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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연평도 포격전' 명명해놓고, 영웅 '연평부대' 평가는 왜 인색한가

오늘은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이 벌어진 지 11년 되는 날입니다. 대전 현충원에서 거행된 정부 행사의 공식 명칭은 '연평도 포격전 제11주년 전투영웅 추모식 및 전승기념식'입니다. 지금까지 해병대는 연평도 포격전으로, 정부는 연평도 포격도발로 각각 달리 부르다가 올해부터 연평도 포격전으로 정리된 것입니다.

연평도 포격 도발은 북한의 선제공격에만 방점을 뒀다면, 연평도 포격전은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고 동시에 반격해 당당하게 맞서 싸웠다는 데 의미를 둔 것입니다. 2010년 11월 23일은 연평도 포격전이 백 번 맞습니다.

연평부대는 공황에 빠진 남녀노소 1천900명 주민을 신속하게 방호시설로 대피시키고, 피격되고 불붙은 K-9 자주포 고치며 단 13분 만에 반격했습니다. 연평도에 일하러 들어간 민간인 2명과 서정우·문광욱 해병의 희생은 안타깝지만 북한의 파상적 선제공격을 감안하면 절대적 선방이었습니다. 대남 삐라에 연평부대장을 '역적'이라고 칭하며 연평부대에 치를 떨었을 정도로 북한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부대장부터 막내 이병들까지 2010년 11월 23일 연평부대는 영웅입니다.

북한은 대남 삐라에 박근혜 대통령, 김관진 국방장관과 함께 이승도 연평부대장을 역적이라고 표현하며 경계했다

하지만 연평부대에 대한 평가는 참으로 인색합니다. 아직도 연평부대장은 훈장 하나 받지 못했습니다. 해병대 장교 한 명이 훈장을 받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연평부대의 작전과 전투를 우리 군과 정부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입니다. 연평도 포격전은 해병대의 역사가 아니라, 국군의 역사이고 대한민국의 역사일 텐데 현실은 이렇습니다. 합참 공적심사위원회의 연평부대장 수훈(受勳) 자격 심사 과정을 들여다보면 말문이 막힐 지경입니다.
 

합참은 연평부대장을 어떻게 평가했나

오늘 연평도 포격전 11주년 전승기념식에서 연평도 포격전 영웅들이 먼저 간 전우 서정우 · 문광욱 해병에게 경례하고 있다.

정부가 연평도 포격전 명명을 공식화한 뒤 포격전을 치른 장병들을 포상하라고 군에 지시했습니다. 해병대는 당시 연평부대장인 이승도 전 사령관과 포7중대장이었던 김정수 소령 이하 포반장 등을 훈장 수훈 대상자로 합참에 보고했습니다. 지난 9월 본격적으로 합참 공적심사위가 이들을 심사했습니다.

윤의철 합참 차장 등 고위 장성 7명으로 구성된 심사위는 이승도 전 연평부대장의 공적을 놓고 4차례 투표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차 투표의 질문은 "어떻게 포상할까"로 주관식이었습니다. 4명은 훈장, 1명은 무공포장, 1명은 대통령 표창, 1명은 자격 없음의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2차 투표의 질문은 "어떤 포상을 할까"였는데 1명은 화랑무공훈장, 3명은 인헌무공훈장, 1명은 무공포상, 1명은 대통령 표창, 1명은 자격 없음으로 나왔습니다.

2차례 투표에서 다수결의 뜻은 화랑이든 인헌이든 훈장을 주자는 것입니다. 어떤 훈장을 줄지 결정하면 될 것 같은데 3차 투표부터 가관이었습니다. 질문은 "훈격이 가장 높은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할까"였습니다. 무공포장, 대통령 표창, 자격없음을 주장했던 3명을 포함해 4명이 반대했습니다. 4차 투표는 무공포장과 대통령 표창 중 택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무공포장으로 결정됐습니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3차 투표에서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다", "공정하지 못한 심사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평했습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훈장을 안 주려고 3, 4차 투표를 그렇게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전 연평부대장 심사에 대한 합참의 공식 입장은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심사했다"입니다. 
 

합참의 의도는 무엇인가

오늘 연평도 포격전 11주년 전승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오늘 오전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기자는 "국방부와 합참은 연평도 포격전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습니다. 어렵지 않은 질문인데 국방부 측은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겠다", 합참 측은 "어떤 의미에서 질문했나"라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기자의 질문 의도는 우리 군이 연평도 포격전의 의미를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 알기 위함입니다. 연평도 포격전의 의미를 축소하는 데 급급한 우리 군의 의도를 알기 위함입니다.

연평부대는 강철 폭탄비가 쏟아지는 와중에 주민 보호하며 반격하는 완벽에 가까운 작전을 펼쳤습니다. 연평부대장은 연평도 현장에서 지휘하며 전투의 승리, 작전의 완성을 이끌었습니다. 연평도 포격전을 올바르게 평가하겠다면 연평부대장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첫 순서입니다.

공적심사위는 연평도 포격전 당시의 합참 지휘부에도 의견을 물었습니다. 질문을 받은 전 고위 장군은 "포대에는 훈장을 줘도 된다"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평부대 전체가 아니라, K-9 자주포를 쏜 포7중대에만 축소해 훈장을 내리자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포7중대 영웅들만 지난 국군의날에 훈장을 받았습니다.

포격전 당시 군 지휘부는 어쩔 줄 몰라 당황했습니다. 국민이 피격당한 자위권 발동의 상황에서 교전규칙 따지느라 자위권에는 손대지 못했습니다. 주민들 챙기고 반격하기에도 겨를이 없는 연평부대장에게 북한이 쏜 방사포탄 숫자나 보고하라는 한가한 지시를 했지, 어떻게 싸우고 어떻게 지원할지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연평도 포격전은 오롯이 연평부대만의 외로운 전투였습니다. 연평부대장에게 훈장을 줌으로써 연평부대의 공을 높이 평가하면 합참의 무력함이 드러날까 두려운 것일까요. 합참의 의도가 진심으로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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