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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북적북적]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북적북적]


[골룸] 북적북적 325 :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음악을 듣는다는 행위는 수영을 떠올리게 합니다. 손 씻을 때도 물을 만지고 비 맞을 일도 있지만 알몸으로 물속에 들어가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죠. 물에 온전히 나를 맡기는 것이니.
그렇듯 음악은 어디에나 흔하지만 집중해서 오직 음악만 듣는 일은 완전히 별개의 일입니다. 음악에 집중하는 것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일이고 그 연주가 행해진 몇 년 전, 몇 십 년 전의 공기로 함께 숨 쉬는 일이죠.
-영화감독 박찬욱 〈음악은 영화를 완성하는 또 다른 배우〉,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中

음악은 시간을 공유하는 예술이잖아요. 연주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공유하는 것인데, 시간이 흐르면 음악도 흘러가고 없어지지만 각자의 마음속에 뭔가 붙잡아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 성공한 것 같아요. …(중략)… 모든 게 완벽하지 않더라도 '인상'이라는 것을 남기는 음악, 그 인상으로 하여금 내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것만 해도 크게 성공한 연주이고, 음악에서 느끼는 즐거움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피아니스트 손열음 〈음악인의 쓰기, 읽기, 말하기, 듣기〉,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中

음악, 여러분에게는 무엇인가요?
'골라듣는 뉴스룸'의 책 소개 코너 '북적북적'에서는 이번 주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이지영 지음, 글항아리 펴냄)》를 소개합니다. 긴 시간 공들여 묶어낸 이 인터뷰집에는 음악과 인생, 취향과 시간에 관한 14명의 인터뷰가 실려 있습니다.

이 중 7명은 음악에 인생을 건 연주자들입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피아니스트 손열음, 피아니스트 임동혁, 피아니스트 백건우, 피아니스트 정경화, 소프라노 조수미,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 또 다른 7명은 사진작가 윤광준, 영화감독 박찬욱, 안무가 안성수, 발레리나 강수진, 톤마이스터 최진, 기자 김성현, 풍월당 대표 박종호 님입니다. 음악가는 아니지만 이들의 일과 삶 역시 음악과 한몸입니다.

이 14명을 몇 년 동안 여러 차례 인터뷰하고 글로 풀어내 책으로 엮은 이지영 님은 《클럽 발코니》 편집장,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20년 넘게 음악에 대해 쓰고 공연을 만들어온 사람이지요. 저자가 인터뷰 대상과 오랫동안 만나고 생각을 나눠온 만큼, 기존의 짧은 언론 인터뷰에서 들을 수 없었던 깊고 넓은 질문과 답을 이 책을 통해 읽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집이라는 책의 특성을 고려해, 이번 '북적북적'에서는 낭독 위주에서 벗어나 저자인 이지영 님을 초대해 책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이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에서 출발했다며 "음악가 7명은 오래 알고 지내서 남들에게 얘기 안했던 부분까지 이야기해주신 분들"이고 2부에 실린 7명은 "음악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남들도 공감할 수 있는 지점에서 기해 줄 수 있는 분들로 선정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책도 아니고 음악가들의 빛나는 성취를 칭송하는 책도 아닙니다. 어느 음반사 어떤 연주자의 언제적 앨범이 '레전드'라거나 음악을 들으려면 이 정도 지식 혹은 장비는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책은 더욱 아닙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찾고 그 방향으로 전력을 다하고, 속도를 조절하며 나만의 때를 기다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 소리 이전에 사람을 이해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취향을 갖고 그걸 가꿔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나는 음악을 잘 모르는데' 하며 거리감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가장 궁금한 사람의 인터뷰부터 마음 가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더 궁금해지기도 하고 위로도 받고 뭉클하기도 한 지점들을 만나게 될 겁니다.
 
클래식 음악은 '시간'과 함께 설명해야 할 일이 많다. 오래전부터 들어온 음악이고 연주 시간도 길다. 연주자가 되기 위한 과정도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감상자가 되기 위해서도 시간이 요구된다 한번 시작된 이 관계는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중략)… 작품도 묵히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연주자에 대한 평가도, 나의 판단도 묵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빠른 판단이 만들어내는 효율도 중요하지만 말과 판단의 유보로써 기다림이 이뤄내는 가치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연주자를 여지가 있는 사람으로 둬야 한다는 생각이고, 특히 젊은 연주자, 지휘자, 작곡가에게는 더 많은 시간을 주었으면 한다.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머리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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