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KF-21 공대지 '개발 주체' 갈팡질팡…KF-21 성공의 길은?

[취재파일] KF-21 공대지 '개발 주체' 갈팡질팡…KF-21 성공의 길은?
▲ 한국형 전투기 KF-21의 비행 가상도

한국형 전투기 KF-21용 장거리공대지미사일 체계개발 주관기관 결정을 놓고 변덕을 부리던 방사청과 ADD(국방과학연구소)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방사청과 ADD는 장거리공대지 체계개발 주관기관을 ADD에서 업체로, 다시 ADD로 바꾸려고 시도하고 있는데 정부 심의 단계에서 저지된 것입니다. KF-21 시제기는 이달 엔진가동 및 활주 시험, 오는 7월 첫 비행 시험 등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KF-21의 전투능력을 책임지는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은 개발 주관기관조차 오리무중입니다.

방사청과 ADD는 재작년 "업체가 개발하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반론을 무릅쓰고 주관기관을 ADD에서 업체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작년부터는 180도 뒤집어 ADD 주관 개발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방사청과 ADD의 논리는 "업체가 개발하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입니다. 재작년의 반론이 찬성논리로 둔갑한 것입니다. 말장난 같은 논리 바꿔치기로 중요 무기체계 개발방안이 좌충우돌하니 정부 심의가 길을 열어줄 리 만무합니다.

방사청과 ADD의 갈팡질팡은 감사원 감사 같은 절차로 제재할 수 있다지만 문제는 속절없이 세월을 보내고 있는 KF-21 장거리공대지미사일입니다. 체계개발 주관기관을 어디에 맡길지 가닥을 못 잡은 지 만 2년이 넘었습니다. 미사일 없이 전투기만 개발되는, 강은호 방사청장 표현을 빌리자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루속히 장거리공대지 개발의 최선책을 찾아내야 합니다.
 

사업분과위, 개발 주관기관 결정 못해

무기체계 개발을 위한 의사결정은 사업분과위원회와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담당합니다. 사업분과위가 안건과 방향을 결정하면 방위사업추진위는 의결하는 구조입니다. 그제(17일) 사업분과위가 개최돼 KF-21용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의 ADD 체계개발 안건을 논의했습니다.

"방사청과 ADD가 업체 주관 개발을 방위사업추진위에 보고했던 2020년 6월과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는데 정책의 방향을 180도 바꾸려는 이유가 뭐냐", "주관기관 조정의 명분을 명확히 제시하라"는 분과위원들의 질의가 쏟아졌습니다.

ADD는 첨단 및 비닉(秘匿) 기술 연구에 주력하고 방산업체는 일반 무기 개발을 맡는 ADD 개혁을 위해 방사청과 ADD가 장거리공대지의 업체 주관 개발을 강요하던 때가 재작년 6월입니다. "업체가 개발하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반론이 많았지만 방사청과 ADD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방사청과 ADD가 은근슬쩍 반대논리를 찬성논리로 뒤집어 업체 대신 ADD의 주관 개발을 주장하니 사업분과위가 경고음을 낼 수밖에요.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다음달 초 열리는 사업분과위에 다시 ADD 체계개발 안건이 올라갑니다. 방사청과 ADD가 그때까지 묘수를 찾아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강은호 방사청장(왼쪽 세번째), 박종승 ADD 소장(오른쪽 세번째) 등 이번 정부의 국방과학 수장들

장거리공대지 개발 주관기관 결정, 2년여 갈팡질팡

미사일 하나 개발하면서 이렇게 의사결정의 번복이 잦은 적은 없습니다. 시간은 없는데 좌고우면의 연속입니다. 방사청에 따르면 2019년 9월부터 방사청과 ADD는 TF를 가동했고 회의를 10번 이상 열었습니다. 또 업체를 불러 7번 협의했습니다. 장거리공대지미사일 등의 ADD 주관 개발을 업체 주관 개발로 돌리기 위한 작업입니다. 방사청은 충분한 토론과 공론화를 거쳐 업체 주관 개발을 결정했다고 자부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6월 장거리공대지미사일 등 무기체계의 업체 개발 방안을 방위사업추진위에 보고했습니다. 방산업체와 ADD를 비교했을 때 ADD의 기술이 좀 낫기 때문에 "업체에 맡기면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ADD는 비닉과 첨단에 집중한다는 ADD 개혁의 명분 앞에 어떤 비판도 수용되지 않았습니다.

방사청과 국방부, ADD는 장거리공대지미사일 등의 업체 주관 개발을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온갖 통로를 통해 약속했습니다. 2020년 말까지의 일입니다. 작년부터 돌변했습니다. 여름에 접어들자 그동안 배척했던 "업체에 맡기면 돈도 시간도 많이 든다"는 논리를 들어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의 ADD 주관 개발을 본격 추진했습니다.

다각도로 깊이 토의한 결과 ADD 개혁을 위해 업체 주관 개발을 한다더니 몇 달 지난 뒤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하니 ADD 주관 개발이 맞다"고 우기는 꼴입니다. 수수께끼 같습니다. 그동안 딱 하나 바뀐 것이 있습니다. 방사청장과 ADD 소장입니다. 국방과학 두 책임자의 교체가 수수께끼를 푸는 단서라는 말도 들립니다.
 

KF-21 적기 전력화를 위한 장거리공대지 개발 방안은?

작년 10월 국감에서 강은호 방사청장과 박종승 ADD 소장은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의 개발 지체로 KF-21 사업 전체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강 청장은 "공대지미사일 없는 무기체계(KF-21)가 나온다면 상당 기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까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종승 소장은 장거리공대지의 적기 개발 실패 상황에 대해 "전부 다 빈 비행기로 다녀야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방사청의 계획은 "장거리공대지를 2028년까지 개발해 KF-21 2차 양산 간 적용"입니다. 완벽하게 성공해도 KF-21 1차 양산분에 장거리공대지 장착은 어렵습니다. 그나마 장거리공대지를 어디서 개발할지도 정하지 못하고 있으니 KF-21 2차 양산분인들 장거리공대지를 달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강은호 청장, 박종승 소장이 걱정하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빈 비행기'가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ADD 독자개발, 터키의 쏨 미사일 공동개발, 독일의 타우러스 미사일 조기 장착 후 개량형 공동개발 등 3가지입니다. 방사청과 ADD가 지지하는 ADD 독자개발은 개발과 양산에 1조 원 가량을 들여 200발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업체들이 공동개발할 수 있는 쏨과 타우러스는 돈이 훨씬 덜 들고, 타우러스 개량형의 경우 KF-21, F-15K, FA-50 통합운용이 가능합니다. 최선의 방법은 KF-21에 사운을 건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작년 10월 서울 아덱스에서 KAI는 KF-21 모형 앞에 타우러스 미사일 개량형 모형을 배치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