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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6년 만에 뒤집힌 '윤우진 사건'…웃는 건 '개혁된' 검찰

[취재파일] 6년 만에 뒤집힌 '윤우진 사건'…웃는 건 '개혁된' 검찰

1) 검찰, 윤우진 전 세무서장 사건 6년 만에 정반대 결론

2021년의 마지막을 앞둔 날, 검찰은 6년 전 자신들의 결정을 정반대로 뒤집는 수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세무법인 대표이사와 육류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인정돼 재판에 넘긴다는 보도자료였습니다.

이 사건은 이미 지난 2012년 서울지방경찰청이 수사를 시작해 당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과 특정된 뇌물 수수액만 다를 뿐 사실상 동일한 내용입니다. 당시 경찰은 윤 전 세무서장이 골프 접대와 돈을 받고 당시 세무조사를 받게 된 육류업자가 겪은 곤란한 상황을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무마해줬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게 2013년 8월인데 검찰은 1년이 훌쩍 넘은 2015년 2월 윤 전 세무서장을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경찰이 확보한 진술과 물증이 윤 전 세무서장이 뇌물을 받았다고 볼만한 '증거가 되기 부족하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이 사건은 진행 당시에도 검찰이 윤대진 검사장의 친형인 윤 전 세무서장을 '봐주기 수사'해줬다는 논란이 상당했습니다. 검찰은 윤 전 세무서장이 골프 접대를 받은 걸로 의심된 골프장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 등을 여러 차례 기각했습니다.

심지어 윤 전 세무서장은 경찰 수사 도중 해외로 도피했다 다시 붙잡혔는데도 검찰이 구속영장 자체를 청구하지 않아 검찰 스스로 오명이라 생각하는 '제 식구 감싸기' 수사를 그대로 재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컸습니다.
 

2) '죄가 안 된다'에서 '죄가 된다'는 근거는?

그런데 2019년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로 이 사건이 다시 도마에 오르면서 고발장을 접수받고 수사를 이어온 검찰은 이번엔 정반대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윤 전 세무서장이 세무법인 대표로부터 1억 6천만여 만 원의 뇌물을 수수하고 또 육류업자로부터도 4300여 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한 겁니다.

보도자료상 검찰의 설명은 아래와 같습니다.
 
❍ 용산세무서, 세무법인 등에 대한 압수수색 및 계좌추적을 통해 피고인이 사용한 차명 계좌를 새로 발견하는 한편, 세무사 A로부터 1억 원 상당의 뇌물을 추가로 수수한 혐의를 인지하였음

❍ 이번 재수사를 통해 종전에 불기소 처분했던 피의사실 중 대부분의 혐의를 밝혀 기소하였음

'죄가 안 된다는' 사건을 6년 만에 '죄가 되는' 사건으로 판단하면서 검찰은 그 근거를 짤막하게 설명했을 뿐입니다. 1)과거 수사 당시 사건 관계인이 입장을 바꿔 진술을 바꾼건지 2)관계인이 수사의 새로운 단초가 될 만한 직간접 증거를 제시한 건지 3)또 새로운 압수수색 과정에서 과거 검찰 수사팀이 발견 못 한 새로운 차명 계좌를 발견했다는 건지 구체적 설명이 없었습니다.

더불어 과거 검찰 자신들의 판단이 틀렸음을 자인한 셈인데도 당시 검찰 수사팀의 판단이 무엇이 부족했던 건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습니다. 취재진은 2015년 2월 검찰이 윤 전 세무서장을 불기소하면서 작성한 불기소 결정문을 보도한 <뉴스타파>의 기사를 인용해 다시 한번 당시 무혐의 처분 근거들이 어떻게 뒤집힌 건지 물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의 대답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각 재수사 결과를 기존 사건과 상세하게 비교 확인드리기는 어렵고, 고발장 접수 후 재수사하면서 세무서 등 압수수색, 다수 계좌추적, 관련자 수십명 등 다각도 조사 결과 범죄 혐의 입증하여 기소하였습니다"

질문을 돌렸습니다. "그렇다면 과거 수사팀이 부족했던 건지 아니면 이번 사건을 기소한 현 중앙지검 수사팀의 수사 능력이 출중했던 건지" 물었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수사라는 게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압수수색을 통해서 결정적 증거를 발견할 수도 있는 것이다"는 말이었습니다.
 

3) 6년 전 결정에 대한 해명은 없어…'내밀한 수사 정보'의 범용성

이렇게 검찰은 6년 전 자신들의 '판단 미스'를 별도 해명이나 브리핑 없이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와 별개로 사건 재발화의 촉매가 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변호사 소개 의혹 논란과 경찰 수사 무마 의혹 등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수사와 기소권을 행사하는 검찰이 조금 더 소상히 설명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건 강화된 형사사건공개금지등의 규정 영향이 큽니다.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 의결 없이 구체적인 피의사실과 수사 상황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기소 이후라도 사건 진행상황과 구체적 혐의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겁니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된 취지와 그 필요성을 부인하는 건 아닙니다. 내밀한 수사정보를 외부에 흘러줘 사건 자체에 영향을 준 걸로 추정되는 '나쁜 관행'들로 인해 검찰이 개혁의 대상이라는 시각이 공고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 이후 수사 정보의 외부 유출 제한은 더 엄격해졌습니다. 여론도 그랬습니다.

검찰은 대신 국민 알권리와의 조화를 위해 전문 공보관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수사에 관여하지 않은 검사가 공보를 전담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장동 개발 투기 의혹 사건을 비롯한 요즘 굵직한 사건들의 공보 내용을 보면 공보관이란 직책에 앞서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의결에 따른 기계적이고 조건부적 공보만이 남아있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습니다.
 

4) 지연된 정의 뒤 웃는 건 '개혁된' 검찰일까

더구나 윤우진 전 세무서장 사건은 이미 기소가 된 사건입니다. 윤우진 전 세무서장의 혐의 내용을 소상히 밝히지 못하더라도 6년 전 결론과 왜 다른지, 혹시 과거 수사가 부족했던 점은 없었는지는 조금 더 상세하게 밝혔어야 할 부분입니다.

심지어 이번 서울중앙지검에서 다룬 사건 자체도 윤석열·윤대진이라는 검찰 고위 간부의 수사 무마 의혹 그 자체라 검찰은 이 사건을 종결지으며 더 책임 있는 설명을 했어야 합니다. 단순히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이 없다'는 형식적 논리 말고 말입니다. 수사 무마가 없었다면(이 부분에 대해 검찰은 사실관계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과거 수사팀의 수사 능력에 의문을 제기해야 하니까요.

결론적으로 이제 검찰은 피의자와 피고인의 인권을 위해 개정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최강의 방패로 내세울 수 있게 됐습니다. 더욱 '깜깜이 수사'를 하기 쉬운 환경에 놓였습니다.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이뤄진 여러 변화가 오히려 '사건의 검찰 사유화'라는 부작용 또한 만든 건 아닌지 곱씹을 대목입니다.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 뒤에 숨어 정말로 웃고 있는 건 '개혁된 검찰'이 아닌지 2021년 검찰의 마지막 사건 처리를 보며 씁쓸한 뒷맛이 남았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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