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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이재명과 윤석열 '국가 부채 해법' 따져 봤습니다

[사실은] 이재명과 윤석열 '국가 부채 해법' 따져 봤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14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추경안에는 소상공인 지원 11.5조 원이 포함돼 있습니다. 결은 다르지만, 여야 모두 추경안 액수가 적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두 후보 모두 추경 규모를 몇 배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재원입니다. 지난 2차 방송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언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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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만 언뜻 봐서는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간의 맥락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한국의 부채 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해 높지 않기 않기 때문에 추가로 빚을 내 코로나 관련 재정을 더 풀어도 된다고 여러 차례 말해 왔습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우리의 국가 부채 증가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추가로 빚을 내기보다는 '지출 구조 조정'으로 공약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나아가,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 준칙'을 제정해 이를 해결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두 후보는 토론회에서 "부채를 늘리지 않고 코로나 추경을 비롯한 공약 달성이 가능하느냐"는 쟁점을 두고 공방을 벌인 겁니다.

일단, 정부안보다 추경을 3배 수준으로 올리려면 국채를 훨씬 더 발행할 수밖에 없고, 국가 빚도 그만큼 늘어납니다. 기획재정부는 14조 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하면서, 11.3조 원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한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국가 부채는 1,075조 원으로 GDP대비 50.1%로 증가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추경 문제로 불거진 국가 부채 문제, 두 후보는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요. 두 후보의 국가 부채 해법을 팩트체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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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12월, 소상공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선진국과 비교해 한국의 코로나 지원 수준은 미비하다, 돈을 더 풀어도 된다"고 했습니다. 국가 부채가 크게 늘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 이 후보는 "국가 부채 비율이 (GDP 대비) 100%를 넘는다고 문제가 생기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지금 국가 부채 비율은 GDP대비 50% 정도입니다. 즉, 국가 부채가 2배 늘어도 괜찮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한국의 국가 부채 수준과 관련해 전문가마다, 언론사마다 분석은 제각각입니다. 아무래도 전문가와 언론사의 정치 성향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은 의견이 너무 달라서, 권위 있는 국제기구의 보고서를 기준으로 판단해보기로 했습니다. IMF의 공식 문서를 찾아봤는데, IMF에서는 지난해 한국 정부와의 연례 협의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IMF 이사진은 한국의 효과적인 COVID-19 봉쇄 조치와 포괄적인 경제 정책 대응을 칭찬했는데, 이는 건전한 거시 경제와 함께 경제가 전염병 쇼크를 비교적 잘 견뎌낼 수 있게 해주었으며 장기적인 경제적 상처의 위험을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사들은 단기적으로는 확장적 재정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ecutive Directors commended Korea’s effective COVID-19 containment measures and comprehensive economic policy response, which, along with sound macroeconomic fundamentals, have allowed the economy to weather the pandemic shock comparatively well and should help minimize the risks of long-term economic scarring. Directors agreed that fiscal policy should remain expansionary over the near term.
- IMF, <IMF 이사회의 한국 정부와의 연례 협의(IMF Executive Board Concludes 2021 Article IV Consultation with Republic of Korea)> 발표문, 2021년 3월.

일단 IMF는 이재명 후보의 말처럼 한국의 부채 수준을 안정적으로 진단하고 있고, 더 써도 된다고 말하고는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그렇다면, 부채 비율이 지금보다 2배 가까이 늘어도 괜찮다는 주장은 어떨까요. 이 주장은 '적정 부채 수준'이 얼마인가의 논란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 후보는 "미국의 GDP대비 부채 비율은 127.7%, 프랑스는 133.7% 정도로, 평범한 나라들 평균적으로 110%가 넘는데, 우리나라는 45%에 불과하다, 이 숫자가 낮다고 칭찬 받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유럽 사례가 기준이고, 또 과거 자료이기는 하지만 적정 부채 비율과 관련해 일반적인 논의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도 '적정 부채 수준'과 관련된 논란은 늘 있었는데, ECB는 국가 부채 위기 사례들을 수집해 정리한 결과, 부채 수준이 낮다고 재정 위기가 없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높다고 위기가 꼭 찾아오는 것은 아니라고 썼습니다.
 
부채 비율은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이론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어느 정도의 부채 수준이 과도한 것인지, 나아가 국가의 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정도인지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The use of the debt ratio for assessing sustainability in practice is impeded by the fact that neither theory nor practical experience give a clear indication of which debt level is too high and would thus threaten the fiscal sustainability of a country. Looking at country experiences over the past 20 years, solvency crises occurred at very different levels of debt-to-GDP ratios.
- ECB, <OCCASIONAL PAPER SERIES> no. 56, 2007년

달리 말하면, '적정 부채 수준'이 얼마 정도라고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변수가 많은 만큼 다른 나라의 수치를 단순 비교해 판단할 사안은 아니라는 의미로 읽힙니다.

