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美 항모 바글바글한 동아시아 바다…핵 잠수함 시위까지

[취재파일] 美 항모 바글바글한 동아시아 바다…핵 잠수함 시위까지
▲ 현지시간 18일 USNI가 발표한 미 대형 해상 전력의 위치. 동아시아의 바다가 미 해군 항모로 꽉 찼다.

미국의 권위 있는 해군 연구기관인 USNI(The United States Naval Institute)는 작전 중인 미 해군 항공모함들의 위치를 한 달에 2번꼴로 공개합니다. 현지 시간 18일 발표한 정보를 보면 동아시아 바다에 항모 3척과 강습상륙함 2척이 밀집했습니다. 지도 그래픽을 보면 바글바글합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대비한 듯 지중해에 전개된 해리 트루먼 항모를 제외하면 미 해군의 대형 해상 전력이 모조리 중국과 북한을 둘러쌌습니다.
 
이달 초 미 서부 샌디에이고를 출항한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가 보름 만에 서태평양 깊숙이 진입했고, 칼 빈슨 항모는 동중국해, 남중국해 주변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링컨이 오면 빈슨이 갈 줄 알았는데 그대로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항모는 유지 보수 기간에 접어들긴 했지만 일본 요코스카에서 언제든 출격 대기 중입니다.

아메리카 강습상륙함, 에섹스 강습상륙함도 남중국해에 배치된 상태입니다. 강습상륙함은 수직 이착륙 F-35B 함재기를 운용할 수 있는 사실상의 항모입니다. 즉 미 해군 항모급 5척이 서태평양의 동아시아 바다에 진을 친 것입니다.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월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이 극에 달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시쳇말로 미 해군 전력의 역대급 집결입니다.
 
미 해군 항모들이 동아시아에 모이면 중국을 겨냥한 시위로 보는 편이 타당합니다. 우리는 아전인수 격으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전개라고 풀이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전인수가 아니라 실제로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중국은 올림픽의 평화 시즌에 접어든 데 반해 북한은 연초부터 도를 넘는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행하고 있습니다. 중국보다는 북한을 짓누를 필요성이 더 커진 가운데 미 항모들이 집결한 것입니다.
 

링컨 항모의 합세…동아시아 美 핵 항모 3척 집결

미 해군은 현지 시간 3일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가 샌디에이고를 출항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 항모가 서태평양으로 올 때면 하와이를 경유하고 괌에도 들르며 쉬엄쉬엄 이동합니다. 하지만 링컨은 달랐습니다. USNI에 따르면 벌써 일본 남쪽 바다에 진입했습니다. 2주 만에 태평양을 횡단한 것입니다.
 
전례가 드문 논스톱 고속 항해입니다. 대단히 급한 일이 있다는 방증입니다. 해군의 핵심 관계자는 “원래 북한이 1월에는 미사일을 안 쏘는데 올해는 4번씩이나, 그것도 극초음속 미사일을 2번 발사한 것이 링컨 항모의 발걸음을 재촉한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칼 빈슨 항모는 지난달 괌에서 얼마간 휴가를 보낸 뒤 서태평양 전개 작전을 재개한다고 선포했습니다. 한동안 서태평양에 머물며 북한과 중국 주변을 맴돌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즉 링컨과 빈슨은 동시에 같은 지역에서 작전을 벌이게 됐습니다.
 
USNI는 로널드 레이건 항모가 올 상반기 연례적 유지 보수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요코스카 기지에 정박한 채 장병들 휴식도 취하고 함정 수리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레이건 항모는 최근 눈에 띄는 활동을 안 했습니다. 주로 요코스카 기지에 있었습니다. 고칠 데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연례 유지 보수는 전력 이탈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지난 3일 미 서부를 출항한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는 현재 일본 남쪽까지 전개했다.
 

근육 푸는 강습상륙함과 핵전략 잠수함

아메리카 강습상륙함과 에섹스 강습상륙함도 연일 다국적 해상 훈련을 벌이며 동향을 담은 사진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통상 강습상륙함 1척만 서태평양에 전개되는데 역시 1척이 추가된 형국입니다. 미 해군 강습상륙함은 미국을 제외한 국가의 해군에서는 번듯한 항모로 취급받을 규모이기 때문에 서태평양의 동아시아 바다에는 미 항모 5척이 떠다니고 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현재 괌에 머물고 있는 미 해군 오하이오급 핵전략 잠수함 USS 네바다도 심상치 않습니다. CNN은 “미 핵전략 잠수함의 괌 기항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고, 기항 사실이 공개된 것은 1980년대 이래 2번째”라며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SLBM인 트라이던트 20기와 핵탄두 수십 개를 탑재한다”고 소개했습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네바다를 포함한 오하이오급 핵전략 잠수함이 향후 괌에 상주하며 중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겁을 냈습니다.
 
이제 곧 중국 베이징에서 동계 올림픽이 열립니다. 미중 관계가 악화일로라고 해도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해 올림픽의 판을 깨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미 해군 항모와 핵 잠수함 등 전략자산의 집결이 대북 압박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 군의 한 관계자는 “설 전후로 북한이 또 미사일을 쏘고, 추가로 다른 방식의 도발을 할 가능성이 크다”, “미 해군 전략 자산의 총집결은 중국이 아니라 북한의 도발에 응수하는 측면이 더 강하다”고 분석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