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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KF-21 미사일 개발 '사타 최종보고서'의 정체는…위조 괴문서인가

[취재파일] KF-21 미사일 개발 '사타 최종보고서'의 정체는…위조 괴문서인가
▲ 작년 10월 서울 아덱스에 KF-21과 타우러스 장거리공대지미사일 개량형 모형이 함께 전시됐다.

나랏돈 들어가는 사업들 상당수는 사타 즉 사업타당성 검증을 받습니다. 정부 예산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의 경제적, 기술적 타당성을 점검하는 중요 절차입니다. 한국형 전투기 KF-21의 '독침'이 될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의 체계개발도 마찬가지입니다. 1차 사타 검증, 2차 사타 재검증을 했다는데, 2차 사타 재검증과 최종 보고서를 놓고 귀를 의심케 하는 잡음들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사타 재검증을 발주한 방사청은 "사타도 제대로 했고 최종 보고서도 정상적으로 나왔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사타 재검증을 직접 수행한 KIDA(한국국방연구원) 측은 "방사청 지시로 사타 재검증이 중간에 중지됐다"고 밝힌 데 이어 "최종 보고서도 발간하지 않았다"고 확인했습니다. KIDA는 사타 재검증을 수행했기 때문에 재검증 과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KIDA의 주장이 무겁게 받아들여집니다.

사타 재검증이 중지됐고 최종 보고서를 내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방사청이 지난주 사업분과위원회라는 법정 기구에 KF-21 장거리공대지 ADD(국방과학연구소) 체계개발 기본계획을 상정하면서 제출한 사타 재검증 최종 보고서가 괴문서가 되는 것입니다. 괴문서를 작성해 정부 회의에 제시했다면 공문서 위조 및 위조 공문서 행사의 범죄입니다. 사업분과위의 KF-21 미사일 개발 계획안 논의는 원인 무효가 됩니다.
 

"사타 중지했고, 최종 보고서 안 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국국방연구원 KIDA. KF-21 미사일 관련 사타 재검증을 수행했다.

무기체계 관련 의사결정은 2단계를 거칩니다. 먼저 사업분과위가 의결하면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이어받아 최종 결심을 합니다. 사업분과위의 의결에 대해 방위사업추진위가 제동을 거는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사업분과위는 무기체계 관련 의사결정의 막강한 기구입니다.

방사청은 지난 17일 사업분과위를 열어 KF-21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의 ADD 체계개발 기본계획을 상정했습니다. 방사청은 "장거리공대지를 업체가 개발하면 전력화 시기를 맞추기 어렵고 돈도 많이 든다"는 내용의 사타 재검증 최종 보고서를 ADD 주관 개발의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사업분과위원,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최종 보고서라고 적힌 문서를 분명히 봤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사업분과위 개최 며칠 전부터 KIDA와 업체, ADD 등에서 상반된 주장이 나왔습니다. "사타 재검증이 중지됐다"는 내용입니다. 기자가 KIDA에 문의했더니 사타 재검증에 정통한 KIDA 핵심 관계자는 "사타 재검증 대상이 이전의 사타 검증 때와 사업 내용이 같아서 재검증의 요건을 상실했다", "방사청 지시로 사타 재검증을 중지했다"고 말했습니다. ADD 고위 관계자는 "사타 검증과 사타 재검증 모두 ADD 주관의 개발을 하자는 취지여서 재검증이 멈춘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사타가 멈췄다면 사타 최종 보고서도 나올 수 없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KIDA의 핵심 관계자는 "사타 재검증 최종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았다", "사타를 중지할 때까지의 결과는 KIDA 내부적으로 존안했다, 킵(keep)했다"고 말했습니다. KF-21 장거리공대지 체계개발 관련 사타 재검증 최종 보고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최종 보고서가 괴문서이면 사업분과위는 위조 공문서 행사 방조

정부 과천 청사 내의 방위사업청. KF-21 미사일 관련 사타 재검증을 발주했다.

"사타 재검증을 중지했고 최종 보고서도 발간하지 않았다"는 KIDA 측의 주장을 따르면 지난 17일 방사청이 사업분과위에 제출한 최종 보고서는 괴문서입니다. KIDA에서 사타 재검증을 하고, 방사청이 보고받고, 중도에 사타가 중지되고, 이후 사업분과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떤 이가 가짜 최종 보고서를 만든 것입니다. 공문서 위조입니다. 사업분과위는 가짜 최종 보고서를 가지고 회의를 한 셈입니다. 누군가 위조 공문서를 행사했고, 사업분과위는 위조 공문서 행사를 방조한 꼴입니다.

방사청은 그제(21일) "사타 재검증 중지는 사실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작년 11월 기획재정부 등 관련 기관에 최종 보고서 배부도 마쳤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방사청은 "사타 재검증 결과 등을 토대로 KF-21 장거리공대지 ADD 체계개발 기본계획을 사업분과위 및 방위사업추진위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타 재검증을 직접 수행한 KIDA 측에서 "사타는 중지됐고 최종 보고서도 발간하지 않았다"는 진술이 나왔는데 방사청은 개의치 않고 갈 길 가겠다는 태세입니다. 장거리공대지 체계개발 주관기관을 어디에 맡길지 오락가락하느라 시간 많이 지체한 것은 잘 알겠는데, 이 정도의 대형 의혹이면 제3의 기관의 판단을 통해 진위를 가린 뒤 뒷일을 도모해야 합니다. 사타 중지와 최종 보고서 괴문서 의혹은 감사원 감사 또는 검경 수사가 필요한 사안입니다.

지난 17일 사업분과위는 "KF-21 장거리공대지 체계개발 주관기관 결정에 갈팡질팡하는 근거를 명확히하라"며 체계개발 기본계획을 의결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달 3일 사업분과위가 다시 열립니다. 사타 중지와 최종 보고서 괴문서 의혹이 사실이면 사업분과위는 또다시 괴문서를 토대로 정책 결정을 하는 격입니다. 방사청이 이번 의혹을 본체만체 해도 사업분과위원들은 눈을 크게 떠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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