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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내가 채식을 한다면 지구는 어떻게 바뀔까?

[마부작침] 내가 채식을 한다면 지구는 어떻게 바뀔까?
채식이 유난이었던 시대에서 점점 채식이 문화로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오는 것 같습니다. 채식 인구도 과거에 비해서 많이 늘어났고요. 한국채식연합 자료를 보면 올해 채식 인구는 250만 명. 10년 전에 비해 100만 명이 늘어난 규모더라고요. 이미 해외에서는 그 바람이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에서는 2019년을 "비건의 해"라고 이야기할 정도였으니까요.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채식과 육식에 대한 이야기를 데이터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육식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고,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채식을 선택한다면 환경이 어떻게 되는지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던지는 질문은 이겁니다.

내가 만일 채식을 한다면, 지구는 어떻게 바뀔까?
 

하루에만 2억 마리가 도축된다


채식에 대해 다루기 앞서서 우선 육식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게요. 현재 전 세계 인구는 79억 명입니다. 이 인구의 육식을 위해 1년 동안 도축되는 가축들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기준으로 모두 803억 마리입니다. 하루에 2억 마리, 한 시간에 900만 마리, 1분엔 15만 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도축되고 있는 상황이죠. 803억 마리가 얼마나 많은 양인지 감이 안 올 수 있으니 이렇게 설명을 해볼게요. 우리 인류가 탄생한 이래로 누적 인구를 추정(Population Reference Bureau 자료)해보면 약 1,167억 명 정도거든요. 1년 5개월마다 지구에 살았던 인류 인구만큼의 동물들이 도축되고 있는 거죠.

특히 닭이 압도적입니다. 1년 동안 도축되는 전체 803억 마리 중에 닭이 721억 마리입니다. 전체의 89.7%를 차지할 정도니까 어마어마한 거죠. 2등과 격차가 엄청납니다. 오리가 33억 마리로 2위인데 채 5%가 되질 않거든요. 오리 다음으로는 돼지가 13억 마리, 소가 3억 마리 수준입니다. 초침이 하나 똑딱 움직일 때마다 닭은 2,287마리가 사라지고 돼지는 43마리, 소는 10마리가 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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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가축들이 도축되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가 많이 소비하니까요! 전 세계적으로 부유한 나라일수록 육류 소비는 증가하는 경향이 보입니다. 위의 그래프는 전 세계 국가별로 1인당 평균 육류 소비량(FAO 데이터)과 1인당 국내 총생산(세계은행 데이터)을 뿌려본 자료입니다. 1인당 국내 총생산은 워낙 편차가 커서 로그 축으로 그렸습니다. 우상향 하는 모습이 뚜렷하죠? 부유한 나라일수록 평균적으로 더 많은 고기를 소비하고 있다는 겁니다. 1인당 가장 많은 고기를 소비하는 국가는 단연 미국입니다. 2018년 기준으로 미국인 1인당 한 해동안 소비하는 고기의 양은 무려 123.2㎏나 되거든요. 우리나라는 1인당 71.1㎏ 정도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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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들을 길러내는 데에는 많은 자원이 필요합니다. 동물들이 자랄 땅도 필요하고요, 살찌울 사료도 들어갈 거고요, 깨끗한 물도 필요하죠. 얼마나 들어가는지 살펴볼게요. 우리가 지구라는 행성에서 거주할 수 있는 땅은 1억 400만㎢ 정도입니다. 이 중에 50%가 농업에 이용되는데, 이 농지 중 무려 77%를 가축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가축을 먹이기 위한 사료용 곡물은 미국 농림부 기준으로 2021년 총공급량이 16억 t을 훌쩍 넘었습니다. 우리가 먹는 식량 생산량이 2019년에 30억 t 정도니까 지구에서 나는 곡물의 3분의 1은 사료용으로 쓰이는 셈이죠. 물도 만만치 않게 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물 중에 92%가 농업에 활용되고 있는데 이 중 사람이 먹을 식량에 27%가 쓰이고, 우유와 고기 생산에는 그보다 많은 29%가 쓰이고 있습니다.

