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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하루에만 맞선 20번 본 중국 여성…"남초 현상 심각"

중국 허난성 저우커우의 한 농촌마을 출신인 22세 주주 씨. 타지에서 지내고 있는 주 씨는 중국 최대 명절 춘제를 앞두고 최근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주 씨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맞선이었습니다. 주 씨는 지난 10일 하루에만 20명의 남성과 맞선을 봐야 했습니다. 주 씨의 부모와 중매가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주 씨는 당일 저녁 자신의 SNS를 통해 맞선 본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 마을은 남성이 많고 여성이 적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힘든 하루였다고 했습니다.

하루에 20번의 맞선을 본 22세 주주 씨 (출처=웨이보)

중국 농촌 20~39세 여성 100명당 남성 수 120명 안팎

중국 네티즌들은 놀라움을 나타냈습니다. "아직 너무 젊다", "부모님에게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씀드려라",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나이인데 농촌 부모들이 체면 때문에 딸을 일찍 시집 보내려 한다", "딸을 놓아주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나도 지난해 춘제 때 고향에 가서 하루에 6번의 맞선을 봤다", "올해 춘제에 고향에 가지 않겠다"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주주 씨와 맞선을 보기 위해 만남 장소로 들어가는 남성

지난해 5월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중국 14억 인구 중 여성은 6억 8천844만 명으로, 남성 7억 2천334만 명보다 3천490만 명이 적습니다. 비율로는 여성이 48.76%, 남성이 51.24%이며, 남녀 성비, 즉 여성 100명당 남성 수는 105.07명입니다. 참고로 2020년 우리나라의 남녀 성비는 여성 100명당 남성 100.1명, 지난해 여성 100명당 남성 99.9명입니다. 우리나라에 비해 중국의 남성 비율이 월등히 높은 셈입니다.

2020년 중국의 남녀 인구 수와 비율. 여성 100명당 남성 수는 105.07명이다. (출처=소후망)

중국의 이런 남녀 성비 불균형은 농촌으로 갈수록, 결혼 적령기일수록 더 심합니다. '중국통계연감'에 따르면, 농촌 지역 남녀 성비는 여성 100명당 남성 107.91명입니다. 특히 20~24세의 경우 성비는 여성 100명당 남성 123.09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습니다. 25~29세 여성 100명당 남성 수는 120.87명, 30~34세 116.82명, 35~39세 115.77명으로, 이 역시 중국 평균 105.07명을 크게 웃돕니다. 중국 농촌은 아직도 남아 선호 사상이 강한 데다, 농촌 여성이 경제가 덜 발달된, 낙후된 지역을 떠나 도시로 가는 게 주원인으로 꼽힙니다. 중국 농촌 15~19세의 성비는 여성 100명당 남성 126.24명이어서, 중국 농촌의 남초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중국 농촌의 남녀 성비. 20~39세 여성 100명당 남성의 수가 115~123명에 달한다. (출처=중국통계연감)

"여성들 고향에 머물러 달라"…"여성은 꿈 포기하라는 거냐"

중국 지방정부는 여성이 고향에 머물도록 장려하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지방정부가 나서 소개팅 플랫폼을 구축하는가 하면, 복잡하고 낡은 결혼 예식을 타파하고, 여성을 위한 무료 기술과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결혼 장려금을 지급하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큰 소득은 없어 보입니다. 지난해 9월 리커창 총리가 광시좡족자치구 위린시의 한 마을을 방문했을 때 주민들은 리 총리에게 "농촌에서 결혼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여성들에게 농촌에 머물도록 강요해선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여성은 꿈을 포기하라는 것이냐'는 겁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970년대 말에는 중국 인구의 17%가 도시에 거주했지만 오늘날에는 6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광시사회과학원의 한 농촌 문제 전문가는 "중국 농촌 여성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고, 도시에서 젠더 의식을 깨우쳐 배우자 선택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인구 대국 중국에서도 출산율과 농촌 문제가 큰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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