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스페셜리스트] '김정은 다이어트의 진실'…그것이 알고 싶다

"인공 지능(AI)으로 20kg 감량 분석"…'그알' 전문가와 분석해 봤습니다

작년에 전 세계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해 본 정치인들은 누굴까요? 1위 바이든 미국 대통령, 2위 존슨 영국 총리, 3위는? 오늘 얘기할 김정은 북한 총비서입니다. 김정은과 같이 검색한 키워드는 유난히 '체중 감량'이 많았습니다.
 

김정은 연관검색어 '체중 감량'…4년 전 사진 보니?

먼저 4년 전 사진 한 장 보고 가겠습니다. 2018~19년 북미정상회담으로 떠들썩했던 때 기억하시죠? 이건 2018년 봄 사진인데요. 김정은 총비서 옆에 있는 사람, 당시 미국 CIA 국장 겸 국무장관 내정자였던 마이크 폼페이오입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사진인데 지금 다시 만나면 아마 이런 모습일 겁니다. 북미 관계도 많이 변했지만 두 사람 외모도 많이 바뀌었죠. 폼페이오는 키 180cm에 136kg까지 쪘다가 6개월 동안 41kg을 뺐다고 해요. 안되겠다 싶어서 운동으로 뺐다고 본인이 직접 밝힌 겁니다. 반면 김정은 체중 감량은 어떤가요? 본인이 직접 얘기하지 않죠. 그런데 '얼마 빠졌다더라' 이런 식의 기사들 보신 적 있을 거예요. 이거 어떻게 아는 걸까요?
 

국정원 "20kg 감량"했다는데…어떻게 알까?

물론 눈으로 봐도 빠진 것 같기는 합니다만 국정원이 작년에 국회에 이런 보고를 하기도 했어요.
 
[김병기 / 국회 정보위 간사] (2021년 10월) 
"김정은의 체중이 2019년 약 140킬로 현재 약 20킬로가량 감량한 것으로 보이며..."

사실 김정은 체중 분석은 그동안에도 계속 해왔어요. 국정원이 2016년에는 체중이 130kg까지 늘어난 걸로 추정된다 발표한 적도 있거든요. 이걸 어떻게 아느냐? 여기서 AI, 인공지능이 등장합니다. 국정원이 추정치를 내는 방법 중 하나가 AI 분석이거든요. 체중 변화를 AI로 분석한다니 좀 황당하신가요? 실제로 이렇게 발표를 했습니다.
 
[김병기 / 국회 정보위 간사] (2021년 10월) 
"국정원은 AI 등 다양한 과학적 기법을 통해 분석한 결과, 세밀하게 추적을 했답니다. (중략) 안면 체적 분석과 체중 추적하는 모델, 그리고 초해상도 영상을 분석한 결과라고 합니다."

이게 가능할까 저희도 궁금해서 '그것이 알고 싶다'에 자주 나오는 영상 분석 전문가에게 의뢰를 해봤습니다. 여러 사진을 보내긴 했는데 비슷한 각도에서 찍힌 사진 2장만 비교가 가능했습니다.
  
[황민구 / 법영상 분석 전문가]
"샘플 중에서 가장 유사한 위치와 형태 구도를 가진 사진을 샘플링해서 얼굴을 중첩시킨 다음에 얼굴의 부피 변화를 확인을 하는 거죠. 2차원 면적을 보는 거라고 보시면 돼요."

왼쪽은 2020년 10월 열병식 사진, 오른쪽은 2021년 9월 열병식 사진인데요. 일단 점을 찍습니다.
 
[황민구 / 법영상 분석 전문가]
"지금같이 작업한 것도 눈, 코, 입을 기준으로 해서 점 찍어서요. 왜냐하면 인물의 부피 변화가 있다고 하더라도 눈, 코, 입 위치가 변하지는 않거든요. 골격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살이 찐다면 그 외에 부분에 살이 찌고 빠지는 거기 때문에 눈, 코, 입을 기준으로 해서 두 이미지를 중첩을 시키는 거죠. 외곽선을 추출한 후에 면적을 상대 수치로 계산하는 거예요. 절대값은 나올 수가 없고 상대 비율을 보는 거죠."

"이게 퍼센트 계산해 보면 약 6% 정도 얼굴 면적이 줄어든 거거든요. 아마도 분석 프로그램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적용하는 방식이나 알고리즘은 비슷할 것으로 보여져요. 오차는 있을 수가 있는데 그렇게 크지는 않고 해봤자 1% 정도? 많아봐야." 

얼굴 비교만 했을 때 6% 면적이 줄었다는 거니까 전체적으로 보면 숫자가 달라질 수 있겠죠. 저희는 사진 2장 비교했지만, 상반신 사진, 측면 사진, 전신 사진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정확도가 개선이 되니까요. 우리 주변에서는 체중 분석하는 데 쓰이는 건 아니지만 실제로 구조물 면적 변화 같은 걸 측정하는데 이런 방법을 쓰고 있다고 해요.
 

