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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꽁꽁 틀어막았건만…14억 인구 중국에 오미크론 본격 상륙

[월드리포트] 꽁꽁 틀어막았건만…14억 인구 중국에 오미크론 본격 상륙
#1. 지난 9일 중국 SNS 웨이보에 영상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버스 안에서 한 남성이 방역 요원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듯한 영상입니다. 하루 전 허난성 위저우시에서 찍힌 영상인데, 이 남성은 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버스를 타고 격리 시설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도로가 막히면서 이동 시간이 지체됐고, 버스를 탄 지 두 시간쯤 지나자 참다 못한 이 남성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방역 요원은 '이동 도중 하차 금지' 원칙을 적용해 불허했습니다. 이 영상은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방역 요원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글과 함께 확산했습니다. 중국 매체들은 진위 파악에 나섰고, '남성은 무릎을 꿇은 게 아니라 소변을 참기 위해 응급조치로 쪼그려 앉은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방역 요원도 결국에는 남성의 하차를 허락했으며 남성은 다시 버스에 올라타 격리 시설로 이동했다고 덧붙였습니다.

9일 중국 웨이보에 올라온 영상 캡처 화면

#2. 지난해 12월 23일부터 20일 가까이 도시 전체가 봉쇄된 인구 1,300만 명의 도시 시안에서는 가슴 통증을 호소하던 30대 남성이 코로나19 음성 증명서가 없어 응급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한 임신부는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뱃속 아이를 유산했습니다. 한 여성은 방역 요원에게 울면서 생리대를 달라고 애원하기도 했습니다.

베이징 턱밑 톈진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산…"오미크론과의 첫 실전"


'제로 코로나' 원칙을 고수하며 강력한 봉쇄 정책을 펴 오던 중국에 오미크론 변이가 본격 상륙했습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대륙을 엄습한 것입니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고 있는 곳이 베이징과 가까운 톈진이라는 점에서 중국 당국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톈진은 베이징, 상하이, 충칭과 함께 중국의 4개 직할시 중 하나로 베이징과 인접해 있습니다. 인구는 1,500만 명에 달하며, 직장인 30%가 베이징으로 출퇴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톈진에서 베이징까지는 고속철도로 30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톈진시 방역 요원이 한밤중 잠자는 주민들을 깨워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독촉하고 있다. (사진=웨이보)

톈진에서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보고된 것은 지난 8일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초기 확진자 2명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겁니다. 9일까지 톈진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모두 40명. 이들은 대부분 초기 확진자 2명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나머지 38명의 염기서열도 분석 중인데,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로 드러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보고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과거에도 톈진에서 오미크론 환자가 나왔고, 창사, 선전, 저장성에서도 오미크론 감염자가 보고됐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해외에서 온 사람들로, 격리 도중 양성 판정을 받아 지역 감염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광저우에서 유일하게 3명의 지역 감염자가 나왔는데, 이 역시 최초 환자는 해외에서 온 사람으로, 시설 격리를 끝내고 자가 격리 도중 같은 아파트 주민에게 전파한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번 톈진 사례는 다릅니다. 최초 감염자 2명은 중국 공안의 위치 추적 결과, 해외는 물론 최근 톈진시 밖을 나간 적이 없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사실상 중국 본토에서 처음 발생한 오미크론 지역 감염입니다. 언제 어떻게 감염됐는지 그 경로조차 아직 파악이 안 되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역 사회에서 국내 감염이 처음 발견됐다"며 "중국 본토에서 오미크론과의 첫 실전이 벌어졌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톈진에서 오미크론과의 첫 실전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오미크론 변이 다른 지역으로 이미 확산…중국 "제로 코로나 고수"


톈진 방역 당국은 부랴부랴 29개 주거 단지를 봉쇄하고 1,500만 전 시민에 대한 코로나19 검사에 들어갔지만 한발 늦었습니다. 오미크론 변이는 이미 톈진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중국 매체 펑파이에 따르면, 허난성 안양시에서도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2명이 발생했습니다. 이들 중 한 명은 지난해 12월 28일 톈진에서 안양으로 들어온 대학생입니다. 오미크론 변이가 잠복기를 거쳐 뒤늦게 발견됐다는 건데, 톈진에서, 다른 도시에서 더 많은 오미크론 감염자가 나올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봉쇄된 톈진시 아파트 단지

중국은 여전히 '제로 코로나' 정책을 얘기합니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우준요 수석전문가는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는 일반적으로 경미한 증상을 보여 식별하기가 어렵다"며 "현재 중국의 통제·예방 조치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중국의 전염병 권위자 장원훙 푸단대 감염내과 주임은 "강력한 면역 장벽이 세워지고 치명률이 매우 낮아져야만 국경이 열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인구 14억 명의 중국이 코로나19와의 공생을 선택한다면 최소 수천만 명이 감염되고 수십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며 "이런 결과를 누가 감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중국 전문가들은 지난해 오미크론 변이가 중국 밖 다른 나라에서 확산하고 있을 당시 "중국은 신속한 대응과 역동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다양한 종류의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다"면서 "오미크론 변이가 중국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의 표현대로 중국에서도 오미크론과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중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지, 제로 코로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지 머지않아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다만, 중국 당국이 자국민들에게 희생과 불편을 감내하도록 하면서 펼쳐온 강력한 방역 정책에 구멍이 뚫린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사진=글로벌타임스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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