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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제명 건의' 박덕흠 · 윤미향을 통해 본 '징계 가결률'

[사실은] '제명 건의' 박덕흠 · 윤미향을 통해 본 '징계 가결률'
지난 5일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과 무소속 윤미향·이상직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윤리특위에 건의하기로 했습니다. SBS 보도로 알려졌습니다. 

박덕흠 의원은 가족 회사가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주계약을 맺을 수 있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 징계 요구를 받았습니다. 지난 2020년 국민의힘을 탈당했던 박 의원은 15개월 만에 복당했습니다. 윤미향 의원은 과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 이상직 의원은 자녀가 소유한 이스타홀딩스 비상장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 신탁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문제가 됐습니다.

윤 의원과 박 의원은 재작년 9월과 10월, 이 의원은 지난해 5월 징계안이 각각 접수됐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은 이번 제명 건의를 지렛대삼아, 그간 국회 윤리특위가 징계안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데이터로 분석해 봤습니다. 민주화 이후, 정확히는 13대 국회 이후 윤리특위에 접수된 징계안을 기준으로 살펴봤습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https://likms.assembly.go.kr/bill/main.do)에서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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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 징계 가결률은 0.3%


일단 국회의원 징계 절차부터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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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안은 법안과 마찬가지로 의원 20명 이상,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등이 발의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모욕 당한 의원 당사자도 징계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윤리특위에서 논의가 시작됩니다. 그 과정에서 국회에 설치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의견을 물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 박덕흠·윤미향·이상직 의원에 대한 '제명' 건의는 자문위의 논의 결과입니다. 그러면 그 바통을 다시 윤리특위가 이어받아 징계 수위를 결정하게 됩니다. 달리 말하면, 자문위 의견은 참고 사항일 뿐, 구속력은 없습니다.

윤리특위가 징계 수위를 결정하면, 국회 본회의로 안건이 넘어갑니다.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징계가 집행되고 부결되면 폐기됩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민주화 이후 징계안 발의 현황을 분석했습니다. 발의된 징계안은 총 324건이 검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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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대 대부분이 '폐기'됐거나 '철회'된 것으로 나옵니다.

사실은팀이 징계안을 꼼꼼히 따져봤는데, 324건의 징계안 가운데 임기 만료로 폐기되거나 의원들 의사에 따라 철회한 게 274건으로 84.6%에 달했습니다. 18건은 21대 국회에서 계류 중입니다. 

그렇다면, 징계 절차를 그대로 밟은 뒤 본회의에서 징계가 가결된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민주화 이후, 딱 한 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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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 건은 2011년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강용석 전 의원이었습니다. 원래 윤리특위에서 '제명'하자고 했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고, '30일 국회 출석 정지'로 수위가 낮춰 처리됐습니다. 이듬해 강용석 의원은 자신이 제기한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에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2015년 성폭력 혐의로 수사를 받은 심학봉 전 의원의 경우 제명이 의결됐다고 쓰기도 하는데, 정확히는 윤리특위에서 '제명'이 의결돼 본회의로 넘어갔지만, 본회의 의결 전에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징계안은 임기만료 폐기됐습니다.

어쨌든 민주화 이후 국회의원 징계 가결률, 0.3%로 나왔습니다.

민주화 이전까지 합치면,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 제명안이 '가결'된 경우는 딱 한 건입니다. 1979년 유명한 '김영삼 의원직 제명 파동'입니다. 당시 여당의원들은 날치기로 당시 김영삼 신민당 총재를 제명시켰고, 박정희 정권의 붕괴를 가져온 부마 민중항쟁의 도화선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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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당시 김영삼 총재 제명안에 대해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저항하는 모습. 사진 아래는 이를 지켜보는 김영삼 당시 총재.

수치로만 봐도 '유명무실',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올만 합니다. 국회 윤리특위 문제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는 참여연대는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비상설 특위로 격하된 윤리특위를 상설 윤리위원회(가칭)로 격상하고, 윤리위원회에 외부인사 과반수의 참여를 보장해 독립성 강화해야 함. …… 자문기구인 윤리심사자문위는 해소하고, 윤리조사위원회(가칭)를 신설해야 함. …… 윤리조사위원회의 조사는 60일 이내로 한정하되 30일 이내 1회만 연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함.
- 참여연대, 이슈리포트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문제점과 개선방안>, 2021년 1월.

국회는 지난해 5월 국회법을 개정해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윤리특위 소속에서 국회 소속으로 바꾸는 등 보완 움직임도 있었지만, 이걸로도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정치의 도구가 된 징계안


다만, 저희 사실은팀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가 고민해 봤습니다. 제도만 강화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믿습니다.

그간의 징계안 내용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 박덕흠, 윤미향, 이상직 의원의 징계안은 다른 명분이지만 - 정치 공방 중에 나온 막말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대의 '정치적 공격'에 대해 '정치적 방어'의 수단으로 징계안을 이용하며, '징계'라는 법리를 '정치' 안에 용해시켜버렸습니다. 많은 논의들을 대화와 토론으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징계 명분은 대부분 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지렛대 삼습니다. 징계안에는 국회법 제25조 '품위유지의 의무', 국회의원윤리강령 제1호 및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 제2조 '품위 유지'라는 말이 유독 많이 등장합니다.

가령, 이런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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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태도의 문제'입니다. 태도의 문제는 쉽게 기분을 상하게 하지만, 또 쉽게 기분이 풀리기도 합니다. 서로 간의 냉각기가 조금 해소되면, 혹은 다른 현안이 불쑥 튀어 나오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그간의 징계 논의를 회피하곤 합니다. 그렇게 쌓인 징계안은 국회 임기가 끝나면 없던 일이 됩니다. 국회 용어로 '임기 만료 폐기' 입니다.

그러면 저희 사실은팀같은 언론사들이 나섭니다. 발의만 하고 처리하지 않은 징계안이 수북이 쌓여있는 게 수치로 보이다보니 좋은 기삿거리가 됩니다. 기사에는 '유명무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단어가 쏟아집니다. 선진국은 안 그렇다며 제도도 강화해야 한다고 씁니다. 의원들은 사석에서 "기자들은 싸우고 화해 안 해?" 푸념을 늘어 놓지만, 공식 석상에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징계를 정치로 이용하며 제 무덤을 판 측면이 분명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의원 징계 논란의 중심에는, 토론과 대화로 해결하지 못해 부유하던 막말들을 '징계안 발의'로 맞대응했던, 미숙한 정치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다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번에 윤리자문위에서 '제명'을 요청한 사안들은 품위 손상 이상의 중대한 의혹이 담겼습니다. 이해 충돌은 물론 돈과 관련된 문제들도 있습니다. 보다 엄정한 잣대가 필요할 겁니다. 국회가 앞으로 이 사안들을 어떻게 진행할지 꼼꼼이 지켜보려고 합니다.

SBS 사실은팀은 단순히 사실과 거짓 판정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다양한 층위를 풀어내는 팩트체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SBS 사실은 치시면 팩트체크 검증 의뢰하실 수 있습니다. 요청해주시면 힘닿는 데까지 팩트체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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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참고 자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https://likms.assembly.go.kr/bill/main.do)
참여연대, 이슈리포트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문제점과 개선방안>, 2021년 1월.

(인턴 : 권민선, 송해연, CG : 전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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