정부채무 2001~2018년 연평균 11% ↑…OECD 회원국 중 6번째

특히, 여러 언론에서 보도됐지만, 기축 통화국과 비기축 통화국 간의 부채 비율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지적은 참고할 만 합니다. 미국(달러화)이나 유럽(유로화), 일본(엔화) 같은 이른바 기축 통화국은 자기 돈으로 물건 사고 팔 수 있고, 돈 좀 빠져나가도 화폐 더 찍어내서 조절할 수 있는 나라들입니다. 상대적으로 화폐 정책이 자유롭습니다. 이 후보가 사례로 든 부채가 많은 선진국들은 대부분 기축 통화국입니다.

IMF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재정 신뢰도 강화보고서>를 참고해 살펴봤습니다. 보고서는 G20 국가와 유럽 주요 국가 34개국의 부채 수준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기재된 주요 34개 국가 가운데 기축 통화국 아닌 국가를 기준으로 부채 비율이 GDP 대비 100%를 넘은 국가를 계산해 봤더니 그리스, 싱가포르, 캐나다 정도가 있었습니다.

결국, 이 후보는 국가 부채가 GDP 대비 2배 올라가도 왜 괜찮은 건지, 그 구체적인 근거를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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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주장 살펴보겠습니다. 윤 후보는 국가 부채 증가율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윤 후보는 지난달 자신의 SNS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국가 채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지금 상태를 방치해 우리 자녀와 미래 세대에게 빚더미만 물려줄 수는 없다"고 썼습니다. 

대안도 제시했습니다. 윤 후보는 "새 정부 출범 1년 내, 책임 있는 재정 준칙을 마련해 국가 채무를 관리하겠다"면서 "정확한 경제 전망, 재정 운용의 책임성, 재정 통계의 투명성으로 책임 있는 재정 준칙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한 평가 역시, 전문가마다 언론사마다 제각각입니다. 이 후보 주장을 검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IMF의 공식 문서를 기준 삼았습니다. IMF의 <재정 신뢰도 강화보고서>의 부채 증가 수준을 살펴봤습니다. 5년 뒤 한국의 GDP 대비 예상 부채 비율은 66.7%로 예측됐습니다.

사실은팀이 이 보고서 자료를 기준으로, 주요 34개 국가의 GDP 대비 증가율 추이를 분석했는데, 2026년까지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우리나라였습니다. 그 수치가 15.4%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압도적이었습니다. 참고로 IMF는 정부 뿐만 아니라 비영리 공공 기관까지 합산하기 때문에 부채 비율이 더 높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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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는 세계적으로 점차 재정 건전성이 나아진다고 분석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로 한국을 딱 짚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양호한 금리 상황, 그리고 경제 성장은 예상되는 재정 조정(COVID-19 관련 지출 감소 포함)과 함께 선진국의 GDP 대비 정부 총부채 비율이 2026년에 약 120%로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영국처럼 부채 비율이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하거나, 한국처럼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Favorable interest rates and economic growth, along with projected fiscal adjustments (including a decline in COVID-19–related spending), imply that the ratio of gross government debt to GDP for advanced economies is expected to decline marginally to about 120 percent in 2026. However, in some countries the debt ratio is expected to remain broadly stable (United Kingdom) or continue rising (Republic of Korea).
- IMF, <재정 신뢰도 강화 보고서>, 2021년 10월

IMF 공식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윤 후보의 주장은 사실입니다. 부채 규모 그 자체보다 증가율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2일 순천역에서 '열정열차'에 탑승해 취재진과 질의응답 하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윤 후보는 취임 100일 이내에 50조 원에 달하는 공격적인 추경을 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50조 원은 단순 계산해도 국가 총부채의 5%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윤 후보는 지난 토론회에서도 대선 공약 재원 규모가 250~260조 원 정도라고 밝혔는데, 이를 지출 구조 조정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명확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부채 감소'와 '재정 확대'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증세 말고는 딱히 연상되는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유럽 국가는 재정 상황이 악화하면 증세를 통해 재정을 메우는 공감대가 있지만, 우리는 함부로 증세 이야기를 꺼내기도 어렵습니다. 선거 철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윤 후보는 증세와도 선을 긋고 있습니다.
 
윤 후보는 이른바 'Y노믹스(윤석열의 Y+이코노믹스)'의 방향에 대한 질문에는 "역동적 성장과 따뜻한 복지, 그리고 공정성"을 강조했다. 국가부채에 대해선 "지금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반드시 세출 구조조정을 하고, 국채를 발행하더라도 향후 성장이 회복되는 시점에 꼭 갚겠다"고 했다. 세금에 대해선 "늘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 한국경제, <윤석열 "국가부채 이제는 한계…귀족노조 문제 커진 건 정부가 편들어준 결과">, 지난달 24일.

한국 정부 빠른 부채 증가

윤 후보는 세출 구조 조정과 재정 준칙 마련을 말했지만, 그 내용이 중요할 겁니다. 부채 감소와 재정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수 있을지, 그 구체적인 방식을 국민들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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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 송해연, 권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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