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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안 봉쇄 폭로 글 '장안십일' 중국 당국이 삭제한 듯

중국 시안 봉쇄 폭로 글 '장안십일' 중국 당국이 삭제한 듯

작년 말부터 봉쇄된 인구 1천300만의 중국의 대도시 시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당국이 아닌 시민의 시선에서 전한 글인 '장안(長安·시안의 옛 명칭) 10일'이 모두 삭제됐습니다.

타이완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프리랜서 기자 장쉐(張雪)가 자신의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에서 쓴 '장안 10일' 원문이 차단됐습니다.

장쉐의 계정을 구독 중인 이용자가 이 글을 누르면 "'공개 계정 정보 서비스 관리 규정'을 위반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며 "법규에 따라 관련 내용을 보여줄 수 없다"는 안내 문구가 나옵니다.

위챗 공식 계정 서비스에서 9일 현재 장쉐의 계정이 통째로 검색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울러 위챗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퍼나른 글 등 '장안 십일'에 관련된 글들이 대부분 삭제됐습니다.

중국 유력 언론 매체 탐사보도 기자 출신으로 지난 2015년 프리랜서 기자로 전향한 장쉐는 지난 4일 자신이 도시 전체 봉쇄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시안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장안 10일'을 발표했습니다.

당국의 우격다짐식 격리 속에서 먹거리를 구하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했습니다.

시안 시민들이 도시 전면 봉쇄 속에서도 당국의 지원 속에서 안정적으로 살고 있다는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 선전과는 정반대인 겁니다.

장쉐의 글은 중국 인터넷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국제적으로도 '제2의 우한 일기'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 '장안 10일' 삭제에 일부 중국인들은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한 누리꾼은 웨이보에서 "모든 작은 인물들이 모여 사회를 구성하고 우리는 모두 작은 인물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장안 10일'이 없다면 누가 작은 인물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려 하겠는가"라고 아쉬워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장안십일'을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環球時報) 편집장의 글도 삭제됐습니다.

후 전 편집장은 지난 5일 자신의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많은 사람이 좋든 싫든 '장안 10일'과 같은 표현을 허용해야 한다"며 "중국 인터넷에서 단 한 가지 목소리만 있는 것을 희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극도로 경직된 방역 정책 탓에 병원 문턱에서 진료를 받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거나 임신부가 유산하는 일까지 잇따르면서 중국 부총리까지 나서 공개 사과를 하는 등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앞두고 중국 당국은 '시안 사태'로 곤혹스러운 처지입니다.


(사진=위챗 공식계정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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