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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비용,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②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우리는 통일에 준비돼 있는가

통일비용,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②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지난 글( ▶ 통일비용,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①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에서 통일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와 독일의 통일비용 사례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남북한 통일비용 문제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남북한이 통일이 되면 독일보다 훨씬 많은 통일비용이 소요될 것입니다. 통일 당시 동서독의 1인당 GDP 격차가 3.3배에 불과했던 반면 2020년 기준 남북한의 1인당 GNI 격차는 27.3배에 달하고, 인구는 통일 당시 동서독의 격차가 3.7배에 달했던 반면 2020년 기준 남북한의 격차는 2배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즉, 독일에서는 서독 사람 3.7명이 동독 사람 1명을 도와주는 구조였다면, 남북한의 경우 남한 사람 2명이 북한 사람 1명을 도와줘야 하는데, 북한 사람들이 동독 사람보다 훨씬 못사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독일 통일비용 지출 사례에서 보듯 통일비용의 상당 부분을 사회보장 지출에 사용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통일비용이 들어가게 됩니다. 가급적 초기 통일비용은 인프라 재건이나 경제활성화 같은 투자 부문에 사용하도록 해 북한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고 그로 인해 늘어나는 세수를 통일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이 같은 구조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첫째 통일 초기 남북한 지역의 한시적인 분리가 이뤄져야 합니다. 남북한 지역이 일거에 합쳐질 경우 사회복지 제도를 이중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남북한 지역을 한시적으로 분리해 남한 수준의 사회복지를 북한 지역에 적용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야 통일비용을 경제건설에 최대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복지는 북한 지역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야 합니다. 남북한의 경우 통일 이후에도 한시적인 분리가 가능함을 앞선 글( ▶ 연방제는 통일국가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에서 살펴본 바 있습니다.

둘째, 북한 지역에서 실업을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실업자가 늘어나면 국가가 국민들의 최소생활을 책임져줘야 하므로 사회복지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실업자가 늘어나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으면 북한 지역의 빠른 경제성장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실업자를 줄이려면 북한 기업 중에 살릴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살려야 합니다. 경쟁력으로 따지자면 남한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없겠지만, 남북한의 한시적 분리 기간 동안 일정 정도의 지원을 통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되는 기업에게는 최대한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불가피하게 구조조정되거나 청산되는 기업의 노동자들에게는 다른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을 마련해 실업 상태에서 빨리 벗어나게 해야 합니다. 저개발 국가의 경우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곧 복지이기도 합니다.
 

통일비용 조달 방안

지금부터 통일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통일비용 조달은 통일을 기준으로 비용 조달 시점에 따라 크게 세 가지 방안으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통일 전에 조달하는 방법은 기금을 미리 조성해놓는 것이고, 통일 시점에 조달하는 방법은 세금으로 징수하는 것이며, 통일 이후에 조달하는 방법은 통일 시점에 채권을 발행해 미래 세대가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입니다.

먼저, 통일기금을 조성하는 것은 다가올 통일에 대비해 사전에 자금을 마련해놓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남북교류협력에 필요한 비용을 남북협력기금을 조성해 사용하고 있는데, 남북협력기금의 미사용액은 적립되지 않고 그대로 사라지게 돼 있어서 남북협력기금을 누적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즉 남북협력기금 불용액을 차곡차곡 모아 미래의 통일비용으로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국회의원들 중에도 이런 방식의 기금법 개정을 발의하기도 했고, 류우익 통일부 장관 시절 통일부도 남북협력기금을 적립하는 방식의 기금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불발된 상태입니다. 만약 기금법 개정이 이뤄져 남북협력기금 미사용액이 누적된다면 자발적인 통일성금 기탁자들의 모금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런 식의 사전기금 적립 방식이 경제적으로는 비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사전에 기금을 마련한다는 것은 국민경제 성장에 필요한 재원 중 일부를 빼낸다는 의미인데, 그만큼 경제성장에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효율 여부를 떠나 사전기금 조성이 통일에 대한 공감대 확산에 기여한다면 이득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반대로 사전 재원 조성이 통일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킴으로써 통일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통일 시점에 비용을 마련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세금을 통해서입니다. 통일이 되는 시점에 여러 가지 필요한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면 기존 세금을 인상하거나 새로운 세목의 세금을 신설하는 조치가 필요하게 됩니다.