채식으로 탄소발자국 줄이기


육식이 줄어든다면, 그동안 가축을 기르는 데 사용한 자원들을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가축을 기르면서 뿜어져 나왔던 탄소의 양도 줄일 수 있겠죠. 식량 생산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6%를 차지할 정도로 양이 크거든요. 만약에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육식을 포기한다면 온실가스는 얼마나 줄어들까요?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연구를 해봤는데, 완전 채식을 한다면 식품 부문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무려 60~70%나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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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소고기를 줄이는 게 가장 효과가 높을 수 있어요. 왜냐하면 소는 육류 중에 가장 탄소가 많이 발생하는 녀석이거든요. 2018년 사이언스 지에 실린 논문(Poore & Nemecek)을 살펴보면 소고기 1㎏당 발생되는 탄소는 무려 99.5㎏입니다. 소고기로 단백질 1㎏을 섭취한다고 했을 때 발생하는 탄소는 498.9㎏나 되죠. 게다가 투입되는 곡물 대비 생산되는 고기의 양도 제일 떨어집니다. 소고기 1㎏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사료는 무려 25kg! 돼지는 6.4㎏,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는 3.3㎏ 정도가 필요한데 엄청난 차이입니다.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늘린다면, 가축을 기르던 땅을 다르게 활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아까 위에서 농업에 이용되는 땅 중에 77%가 가축을 위해 사용된다고 했죠? 이 땅이 4,000만㎢ 정도 되는데 유럽과 아프리카를 합친 면적 정도나 되거든요. 이 땅이 다시 숲과 초원이 된다면 탄소를 줄여줄 수도 있겠죠. 소를 기르기 위해 잘라냈던 나무들이 다시 이 땅에 자라난다면 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아니면 채식을 위한 식물을 심을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가축을 위해 사용되었던 땅의 대부분이 건조한 상태라 관리해주지 않으면 사막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해요.

일단 고기를 점진적으로 줄이자


갑자기 한 순간에 모든 사람들이 육식을 끊고 채식을 하긴 불가능해요. 육식을 통해서 동물성 단백질을 얻을 수 있고 그것을 즐겨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게다가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채식을 시작한다고 다 긍정적이지도 않습니다. 엄청난 양의 동물들이 도축되는 만큼, 거대한 가축 시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어요. 축산농가와 육류 가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1억 명 넘게 있거든요. 그들 대다수가 개발도상국의 소규모 농장주들이죠. 전 세계가 육류를 포기한다면 개발도상국은 빈곤해질 겁니다. 그래서 점진적 변화가 필요해요.

축산업계에서는 해조류를 통해 탄소중립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해조류에 들어있는 성분이 메탄을 생성하는 과정을 막는다는 것에서 착안한 건데, 해조류로 만든 사료 첨가제를 먹은 소는 그냥 소보다 메탄이 80%나 줄어든다고 합니다. 식물성 고기를 활용하거나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대체육 시장도 뜨고 있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환경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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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우리들도 고기를 완전히 끊지 않고 가끔씩 먹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2050년 세계 인구 100억 시대를 대비해서 지구 건강과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취지에서 과학자들이 개발한 식단이 있어요. 이른바 인류세 식단입니다. 채소와 과일은 하루에 500g 정도 먹고, 고기는 84g 정도만 섭취하라고 장려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평균 식단에 비해 고기는 65.3% 줄여야 하는 양입니다.

우리나라에 적용해보면, 우리나라의 연간 소비량이 1인당 71.1㎏이니까 하루에 195g 꼴이거든요. 84g으로 맞추기 위해 고기를 반절 정도 줄이고 그만큼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 지구를 위한 식단을 꾸릴 수 있습니다. 식단을 조절하기 어렵다면 간헐적 채식도 방법이 될 겁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채식을 선택하는 거죠.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기사는 여기까지입니다. 육식에 들어가는 자원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채식을 선택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을지 데이터로 살펴봤습니다. 오늘 마부뉴스가 구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채식에 대한 생각입니다. 채식에 도전해보고 싶은지, 한다면 얼마나 할 수 있는지 말이죠. 혹은 이미 채식을 하고 싶은 의향이 없다면 왜 그런지 댓글로 알려주세요!(*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 GDP - 육류 소비 그래프에서 Y축 숫자가 잘못돼있어 수정하였습니다. 더 꼼꼼히 감수하고 작성하겠습니다. (11월 23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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