는 재생종이를 사용하는 거죠. 녹색연합의 설문조사에서 2위가 재생종이를 의무화하자는 것이었어요. 특히 프랑스에서는 이미 재생종이 관련된 선거법을 마련해서 적용하고 있는지라, 우리가 참고할 만한 지점이 있습니다.
프랑스 선거법

프랑스 선거법에는 여타 다른 유럽 국가와 다르게 우리나라처럼 벽보, 회보 등 선거운동에 대한 규정이 구체적으로 정해놓았어요. 벽보, 회보의 크기나 쓰지 말아야 하는 색깔 등을 정해둔건데 여기에 이런 조항도 있어요. "후보가 발송하는 회보에 친환경 재질의 종이를 사용했을 경우에만 선거비용을 보전해준다." 선거비용을 보전받으려면 재생 섬유를 50% 이상 포함하거나, 지속가능한 숲 관리 국제 인증을 받은 종이를 사용할 경우로 제한해서 후보자들에게 친환경 재생용지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도 정치권에서 조금씩 변화의 모습이 보이긴 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예비후보자 홍보물을 발송하는 대신 온라인 영상으로 대체하기도 했으니까요. 친환경 선거를 위한 법안도 국회에 제출되어 있습니다. 선거홍보물을 재생종이로 사용하자는 선거법 개정안이 2021년 11월에 발의되어있고, 온라인 공보물로 전환할 수 있는 개정안 역시 8월에 발의되었거든요. 하지만 아직까지 결과물이 나오진 않았어요.

오늘 마부뉴스는 여기까지입니다. 선거에 사용되는 홍보물이 얼마나 되는지 한 번 살펴봤는데, 독자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대통령, 정치인, 시장처럼 중요한 사람을 제대로 뽑기 위해 필요한 정보인만큼 선거 공보물과 벽보는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이제는 변화할 시점이 온 걸까요? 아니면 새로운 대안이 있을까요? 아래 댓글을 통해 여러분들의 생각을 알려주세요!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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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강수민, 강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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