평양거리-안정식 취재파일용

기본적으로는 소득세나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을 인상하거나 통일세와 같은 새로운 세금을 신설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또 생산에 관계없는 오락행위나 고가의 소비재에 부과하는 레저세 신설,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인 상속세나 증여세 인상, 과징금이나 과태료 인상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형벌에서도 '징역형과 선택이 가능한 벌금형'의 경우 벌금액을 인상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통일 이후에 통일비용을 조달하는 방법은 국채를 발행하는 것입니다. 채권을 발행해 팔면 정부에게 당장 돈이 생기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 채권이 만기가 되면 이자와 함께 정부가 갚아야 하므로 채권 만기 시점에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미래세대가 부담을 지게 됩니다. 통일의 편익이 미래에 생길 것으로 본다면 미래 세대에게 통일비용의 부담을 나눠지게 하는 것이 불합리한 것은 아닙니다. 국채를 발행하고 만기에 재발행하는 방식을 택하면 이자 부담만 지면 되므로 국채발행부터 그 이후 세대가 연간 국채 이자만큼 통일비용을 부담하는 셈이 됩니다. 또, 국채발행은 조세저항이 거의 없어서 현실적인 제약 요인이 작은 것이 장점이기도 합니다.

결국, 통일비용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증세를 하고 나머지는 국채를 통해 조달하는 것이 기본 뼈대가 될 것 같습니다. 통일독일의 경우에도 국채발행이 가장 중요한 재원조달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통일비용 조달의 갖가지 아이디어들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경제특구 내 기업의 부가가치에 대한 부담금을 징수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남북의 경제권이 한시적으로 분리돼 북한 지역 특구로 진출한 우리 기업이 북한 지역의 낮은 임금으로 인해 이윤을 많이 얻게 된다면 제도적 이점을 누리는 대가로 통일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타당하다 볼 수 있습니다.

파주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성공단 (사진=연합뉴스)

남한 지역에서 북한 지역으로 갈 때 통행세를 징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남북의 경제권이 분리되면 북한 지역은 남한에 비해 싼 물가체계가 유지될 텐데, 남한 사람이 북한 지역에 가면 물가 차이로 인해 편익을 얻을 수 있게 되므로 부담금을 지울 수 있습니다. 편익 유무를 떠나 북한 지역 개발 비용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통행세를 물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통일이 됐는데도 북한 지역으로 넘어가는데 통행세를 부과하는 것이 정서적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통행세는 과도하지 않은 범위에서 책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통행세가 신설된다면 북한 지역의 관광자원들을 개발해 남한 관광객을 유치할 경우 더 많은 통일비용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북한 지역의 특정 상품(관광지의 관광 물품)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해 통일비용으로 징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통일복권 발행이나 통일카드 발급과 포인트 적립 등도 방안으로 거론됩니다. 통일 포인트 적립은 신용카드 포인트를 통일기금 포인트로 바꾸는 것으로 카드사의 협조를 얻어 실행할 수 있습니다. 아예 통일카드를 발급해 포인트를 통일비용으로 적립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통일카드 발급이나 포인트 적립은 비용 조달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는 없으나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를 높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정부의 재정지출을 감축하는 것도 통일비용 마련의 한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재정지출을 줄여 통일비용으로 활용할 만한 대규모 자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전통적으로 국방비 감축이 하나의 방안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통일 국면에서 반드시 국방비를 감축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통일 당시 국제정세의 변화가 우리가 국방비를 감축할 정도의 상황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고, 군 통합을 위해서는 북한군 해체가 불가피한데 북한 군대의 해산비용(명예퇴직금 등)을 고려하면 국방비 감축이 가능할지도 알 수 없습니다.

통일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민간 부문의 투자도 적극 유도해야 합니다. 도로건설과 같은 인프라 건설도 주요 축은 국가가 시행하되 구간구간 민자건설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병원법인 등에도 인센티브를 부여해 북한 지역에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특히, 관광사업에는 민간자본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 지역에 천혜의 자연명소가 많으므로 관광사업이 가능한 곳을 기업에게 일정액의 사용료를 받고 장기임대해 주고, 해당 기업이 해당 지역의 도로 등 기초인프라까지 건설해 개발하도록 한다면 통일비용도 확보하고 지역개발까지 동시에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에 매장된 지하자원을 개발해 판매함으로써 통일비용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북한 지역 주요자산은 국가 소유이므로 그대로 국가가 인수한 뒤 사업성 있는 것을 민간기업 등에 매각해 비용을 조달할 수도 있습니다.

이 밖에 북한 해외공관을 처분하거나 북한 소유의 군사무기를 판매하는 방안을 거론하기도 합니다. 또, 북일 간에는 일제 식민지 배상문제가 끝나지 않았으므로 일본으로부터 식민지 배상금을 받아 통일비용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일제 식민지 배상금 문제는 우리가 목을 맬수록 일본이 여러 무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으므로 절대적으로 믿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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