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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북한 기업은?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우리는 통일에 준비돼 있는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남한과 세계 최빈국 수준으로 전락한 북한이 합쳐질 경우 경쟁력을 갖고 살아남을 수 있는 북한 기업이 있을까요. 남북 통일시 중요한 통합 과제 중의 하나가 경제 부문인데, 이번에는 통일 후에도 경쟁력이 있는 북한 산업이 어떤 것들 일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에 대한 힌트는 과거의 남북경협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남북이 현격한 경제력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교역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물건을 반입했다는 것은 북한 제품의 경쟁력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천리마 제강 연합기업소

북한 생산물 중 경쟁력 있는 것은 1차 생산물


남북교역이 비교적 잘 됐던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6년 6월 자료를 대표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2006년 6월 자료를 살펴보는 것은 이때가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이 이뤄지기 전으로 남북 교역이 정치적 사건에 관계없이 비교적 잘 되고 있었던 시기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통일부 자료를 보면 이 시기 남북 간 일반 교역액 27,875,000달러(북한으로부터의 반입액이 93.8% 차지) 가운데 농림수산물과 철강금속제품, 광산물의 비중이 94.4%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농림수산물이 48%, 철강금속제품이 33.7%, 광산물이 12.7%입니다.

농림수산물과 광산물이 1차 생산물이라는 것은 명확하고, 철강금속제품이 어떤 품목인지 궁금할 수 있는데 철강금속제품 중에는 고철과 아연괴, 기타 철구조물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철강금속제품도 고부가가치의 상품이라기보다는 생산원료로 쓰일 수 있는 1차 생산물의 개념인 셈입니다. 결국 북한 생산물 중에 경쟁력이 있는 제품은 농수축산물과 광물 등의 1차 생산물이 대다수입니다.
 

북한 저임 노동력 활용한 남북 경협


남북은 일반교역 외에도 원자재를 북한에 보내 임가공을 시키는 위탁가공 형태의 교역도 진행했습니다. 통일부 자료를 보면 2006년 6월 14,176,000달러의 위탁 교역액 가운데 섬유류의 비중이 75.5%, 전기전자 제품 비중이 18.8%로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북한 지역의 저임금을 활용해 의류 등의 임가공을 주로 했다는 얘기입니다. 전기전자 제품 항목을 보면 TV나 냉장고 부품, 라디오 카세트, 통신용 전선 등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높지 않은 기술  수준이 필요한 가전제품류 조립에 북한 저임 노동력을 활용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상의 일반교역과 위탁가공 교역 이외에 남북 간 교역의 중요 비중을 차지한 형태는 개성공단입니다. 개성공단은 알다시피 우리 기업이 북한의 저임 노동력에 기반해 사업을 진행한 형태입니다.

김정숙 평양 제사공장

북한 산업의 경쟁력: 1차 생산물이나 저임 노동력


이상의 남북 간 교역 형태를 종합해보면, 통일 이후에도 북한 지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차 생산물을 판매하든지 저임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평양의 옥류관 냉면처럼 북한 특색의 음식산업도 1차 산업의 범주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형태의 기업은 북한 제품의 품질이 뒤떨어지기 때문에 남한 기업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 것입니다. 결국 경쟁력이 없는 북한 기업 상당수는 구조조정을 거쳐 남한 기업에 매각하거나 청산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볼 수 있는데, 이러한 남한 기업 위주의 재편은 통일 과정에서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통일 과정에서 남한 기업 위주의 재편이 어떤 문제점을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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