건강해지려고?…"수척한 얼굴 가슴 아파"

AI도 못 잡아내는 건 당연히 있습니다.
 
[황민구 / 법영상 분석 전문가]
(기자 : 변화가 왜 있었는지까지 알 수 있나요?)
"그건 아파서 일 수도 있고 살 뺄 수도 있는 거기 때문에…(웃음) 사진 영상만 가지고 판단할 수 없고요."

살을 뺀 의도는 AI도 분석하기 어렵겠죠. 이건 국정원이 첩보를 확보하거나 여러 다른 방법을 써서 확인해야 하는 문제인 거죠.

국정원은 일단, 건강에 이상은 없다고 했어요. 몸이 아파서 빠졌다기보다는 일부러 뺀 걸로 판단한 거죠. 물론, 다이어트했다고 해도 북한 매체에서 '최고 지도자가 건강해졌다' 이런 식의 반응은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죠.
 
[북한 주민] (조선중앙TV / 2021년 6월 25일)
"우리 사람들이 제일 가슴 아파한 것은, 나부터도.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께서 수척해진 모습을 보실 때 우리 인민들은 제일 가슴 아팠다는 거, 모든 사람들이 다 말합니다. 눈물이 저절로 나온다고."

김 총비서가 지금은 감량했다지만 2016년까지 계속 체중이 늘었거든요. 당시엔 국정원이 '통치 스트레스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신변 위협 때문에 고민이 많고 폭음하고 폭식한다고 했는데, 이런 건 AI가 분석하기 어려운 거죠.
 
[이철우 / 당시 국회 정보위원장] (2016년 7월)
"불면증 걸려서 잠을 잘 못 자고 신변 위협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원래 폭음하고 폭식 이것 때문에 성인병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
 

정보기관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

'김정은이 살이 찌든 말든 이걸 왜 알아야 해?' 이런 생각 하실 수 있습니다. 일반인이 굳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죠. 그런데 정보기관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결국 이런 게 '북한 최고 지도자의 건강 상태가 어떻냐' 이 질문으로 이어지거든요. 사실 북한이란 곳이 워낙 폐쇄적인 체제인 데다, 최고 지도자 영향력이 절대적이잖아요. 그래서 최고 지도자 상태를 분석하는 게 정보기관 입장에선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 뿐 아니라 연설 시간, 걸음걸이, 표정, 낯빛 이런 것 까지도 세밀하게 다 분석합니다. 종합해서 건강 상태가 어떤가, 추정해보는 거죠. 우리 정보기관만 이런 데 관심 있는 건 아니고요. 미국, 일본 정보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정은 건강이상설, 왜 매번 시끄럽죠?

국정원이 분석하는 게 필요한 거기도 해요. 사실 된통 잘못했던 전례가 있거든요. 2011년 12월 김정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때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조선중앙TV / 2011년 12월 19일 보도]
"김정일 동지께서 12월 17일 8시 30분에 현지 지도의 길에서 급병으로 서거하셨다는 것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알린다."

북한이 김정일 사망 발표한 게 이틀이 지나서였거든요.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때까지 몰랐습니다.
 
[최재성/당시 국회 정보위 민주통합당 간사] (2011년 12월 20일)
"김정일 위원장 사망 보도는 (국정원이) 전 국민과 동시간대에 취득한 셈입니다."
김관진/당시 국방장관 (2011년 12월 20일)
"저도 뉴스를 보고 알았습니다. 정보 능력을 좀 키워야겠다, 확장해야 되겠다는 절실한 필요는 느끼고 있습니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죽으면 아무래도 정세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권력자는 누가 될지, 무력 도발을 할지 어떨지, 대외 관계는 어떻게 할지 변수가 너무 많은 것이죠. 북한 내부 상황은 다른 나라처럼 실시간으로 잘 전달되지 않거든요. 북한 행보를 원래도 예측하기 쉽지 않은데,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거죠. 그리고 지금 상황을 보면 북한, 3대 세습 정권입니다. 김 총비서, 자식은 있지만 아직 어린 걸로 알려져 있어요. 그럼 지금 후계자는 누구냐? 김여정이 실질적 2인자라고는 하지만 정부도 후계자로 지정된 건 아니라고 보고 있거든요. 이런 요소들이 다 얽혀서 체중 변화도 꼼꼼하게 분석하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건강에 문제가 있는지 아닌지 파악하는 하나의 요소인 셈이죠.
 
정리하면! 김정은 체중감량이 지난해 매우 뜨거운 검색어였다. 정보기관은 AI로 체중을 분석해 건강 상태를 살핀다. 그리고 아파서 빠진 게 아니라 살 뺀 거로 보고 있다. 건강 이상은 없는 걸로 본다. 김정은의 홀쭉해진 얼굴 뒤에는 이런 숨겨진 맥락이 있다는 겁니다.
관련 이미지
(영상취재 : 홍종수 / 편집 : 차희주 / 기획·제작 : D콘텐츠기획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